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짐칸을 단 트럭을 앞뒤로 움직이는 한인들, 커다란 운전대만큼 낯선 움직임이지만 운전대를 움켜쥔 손목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운전학교에서 트럭 운전사를 꿈꾸는 이들은 50개주 미 대륙을 누비는 날을 위해 연습에 여념이 없다.
포모나 ‘다이너스티 트럭운전학교’(www.dynastytrucking school.com)에서 만난 존 김(52)씨는 “나이 먹고 독립된 공간에서 나만의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생각했다”며 “트럭 운전사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한인에겐 틈새시장이라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인 트럭킹 회사는 있지만 현재까지 트럭운전사는 백인 노동자들이 주를 이룬다. 광활한 미 대륙을 누비는 일은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한인에겐 쉽지 않은 직업.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환경에 호기심이 많은 이들은 오히려 이 직업에 매력을 느낀다.
지난해 12월 트럭운전면허를 따고 한 트럭킹 회사에서 일하는 정동찬(47)씨는 중고 트럭을 사는 것을 1차 목표로 정했다. 개인 사업자가 되면 현재 수입보다 최소 두 배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 초보 운전자인 정씨는 회사 트럭을 몰며 1마일 당 17센트를 받는다. 그는 “한 달에 3,000달러는 벌 수 있어 만족한다”며 “롱아일랜드, 조지아, 플로리다 등 주 경계를 통과하는 특성상 기본적인 영어회화와 운전 수칙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트럭운전사는 전국을 누비기 때문에 한 번 출장을 떠나면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운다. 고속도로마다 트럭 휴게실이 잘 갖춰져 휴식엔 문제가 없다. 다만 잠을 트럭 내 침실에서 잘 때, 입에 맞는 음식을 접할 수 없을 때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도 일한만큼 정확한 급여가 나온다.
트럭운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주정부 허가를 받고 11째 다이너스티 트럭운전학교를 운영하는 김봉식 대표는 “신체검사, 필기시험, 차량점검 테스트, 기능시험, 거리주행 등을 모두 통과해야 트럭면허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트럭운송은 경제를 움직이는 동맥과 같아서 경기를 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최근 트럭운전사에 도전하는 이들 중 사무직 직장을 잃은 이들도 늘었다. 트럭운전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와 끈기. 김봉식 대표는 “사실 너무 젊으면 적응을 잘 못한다”며 “운전을 즐기고 장거리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알맞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미주 한국일보] <김형재 기자>
다이너스티 트럭운전학교에서 자격증을 따려고 연습 중인 한인들, 이들은 미 대륙을 누비는 트럭운전사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