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이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클라이맥스는 단연코 착륙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어떤 곡예보다도 더 정교한 동작과 순간적으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착륙을 앞둔 조종사의 일거수일투족은 그야말로 숨 가쁘게 돌아간다. 공중에서 보는 활주로는 멀리서는 거의 하나의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터이고 가까이 가서보면 꼭 손바닥 만하게 보이게 된다. 넓은 공항부지 중의 좁은 활주로에 바퀴를 갖다 대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각도, 속도, 방향 등이 모두 정확해야만 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흥분시키는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실제 항공기의 사고는 거의 대부분이 이륙직후나 착륙직전에 일어나는데 이 중 착륙시의 사고는 다른 비행기와의 충돌사고가 아니라 대부분 자기 혼자서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착륙시의 각종 절차를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일인데, 지난 97년 8월 괌에 추락한 대한항공 KE801편 참사도 위치와 고도의 확인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착륙하려다가 일어난 일 들 중의 하나이다.
공항이 가까워지면 착륙준비 단계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착륙접근(landing approach) 또는 최종접근(final approach)라고도 한다. 국내선이건 국제선이건 대략 도착하기 10분전쯤이 된다. 그런데 기내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내용은 우리말과 영어에 약간 차이가 난다. 우리말로는 분명 “지금 착륙 중이다” 라고 하는데 영어방송으로는 “approach 하고 있다" (We are now approaching ~~) 라고 하질 않는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착륙을 위해 공항 활주로를 향해 접근하게 된다. 이윽고 도착지 공항 상공에서 착륙자세를 취하면서 활주로 연장선상에 일직선으로 정대(line-up)하고나서 드디어 착륙에 들어가는데 이때가 대략 30초전이라고 한다. ”마(魔)의 11분간과 침묵의 30초(Silent Thirty Seconds)" 중 30초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접지 직전에 기수를 약간 위로 치켜세우며 뒷바퀴(main gear)로 착지(접지, Landing)하게 된다. 만일 기수를 하강할 때의 자세 그대로 유지하면서 활주로 지면에 닿았다가는 앞바퀴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래서 항상 착지 직전에 기수를 약간 치켜세우는데 이것을 플레어(flare)라고 한다.
플레어라는 용어는 다른 많은 용어들과 함께 항해용어에서 나온 말이다. 배도 항해 시 뱃머리나 뱃전을 약간 위로 불쑥 나오게 하고 있는데 이를 플레어라고 한다. 항공기에서도 마찬가지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받음각(迎角, Angle of Attack)이란 용어가 있는데 진행방향에 대한 항공기의 각도를 말한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창 밖으로 손바닥을 내밀어 앞쪽을 약간 들면 손바닥이 공기에 의해 위로 뜨는 힘을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받음각에 의한 “항양력”이라고 하는데 이 항양력은 항력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 비행 시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항공기가 착륙할 때에는 속력이 아주 느리다. 너무 느려 자칫하면 날개가 양력을 발생시키지 못하여 추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수를 쳐들어서 받음각을 높인 후 항양력을 만들어 위로 뜨는 힘을 보강하는 것이다. 이렇게 양력을 높이고 속력을 줄이면 비행기가 땅에 사뿐히 닿을 수 있고 착지에 의한 충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강하율을 낮추고 최종적으로 감속하게 되는데 작은 비행기는 5~6미터 상공에서 이런 자세를 취하면 되지만 점보가 같은 여객기는 한참 전부터 이런 자세를 취하게 된다. 드디어 착지(touch down)하게 되는데 기수가 약간 들려 있으므로 대부분의 하중을 뒷바퀴에 실리게 된다. 일단 바퀴가 땅에 닿으면 더 이상 양력은 필요하지 않다. 우선 뒷바퀴에 기체의 모든 하중이 실렸다가 곧바로 앞바퀴가 지면에 닿으면 방향타(rudder)를 이용하여 활주로를 똑바로 활주하도록 한다. 속도가 어느 정도 이하로 줄면 브레이크를 밟아서( rudder pedal의 윗부분) 속도를 완전히 줄인다. 엔진은 항공기 구성부품 중 단위 부피당 가장 무거운 편이므로 일반적으로 무게중심이 엔진 장착 위치와 거의 같아진다. 따라서 엔진과 가까운 곳의 바퀴부터 착지하는 것이 무개중심 상으로 봐도 이상적이다.
현재 가장 보편화된 “세발 자전거식 바퀴배열” 항공기는 위에서처럼 두개의 뒷바퀴를 먼저 착지시키는 “2점 착지”을 하게 된다. 순서대로 정리를 해보면 착륙접근(landing approach)-플레어(flare)-접지(touchdown)-역추진장치(Thrust Reverser)-착륙활주(landing roll)가 되는데 이 중에서 플레어와 접지는 아주 짧은 찰나(刹那)의 순간에 일어난다. 결국 항공기가 착륙 시 기수를 들고 뒷바퀴부터 접지시키는 것은 몸체로 최대한 양력을 발생시켜 속도를 줄이고 접지시의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과. 항공기의 무게중심이 뒷바퀴에 있다는 것, 그리고 착륙복행(Go-around) 즉 어떤 사타가 벌어졌을 때 착륙을 포기하고 재빨리 상승하게 되는 일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하는 것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