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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是我讀(“나는 이렇게 읽었다”의 뜻)
『12월에 읽은 책들』
강남국 읽음
≪연어 이야기≫
안도현 글 문학동네 刊
안도현하면 『연어』가 생각나고 또 이렇게 겨울이 되면 그의 짤막한 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란 “너에게 묻는다”란 작품이 생각난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얼마 전 100쇄를 찍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하다. 스테디셀러란 뜻. 그만큼 많이 읽는 다는 뜻일 텐데 연이어 또 하나의 연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내놨다. 은빛연어와 눈맑은 연어를 부모로 둔 딸 ‘나’의 얘기다. 나는 혼자인 게 싫어 강을 따라 내려가려고 하지만 ‘너’는 혼자이고 싶어 강을 거슬러오려고 하다 만난다. 초록강은 어머니의 강이었다.
이 책을 열면 맨 처음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세상을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배경까지 만나는 일이야.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상처와 슬픔까지 만나는 일이지. 너를 만난다는 것은 너의 현재만 만나는 일이 아니야. 네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네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까지 만나는 일이지”(47쪽). “밖에 보면 감옥은 무언가를 가둬두는 곳이지. 하지만 감옥 안에서 보면 그것은 벗어나기 위해 있는 곳이야. ”(35쪽)“우리의 영혼을 가볍게 만드는 술!”(49쪽)등등을 읽으며 밑줄을 쳤다. 안도현은 참 멋진 시인이다. 이렇게 감성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부럽고 좋다.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란 제목의 글도 생생히 기억난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이 해설을 곁들인 이 책은 그냥 단순한 물고기 연어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연어의 습성을 말하려는 것은 절대로 아닐터.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내보는 것 보다 더 위대한 일이 있겠는지. 이 연작의 저작을 통해 시인은 생명의 연결고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fms다. 시인은 도 이 작품에서 <벽>이라는 말의 정의를 새롭게 하고 있다. 벽은 뛰어오르라고 막혀 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인간의 삶을 사유하게 만드는 책. 세상에 책은 많다. 그러나 좋은 책은 드물다란 말이 실감난다. 이 책은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뭔가 이렇게 그냥 살 수는 없다는 어떤 다급함을 한껏 전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를 하지 않고 그냥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크나큰 유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니 작가는 참 힘이 센 것 같다. 한권의 책을 덮으며 이 책을 선물해줄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면 좋은 책이 아닐까. 공유하고 싶은 책을 만나는 행복이 크다. 그의 책 『연어』가 그냥 100쇄겠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최고의 추천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처럼 소중한 것이 있으랴. 온 몸이 전율할 것 같은 뜨거움이 식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바로 미룰 수 없는 생의 몫이 더 선연해 지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그리워하면 변할 수 있는 거야?”
“간절하게 그리워하면 가능한 일이지.”란 구절이 맴맴 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지음 을유문화사 刊
이 책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좀처럼 읽질 못했다. 1998년에 출간됐고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90년대의 책 100권’에 선정됐었다. 저자는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시킨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저서이다. 그이 강연을 들은 적은 없으나 청중을 빨아들인다는 평은 여러 사람한테서 듣고 읽은 바 있다. 그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끊임없는 저작으로 잠자는 의식을 깨우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무료 개인대학을 열어 평범한 인물들의 위대한 잠재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작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초판 서문에선 ‘마음을 열고 욕망이 흐르게 하라’라고 하더니 개정판 서문에서는 ‘나는 나를 혁명할 수 있다’라고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침체의 삶의 얼마나 아프고 안타까운 가를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저자는 오늘은 어제와 다르며 변화가 왜 필요한가를 역설한다. 6장에서 펼치는 ‘자신과 만나기 위한 산책길’과 7장에서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다섯 가지’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찌릿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외침 같았다. 안일하게 하룰 맞고 보내는 사람들에겐 아픈 충고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삶의 신선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어쩜 너무도 당연한 주문일 수도 있지만 그 외침의 함성이 귀에 쟁쟁한 것이 여간 좋지 않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자기 혁신을 위해서 정말 탐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낯선 곳에서의 외침』『떠남과 만남』등 그의 또 다른 책을 새해엔 더 많이 읽고 싶다.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한창훈 지음 문학동네 刊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저자의 이름은 이미 낯설지 않지만 책을 읽기는 처음이었다. 그는 참으로 멋있는 글쟁이였다. 63년 거문도에서 태어나 일곱 살에 낚시를 시작했고 아홉 살 때는 해녀였던 외할머니에게서 잠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는 저자. 이 책을 읽는 내내 고향을 생각했고 왜 삽시도 내 고향엔 이런 멋진 글쟁이 선후배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슴을 쳤다. 솔직히 나는 고향을 일찍 떠나오기도 했지만 고향에 살 던 때도 이동에 자유를 뺏겼던 삶이었기에 몸소 체험하며 겪고 경험한 것들이 적어 글을 쓰는데 여간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이런 나와는 반대로 몸소 체험하며 겪은 일들만을 가장 사실적으로 기록해 놓은 글이 바로 이 한권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이 글은 진실해서 우선 좋았다. 도회의 화려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바로 고향에서 지금도 살고 있는 어부인 동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은 또 어찌 그래 아름다운가!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고기에 저자 나름의 해설을 붙인 글이다. 낯선 물고기의 이름이 하나도 없고 바로 섬에서 혹은 어판장이나 수산시장에서 매일 만날 수 있는 어종에 대한 글은 맛깔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같다. 곁들인 사진 또한 훌륭하다. 그의 글은 꾸밈이 없어 읽기에 여간 편하지 않았다. 섬내음이 진동하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갯내음 물씬 나는 저자를 부러워 하며 그 마음씀씀이가 바로 고향 삽시도에 사는 후배 같다는 생각을 내내 했으니 언제 기회가 되면 회한접시 썰어놓고 소주한자 하고 싶다.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刊
<우리시대 최고의 문장가> 하면 저자가 떠오름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담백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언 끝장을 읽고 있지 않는가. 이번에도 내용보다는 김훈의 문체의 맛으로 읽었다. 언어를 표현하는 이만큼의 내공이 부럽기도 했고 많은 공부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라 여겨진다. 그동안 저자의 책 대부분을 읽었는데, 어떤 책도 지루하지가 않다. 이상한 일이다. 솔직히 스토리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질퍽한 애정표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거의 없음) 화려한 수사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저자의 책이 나올 때마다 비싼 돈 주고 사서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훈의 문장은 우선 짧다. 짧은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지만 그게 결코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구미가 당기는 것일까? 하여튼 그는 내 호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작가이다. 수입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큰 지출일 수밖에 없는 저자에 대한 나의 전작주의! 전화통화 한 번 못해본 사이지만 나는 누구못잖은 김훈의 열성 팬이다. 그의 벌써 오래전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지금도 모두 갖고 있는데(후에 책으로 나왔음) 저자는 참 편해서 좋다. 어떻게 보면 그만의 색깔이 그만큼 확고하다고 할까. 그것이 작가의 신념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이렇게 짧은 단문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성욕처럼 인다. 그럼에도 그게 왜 그리 안 되는 것인지. 닮고 싶다. 진정 닮고 싶다. 복잡한 것 보다는 단순한 삶이 좋기 때문에 그렇게 닮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자전거 레이서로도 유명하다.
≪타인의 의미≫
김행숙 시집 민음사 刊
재작년 우연한 기회에 시인을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던 인연으로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곧장 구입해 읽었다. 시인의 소개를 보자.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2007년 '동료 문인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에 선정된 바 있다. 2009년 노작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강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솔직히 이번에도 나에게는 어려운 시집이었다. 추천평을 쓴 김혜순시인을 비롯한 몇몇 분의 얘기들도 시를 한결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도 내 가슴에선 내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잔치 같다는 어떤 느낌이랄까. 시의 본질을 온전히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프고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시가 왜 이렇게 어려워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나는 지금껏 어느 누구로부터도 듣지 못했다. 함에도 시집을 사고 읽는다. 저자의 시적 변화를 다 읽어내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이번에도 컸음을 고백하며 좋은 독자가 되지 못함이 저자에게 끝내 미안하기도 하다. 아무리 접근을 시도해도 나에겐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난공불락의 요새 같다는 생각 또한 떨칠 수 없다. 아마도 나는 평생 아주 쉬운 산문시나 읽어야 할런지 원. 시집을 덮으며 이 한권의 시집 속에서 단 한편이라도 암기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시의 깊이를 헤집지 못한 독자의 몫인가 아님 그들만의 잔치에 합류한 시인 탓인가. 다시 만나도 시인은 그냥 웃기만 할지 모르겠다. 시를 왜 그렇게 어렵게만 써야하는지!!!
≪사유의 열쇠≫
김성곤 지음 산처럼 刊
이 책은 한권의 사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도 내 서가에 꽂혀있는 이명섭의『세계문학비평용어사전』이상섭의 『문학비평 용어사전』그리고 어문각에서 발행한 『한국문예사전』등이 있지만 이 책은 제목이 잘못 정해진 듯싶다. 전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문학사에 등장하는 어휘를 골라 그 어원부터 쓰임에 이르기까지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문예사전이라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문예사조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설명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상 사용하기엔 벅찼던 용어들에 대한 설명이 아주 자세해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위의 책들과 더불어 도움이 되겠다. 싶다. 예를 들어 ‘낭만주의’ 하면 그것에 대한 간략한 기원과 해설을 해 놓고 있어 아주 쉽게 용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학의 변천과 변화 전반에 대한 해설을 문학사적 측면에서 소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1949년생으로 현재는 서울대 영문과 교수이면서 한국 현대영미소설학회 회장이다. 지은 책으로는『다문화시대의 한국인』『퓨전시대의 새로운 문화읽기』『문화연구와 인문학의 미래』 등 다수가 있다. 거의 1~2페이지에 한 용어를 설명하고 있는바 그것들이 완벽한 자료에 의한 것이어서 여간 좋지 않다. 실례로 44쪽에 있는 ,페미니즘-feminism)의 예만 봐도 아주 자세히 설명이 돼있어 그 용어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아주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과 쌍벽을 이루는 또 한권의 책이 있는데 박이문 교수의 『철학』이 바로 그 책이다. 먼저 그 책을 구했고 이 책은 나중에 구해 읽었다.
≪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장편소설 해냄 刊
언제부턴가 저자의 책이 나오면 모두 구입해서 읽고 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미실』이 하도 강렬해서 기억하고 있던 차 신문에 기고한 짧은 글 한 편을 읽다가 평생 저자의 팬이 되기로 결심했었다. 저자는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1993년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2005년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녀의 산문집을 더 좋아한다.『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식구』등 그녀의 산문은 화려하지 않다. 정말 소소한 일상의 잡문이다. 그런데도 그 잡문이 참 좋다. 따뜻한 마음이 전달돼 오기 때문이리라. 글을 쓰는 사람은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는 것을! 가슴이 추운 사람이 쓴 글이 어떻게 한겨울을 사는 사람들의 영혼을 울릴 수 있겠는가.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전체적인 내용 파악보다는 문체와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 어떤 마음을 갖고 이 세상을 살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1940년대를 무대로 하고 있는데 백정의 피를 씻어보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재산 축적을 최대가치로 둔 아버지의 삶과 그 애증의 역사의 발자취다. 작가는 근현대사를 쓴다는 사실 자체가 비극이라고 말한다. 비극 속에서 가장 희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저자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완벽한 생을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만 이렇게도 생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다양한 모습이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싶다.
≪삶이 메시지다≫
김기석 지음 포이에마 刊
모처럼만에 뜨거운 가슴으로 책을 읽었다. 문학적 깊이와 삶의 열정을 겸비한 목회자란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저자의 책을 읽기는 처음이었다. 한마디로 놀라웠는데 참 따뜻한 가슴을 가진 분이구나 싶었다. 솔직히 나는 신앙서적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럴 짬이 있으면 차라리 성경을 읽고 말지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 책은 그런 나의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아 주는 아주 귀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여기서 잠깐 이 책에 실린 저자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그는 목회자이자 문학평론가이다. 시, 문학, 동서고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진지한 글쓰기로 유명하며 감신대원을 졸업하고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가시는 길을 따라 나서다』,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예수 새로 보기』, 『예수의 비유 새롭게 듣기』, 『자비를 구하는 외침』 등이 있다. 끊임없이 밑줄을 치게 하는 이 책의 제일 큰 매력은 참 평안하다는 것이었다. 간간이 삽입한 글들이 참 좋았다.(30,40,207,220,243,298,305) 솔직히 오늘날처럼 교회와 목회자들이 세상의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시대는 없었는지 모른다. 참 목회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상실되고 교회는 교회의 몫을 못하고 있는 때에 참 목회의 소신을 가진 목회자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가. 저자는 그런 시대의 아픔을 올올히 읽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이전투구 같은 종교의 다하지 못한 몫을 그는 어떻게 변혁해 나갈 것인지. 기회가 된다면 저자의 또 다른 책을 읽고 싶다.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탁석산 지음 창비 刊
지난 2000년이던가. 『한국의 정체성』이란 저자의 책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철학자 겸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던 터라 더 그랬다. TV방송의 책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한 저자의 책 색깔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직업을 선택하는 데는 많은 도움을 주겠구나 싶었다. 평생직장이 없어진 현대인들은 나이를 먹어도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수명이 길어진 탓도 있겠지만 퇴직을 하고 나서도 몇 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 현실이고 보면 직업을 어떻게 구하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는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마 그런 지난날이 있었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꽃집에서≫
프레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민음사 刊
이 시집의 원제는『말Paroles』이다.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시인 중 한명이다. 김화영교수가 번역을 했다는 사실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민음사판 세계시인선 17번째 책으로 나온 이 시집은 불의에 대한 항거와 반항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이 누구보다도 뛰어난 항거와 해학의 시인이기 때문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거기 그냥 계시옵소서 그러면 우리도 땅위에 남이 있으리다” .
2010. 12. 31
청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