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이른 아침 수채화에 담을법한 해무(海霧)가 바다를 감싸 안고 있었다.
영상의 기온이라 은은하게 휘날리는 이슬비가 바다 위에 함께 닿으니
아빠만 보기엔 참으로 아깝고 서운하여 가슴 안엔 금세 딸이 들어섰는데..,
더하여 귀를 유혹하는 '서희..양귀비' 있어 카페엘 들어섰구나.
안드레아 보첼리가 특별히 사랑하여 부른다는 '샴페인'이란 곡이 이토록 아빠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데 훌륭한 자연경관마냥 장관(壯觀)이 따로 없다.
셀프로 운영하는 카페인데 50 중반의 주인장이 쿠바산 커피를 사랑하나 보다.
연한 커피 한잔을 들이켰는데 웬일이니..,
커피 맛을 전혀 모르는 아빠인데도 혀를 감싸는 은은함이 네가 좋아하는
생크림 케익을 삼키듯이 부드러움을 주는구나 - 분위기 탓일까?
참으로 오래 간만에 긴 시간을 두고 딸과 떨어져 있다.
일삼아 더부살이로 만지게 된 이틀간 여유이지만 이 시간 촌음(寸陰) 촌음마다
천상의 휴식과도 같은 편안함이 아빠를 감동하게 한다.
딸이 함께였더라면 더 아름다웠을 시간들이지만 수능을 향하여 미리
줄달음치겠다는 너를 두고 비록 몸은 너와 다른 곳에서, 다른 것을 바라보고 새로운
것을 맛보지만 마음은 늘상 네 곁에 함께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구나.
낯선 곳에서의 잠자리라 간밤엔 눈이 감기지 않았다.
늦은 저녁이지만 이불을 걷어차고 역시 바다를 바라보며 오빠에게도 펜을 들었다
잦은 병치레와 함께 허약하기만 한 오빠였는데..,
군엘 입대하고 또 100여일의 시간이 후딱 지나면서 지금의 오빠가 얼마나
고맙고 대견한지 딸래미 또한 아빠와 같은 공감대라 생각한다.
질풍노도라 불리우는 감성의 시기를 애써 지나오며 항상 아빠와 함께하는
동그라미 속에서 아름답고 예쁘게 자라주는 딸이 아빠에겐 세상 가운데 가장
밝게 빛나는 보석이며 가치(價値)임을 뜨거운 심장으로 고백한다.
이른 아침으로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리고 불면(不眠)의 밤을 달리며 쉼 없이
이어지는 딸래미의 일과를 지켜보며 어른으로서, 아빠로서 경쟁 속에 묻혀 사는
너희의 세계가 참으로 안타깝지만 그리하여도 어찌하겠니?
네 선배들이 앞서 그 길을 달렸고 쭈욱 위로는 같은 무게는 아니겠지만
아빠 또한 사방으로 난 여러 갈래의 길들을 직접 걸어보며 '연경의 아빠'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서있음을 가끔씩은 찔끔^^ 의식해주었음 좋겠구나.
한잔의 커피가 이렇게 달고 맛있는 것인지를 여태 몰랐구나.
눈과 귀와 입이 열려있어 이토록 행복한데 공간을 타고 흐르는 천상의 목소리
안드레아와 사라가 함께 부른 'time to say goodbye' 가 이별노래인데도
만추(晩秋)의 단풍처럼 오미자 맛을 섞어내는구나.
아름다움이 있고 장작 타는 듯한 내음새도 함께 한다.
살짝 허전함을 느끼는 고독함도 없진 않다.
오랜만에 동무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을텐데 친구들과는 재미있게 지냈니?
특별하게 꾸미지 않은 무대이지만 소박함과 단순함 속에서도 추억이라는 것이
이름하니 그 진국이 딸래미 너희들이 만지고 느끼는 우정이며 사랑 아니겠니?
마치 '써니'에서 그려진 '나미'의 우정들처럼 말이다.
이슬비이지만 비가 걷힌 바다 위에는 어느새 해무(海霧)도 함께 걷히며
바다를 주름잡는 갈매기 무리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강남에서 이동하는 철새들일까?
더 높은 하늘 위엔 대장을 중심으로 철새무리가 긴 꼬리를 형성하며 V자
비행대를 연출하고 있구나.
파도는 잔잔하고 소설(小雪) 갓 지난 겨울이지만 늦가을과도 같은 정취 속에
아빠가 빠져있으니 망중한(忙中閑)을 걷는 아빠의 휴일이 참으로 달콤하다.
어느새 커피 한잔을 다 넘기고 말았구나.
이제 서서히 상경(上京)을 준비하려 한다.
딸!
항상 밝고 건강하게 커 주어 고맙고 감사하단다.
지난 어버이날 네가 선물한 '아빠를 사랑하는 50가지 이유' 처럼
지금 아빠에게도 50가지가 넘는 '너를 사랑하는 이유' 를 가슴속에 되새김질
해보며 편지를 마무리하려 한다.
아빠의 망중한처럼 얼마지 않는 1학년 겨울방학땐 아빠와의
멋진 여행 & 데이트로 아름다움을 추억하자꾸나.
지금처럼 몸과 마음이 항상 건강한 아빠의 딸 연경임을 자랑스러워하자.
사랑한다.(^.^)
2014년 11월 23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