『작은 발견』중에서
오래된 낡은 실들이지만 참 많은 일들을 해내는데요. 그림책을 보고 있으니 일과 노동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도 생각하게 되어서 어른이지만 제가 더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실이란 모든 것을 연결하는 존재죠. 우리 일상의 매일매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도움들 덕분에 가능한 것 같아요. 우리는 그것의 존재를 잘 모르지만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도움에 감사한 마음, 그 존재들이 우리들 한 명 한 명을 연결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은 발견』과『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가 비슷한 시기에 출간이 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두 책이 서로 연관되는 것 같기도 해요. 『작은 발견』에 나오는 작은 사람들이 『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의 내용을 만든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책 속에서 실패 인간(실패에 팔 다리를 붙여서 만든 작은 사람들)들의 표정이 흥미로웠어요. 그림책에서는 대개 활짝 웃는 표정이 많은데 이 책 속에서는 환하게 웃는 얼굴을 거의 없고 진지하고 담담한 표정이 많았거든요.
웃고 있지 않는 것이 나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날라주시는 분들을 보면, 일 자체에 굉장히 몰입해 있을 때는 아무도 웃지 않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으면 그때는 저를 향해 웃어주지만요. 일 자체에 몰입된 순간에는 웃지 않죠. 그런 식으로 일에 몰두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웃는 얼굴을 항상 보여주는 문화도 이상하지 않나요? 사람의 얼굴이 원래 웃는 표정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항상 웃어야 한다는 것도 이상해요.
『작은 발견』처럼 깊이있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책들을 많이 쓰셨는데요. 혹시 어린이들이 이해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신기한 그림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나중에 자기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으면 되니까요.
어린이들이 시를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를 좋아하잖아요. 또 시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어린이들에게는 시 읽는 것이 필요하고요. 그림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에게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죠. 우리가 클래식 음악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처럼, 시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감동을 받는 것처럼 그림책도 필요해요. 지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영혼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그림책을 읽는 것도 필요하죠.
『블룸카의 일기』나 『시간의 네 방향』같은 책은 폴란드를 배경으로 하는데요. 폴란드에 대한 이야기나 폴란드의 역사를 좀 더 조명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지금 당장은 폴란드의 역사나 문화를 다루는 책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폴란드의 경우 제가 살고 있는 고국이라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다 보니 거리를 두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마음을 감동시키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면 폴란드에 대한 이야기라도 관심이 있습니다.
『작은 발견』도 그렇지만 많은 그림책들에서 명확한 결말로 마무리하기 보다는 확정되지 않은 열린 결말로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열린 결말이긴 하지만 결국은 우리에게 죽음을 준비시키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블룸카의 일기』도 죽음으로 끝나고 『작은 발견』도 우리 인생의 끝처럼 그렇게 끝나니까요.
지인인 학교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에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참여해서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아이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걸 극복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고 해요. 그런데 아이의 엄마가 놀란 것은, 아이가 충격을 받을까 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얘기를 하지 않아서 아이가 모르는 줄 알았다는 거에요.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슬펐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픈 것이 아니라 아이가 엄마가 걱정할까 봐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고, 자신의 슬픔을 혼자서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 슬픈 것이었죠. 사실 아이들은 태연하게 ‘죽었다’는 말을 하는데 어른들이 죽음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문제인 것 같아요.
네 명의 자녀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작품에 영향을 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아이들과의 생활이 작가로서 어떤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경험에 뿌리는 두고 있었던 것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있으면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해야 하는데 그런 일상 생활들이 중요했던 것이죠. 작가란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어떤 경험이나 익숙한 관계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생활을 멀리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는 것이 아이들과의 생활에서 얻은 기회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림책 작업에서 바느질, 오브제, 콜라주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시는데요. 특별히 선호하는 기법이 있나요?
곧 나올 유럽 민담 그림책 작업에서는 그리고, 붙이고, 바느질하고, 무대처럼 꾸미는 등 새로운 기법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품에서 어떤 기법을 쓸 것인가는 그 작품의 내용이 그렇게 하라고 시키는 것이죠.
여러 가지 기법을 써서 작업을 하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이렇게 여러 가지 기법이 있고 그것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림책에 어떤 것들을 담고 싶은가요?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악한 것들이 많이 보이는 시대죠. 작가는 외과의사도 아니고 소방관도 아니어서 사람들을 직접 구할 수는 없지만, 좋은 내용의 책으로 사람들이 자기 안에서 선을 발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세상을 좀 더 나아지게 하는데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박수진 (교보문고 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