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이모네로 돌아온 해리. 전편 ‘마법사의 돌’에서도 더즐리 가족에 대한 우스꽝스럽고 다소 과장된 묘사가 참 재밌었지요. 역시 이곳에서도 더즐리 가족에 대한 풍자가 참 재밌게 읽힙니다.
방에 꼼짝 없이 갇혀있던 해리는 절친 론에 의해 탈출하여 위즐리 가족과 방학을 보내게 돼요. 마법사 가족의 세계에서도 자식을 걱정하는 엄마의 잔소리, 직장에서 잘릴까봐 걱정하는 가장의 고단함, 빈부의 격차, 계급, 인종차별 등이 존재합니다. 머글들의 삶과 다를 게 없어요.
또한 머글의 세계와 마법사의 세계를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차이점에 대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지요.
-불쌍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바로 눈앞에서 마법이 벌어져도 애써 무시하려 들다니(상-62쪽)
-독창적이야, 대단해, 머글들은 마법없이 살아가는 방법들을 정말로 많이 찾아냈어.(상-67쪽)
마법사의 순수 혈통을 타고 났어도 마법의 힘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스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오죽하면 남몰래 속성 마법 과정을 배우려 했을까.) 개인적으로 온실 수업 장면도 재밌었어요. 그러나 이 장면도 비밀의 방을 추적하는 과정과 긴밀하게 엮여있다는 것. 재미만을 주기 위한 장면이 아니라는 거예요.
-땅에서는 뿌리 대신에, 진흙 투성이인 아주 작고 못생긴 어린아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아이의 머리 바로 위에서 잎들이 자라고 있었다. 피부에 엷은 초록빛의 얼룩덜룩 반점이 있는 그 아이가 목청이 터져라 큰소리로 울어대고 있었다. 스트라우트 교수는 탁자 밑에서 커다란 화분을 하나 꺼내 그 맨드레이크를 그 안으로 던져 넣더니, 술이 달린 잎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아이를 거무스름하고, 축축한 퇴비 속에 묻었다.(상-133쪽)
그러나 역시 2권의 핵심은 해리가 뱀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것에 대한 의혹과 그에 얽힌 진실을 밝히는 과정입니다. 슬리데린 기숙사의 상징이 뱀인 건 이미 앞에서 언급이 되었지요.(게다가 동물원에서 뱀과 의사소통을 했던 전적이 있고요.) 그런데 그린핀도르의 해리가 슬리데린의 후손일지 모른다니. 이는 해리를 점점 압박하게 됩니다. 비밀의 방에 대한 전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마법사의 감옥-아즈카반 얘기도 잠깐 스쳐가지요.(다음 편을 살짝 예고함다.)
결국, 사건을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인물 지니. 그리고 볼트모트의 과거 톰 리들을 비밀의 방에서 만나게 됩니다. 볼드모트가 해리를 끌어들인 셈이죠.
-우린 두 번- 너의 과거에, 나의 미래에서- 만났어. 그리고 두 번 다 난 널 죽이지 못했어.(하-189쪽)
볼트모트와 해리의 닮은 점,
-둘 다 혼혈이고, 고아이고, 머글들의 손에서 자랐어. 아마 위대한 슬리데린 이후 호그와트에서 뱀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너하고 나 단둘뿐일 거야.(하-19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류 모자가 왜 해리를 그린핀도르에 넣었을까요?
-그건 네가 톰 리들과 크게 다른 점이란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해리,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을 통해 나타나는 거란다.(하-213쪽)
그렇죠. 해리는 슬리데린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었지요. 덤블도어의 어록만 따로 정리해도 될 듯해요.
※ 빠진 내용이 많을 거예요. 다른 분들이 이어주시길....
첫댓글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선택'에 의해서 나타난다는 말이 너무 멋져요! 들꽃처럼님이 올려주신 글을 읽으니.. 마치 책을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아, 저도 빨리 읽고 되는 대로 올릴 게요. 저는 말씀하신, 덤블도어의 어록을 한 번 정리해 볼까요.. ^^
읽을까, 말까 고민하시는데다 동그리님 바쁘신 거 같아서 제가 미리 올려봤어요.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네 요즘 쫌 바빠요 ^^;;;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어요. 감사^^
저도 2권 읽기를 다 마치고 누군가 발제문 올려주시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도 67쪽의 그 문장을 읽으며 무릎을 쳤었어요. "그래 어쩌면 머글들의 세상이 (특히 디지털시대인 요즘) 마법의 세계보다 한수 위다"라구요.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이 아니니 빠진 것을 말할 필요는 없지요. 한가지 재미있는 설정은 마법사들도 부자들은 '집요정'을 부린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2권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조앤 롤링에 대해 감탄한 점은 인물들 하나하나 소홀이 하지 않고 모두 아주 꼼꼼하게 배려하고 성격형성 과정을 타당성있게 구성했다는 점 이예요. 또 하나. 마법이라는 무궁무진한 도구로 서사를 짜면서 마법의 한계를 아주 적절히
조절 했다는 것이에요. 제가 마법을 도구로 서사를 짰다면 아마도 마법을 부리다 감당할 수 없는 서사가 되어서 황당무개한 글이 되었을 거예요. 선입견을 버리고 읽기 시작하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조앤롤링의 치밀한 구성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세심한 배려와 관찰력에 저도 감탄이어요. 저학년 대상만이 아닌데도 빗자루, 자동차 타고 하늘을 날아다녀도 유치하지 않는 건 인물 하나 하나가 타당성 있고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지요.
피노키오님의 글을 읽고있자니 스터디 때문에 지금 읽고 있는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를 던져버리고 싶어지네요.
- -;;
들꽃처럼님께서 먼저 글을 올려주셨네요. 딱 제가 병원에 있을 때 올리신 글이라서, 이 글이 올라왔을 거라고 생각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글이 올라와 있으니까 선물을 받은 느낌이에요.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려요.
아고...퇴원하셨군요.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연못님 말씀처럼 감사한 일들 참 많지요? 건강 잘 챙기세요.^^
고맙습니다. 들꽃처럼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그리고 해리포터 공부 함께 하게 돼서 좋아요.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능력이 아니라, 선택에 의해서 나타난다는 말... 저도 좋았어요. 그런데 대부분 능력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돼요. 그래서 능력에 끌려다니는 삶을 산다고 할까요? 그래서 능력과 선택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갈 때 가장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능력과 선택이 일치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가끔 제가 선택한 길이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무대뽀로(?) 덤비고있는 건 아닌지...진지하게 고민되거든요.ㅠㅠ
그렇지요. 그 진지한 고민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