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울릉도도 55년 만에 찾아온 육지의 추위 못지않게 기록적인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눈이 많이 오는 울릉도는 추위가 계속되면 눈이 녹지 않아 고립이 오래간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나리분지나 저동의 봉래폭포 에서는 눈이 지붕보다 높이 쌓여
지붕위의 눈을 치우려면 마당에 쌓인 눈에서 지붕으로 뛰어 내려야 할 정도다.
나도 한 달 째 고립되어 있는데 두어 번 체인을 감은 트럭을 타고 밑의 마을에 갔다 왔을 뿐이다.
법정스님이 가장 좋아한다는 책 월든의 저자 소로우는 월든 호숫가에서 2년을 살고
도시로 돌아갔지만 소로우처럼 깨닫지 못해서인지 10년 가까이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자연은 변하지 않고 다만 인간이 변할 뿐이라 미래를 확신 할 수는 없지만
태풍에 집이 쓸려가고 눈에 지붕이 무너지는 험한 환경의 울릉도라도
이곳에 뼈를 묻어야만 된다는 생각은 단단해져만 간다.
다만 이곳 생활에서의 아쉬움은 있다.
그중 으뜸은 이곳 사람들과의 관계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멀어져만 간다는 것이다.
어쩌면 멀어진다는 것 보다는 내가 줄 마음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인 줄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한 이곳에서 인간의 성악설을 믿게 되었고 넒은 바다 앞에서 인간은 더욱 좁고
편협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될 정도다.
그들로부터 받은 상처와 실망이 되풀이 될수록 우리는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자따의 삶을 살아가자고
여러 번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 들어온 이래로 올해처럼 춥고 긴 겨울이 없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바다 날씨가 안 좋고
겨울이라고 해도 한 두 차례 손님들이 왔었는데 올해는 아무도 오지 않아 더욱 쓸쓸한 겨울을 보내는 것 같다.
캐나다에서 캠핑을 하며 횡단 여행을 할 때 아름다운 호수와 산림이 되풀이 되어 펼쳐지지만
그곳에서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 없어 마치 흑백사진을 보듯 단조롭고 심지어 밤에는
공포영화의 비명 속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곳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어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처럼 한 달씩 눈 속에 갇혀 있을 때에는 사람 냄새가 몹시 그립다.
가끔 카페 게시판에 놀러 오라는 글을 남기면 집사람이 옆에서 마치 구걸하는 것 같다고 투덜대지만
그 순간 자연을 자연답게 하는 사람이 그리워서 그럴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람은 그리운데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누가 왔다갔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생활비의 대부분이 손님 치르는데 들 정도로 많이 왔었지만
이제는 온 사람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왜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돈 때문인 것 같다.
날씨 때문에 최소한 4,5일의 여유는 있어야 되고 차비와 배 삯 등 최소한 3,4십만원의 돈이 들어가니
요즘처럼 생활이 어려운 시기에 큰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사실 내 주변에는 외국기업에 다니는 후배 한명을 제외하고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 없다.
나 역시 그동안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왔으니 유유상종이라고 자기 집 가진 사람들이 없다.
하지만 돈이 물질은 살 수 있어도 행복은 살수 없듯이 모두들 행복하고 자유롭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멋진 친구요
후배들이다.
그런데 그동안 서로 가난하지만 더 어려워졌을 때는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요즘 내가 갑자기 돈이 생기면서
소심한 탓인지 그들에게 왠지 미안하고 쑥스럽고 소원에 지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택배가 오고 그것이 무엇이든 기쁜 마음에 방어와 한치를 잡고 산에서 나물을 뜯어
육지로 보냈는데 그런 재미가 사라지니 울릉도에서의 삶의 의미가 많이 퇴색하는 것 같다.
돈이 생기니 은행의 vip 고객이 되어 창구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특실에서 볼일을 쉽게 보고
한 달에 이자만 수 백 만원씩 들어와 여행도 가고 싶으면 아무 때나 짐 싸들고 떠나
좋은 호텔에 머물면서 룸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돈은 똑같이 쓸 수 없는 사람에게 시기와 질투를 유발시켜 사람들과 멀어지게 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여행에서 조차 감격과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평생 가난하게 살아온 나에게 헛된 망상과 오만을 부추기는 악마요 순수함을 녹여버리는 독극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기 위해 그 돈을 모두 집 짓는데 쓰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투자 가치도 없고 어느 누구도 산속에 있는 그 집을 살 사람이 없다고 말리며 심지어
나 죽으면 집사람도 살지 않을 울릉도 산속에다 그 큰돈을 쓰느냐고 반대하지만 예전처럼 작은 돈으로
가난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생활비를 아껴 적금을 타면 그 돈으로 일 년에 단 한번이라도 떠나
싸고 좋은 숙소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과 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의 감사함을 느껴보고 싶다.
이번에 보름동안 천만 원 가까운 돈을 써가며 난생처음 호화로운 여행을 했지만
여행 내내 내가 뭐하고 있는 짓인가 하는 회의에만 빠져있었다.
예전에 아프리카에서 없는 돈으로 학교에 기부를 해서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사주고 포터 없이
킬리만자로에 올랐을 때 우후르 정상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인도에서 가난한 릭샤꾼에게 많은 돈을 주고
더러운 3등 칸에 몸을 실었을 때 사람의 향기에 취해 여행심은 불 타 올랐었다.
나이가 먹어 가난한 여행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은 변명일 뿐 진정한 여행심은 돈이 아니라
순수한 사랑과 따듯한 마음에서 나오고 서로에게 사주는 술 한잔도 서로 기쁘고 즐겁게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서 모든 돈을 집 짓는데 써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도 오만한 생각이라고 느낀다면 그 집은 비단 나만의 집이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벗들의 집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짓는 집의 2층 다락방에 노래방을 만든다.
그 노래방을 만들기 위해 건축비 까지 해서 5천만원이 들어가니 아마 울릉도에서 제일 비싼 노래방일 것이다.
그 노래방에서 술과 반가움에 취해 목이 쉬도록 노래 할 수 있어 좋고 다시 가난한 생활로 돌아 갈 수 있어 좋다.
나의 가난한 벗들이여 비록 집은 없지만 가난이 우리의 신전 아닌가?
인도의 성자 까르비는 이렇게 말했다네
“진짜 부자는 참된 사랑을 가슴에 지닌 자이다.”
첫댓글 영원한 울릉도의 이방인이 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다녀가는 육지인 또한 영원한 사랑방 손님이 아닐지... ...???
형님! 조금만 기다리세요...제가벗 해드릴려고 육지에서 땅과 온갖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형님 마당 한켠에 자리하게 해주시면 횡 달려 가렵니다.... 윤지 내년 초에 졸업하고 윤관이 내년
제대 합니다... 여기도 눈이 많이 왔습니다... 밖은 메마른 칼바람이 불어 엄청 춥고 비닐하우스 안은 한낮엔 40도가 넘어가는 속에서 열심히 살려고 바둥거립니다....
밖에 나갈땐 두꺼운 외투를 입어야 하고, 비닐하우스 안에서 작업 할 땐 반팔을 입어야하고, 적도와 북극을 한걸음 차이로 왔다 갔다 합니다. 그래도 가끔은 쉬는 시간 피워문 담배연기 사이로
형님을 그리워 해 봅니다.... 나중에 저 귀찮다고 하시지 않을꺼죠..ㅎㅎ
사랑합니다. 형님 내외분을... 그리고 세상 많은 이를 사랑하며 살아 갑니다... 글 속에 어찌보면 좀 자조 하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변하지 않고 환경이 변한 것이라 생각하시고
마음 편히 잡수세요...오늘 저는 대전에 다녀 왔습니다... 토요일 토마토 모종을 심는데 이제 수확시기인 5월이 될 때까지 손가락 빨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아는 후배의 도움으로 대전 증권회사
지점에 가서 좋은 먹을거리에 대해 강의하고 손수 만든 천연비누 팔고 왔습니다... 우선 농사 작기를 잘 잡아 형님과 지내는 시간을 좀 많이 가져 보고 싶습니다...
마음이 있으면 그 것은 실행이 된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마음이 있으니 곧 이루어 지겠지요. 몸은 담양에 있지만 마음은 울릉도 하늘에 있다는 걸 생각하시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그럼 몸 건강히 계세요.
들어 올 날을 학수고대 하고 있을께..가급적이면 둘이서 둘어오면 좋은데..진정한 짝은 언제 나타나나?
그런 마음은 누구나 갖는 마음입니다. 요 몇일 집에 칩거해서 있었는데 나만의 고립에서 우울해 집디다. 휴대폰은 아무도 날 찿아주질 않고, 해는 어김없이 뉘역뉘역 지고.. 외로움은 아닌데 나이든 여자의 빛바랜 인생페이지라고나 할까? 그저 이만큼도 내겐 행복이라고 내집에 들어오는 햇살에게 위안받고 삽니다. 살날이 살아온날보다 작고 몇년있으면 닥칠 내나이에 대한 예의상 굳굳해지려 체면을 걸며 그렇게ㅋ 지금 내가 행복한건.. 내방에 새로산 오렌지색 커다란 여행가방을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ㅋㅋ 커다란 가방은 장시간 여행하려고 산겁니다.ㅋㅋ 늙으니까 가방도 커야겠더라구여.. 을릉도 노래방에 마가목주 파나요?ㅋㅋ
10리터 짜리 두통을 담가놨어요...한치를 보내야되는데 올해 한치가 씨가 말랐는지 아무도 못잡고 있어요...저도 오늘 5일만에 내차를 끌고 혼자서 낚시 갔었어요..ㅠㅠ ..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