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를 맡고 처음 진행하는 행사라서 서투른 점이 많았지만 석광호 전임총무님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주말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염려가 되었는데 이날만은 등산하기에 딱 좋은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8시50분쯤 지하철 동백역 2번 출구에 도착하니 동문들의 모습이 한분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은근히 걱정이 되더군요. 워낙 좋은 날씨라 다들 다른 곳으로 각자 행차를 하였을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9시 정각이 되자 빨간 모자와 빨간 상의를 걸치신 최기대선배님이 제일 먼저 지하철 출구 쪽에서 모습을 드러내셨습니다. 며칠 전 제게 전화로 ‘산행대회에 참석하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하셨을 때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2년전에 제가 그 코스를 걸어보았기 때문에 저보다 34년이나 빠른 대선배께서 장산을 등반하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도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천식 때문에 고생하던 터라 선배님을 모시고 대천공원만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좀 편할 수 있다는 속셈이었지요. 그런데 이날 제일착으로 도착하신 선배님의 의지를 보면서 제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흡입용제를 꾸준히 사용한 덕분에 2~3일 전부터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곧 이어 이날의 막내 김상귀동문(59회)이 등장하고 그 뒤를 따라 박노삼 회장님을 위시하여 동문들이 줄줄이 도착하였습니다. 그 중에는 오랫동안 미국생활을 하시다가 귀국하여 수년전부터 양산에서 병원을 하고 계시는 심제용선배님(32회) 내외분도 계셨습니다. 최근 동문 산행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시는 분입니다. 동문의 정을 무척 그리워하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발 전에 회장님께서 준비하신 등산용 장갑과 지원받은 빵과 음료수, 수건 등을 지급하고 9시40분 경 산행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늦게 도착한 몇몇 동문과 합류하여 지형에 익숙한 장기형동문의 안내를 따라 앞선 일행을 쫓았습니다.
곳곳에 연분홍 철쭉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며 봄을 찬미하고, 잎눈이 튼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초여름을 느낄 만큼 푸른 숲을 이룬 산길을 걸으면서 맛보는 상쾌함은 진료실에서 쌓인 묵은 피로를 한방에 날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 후 일행의 후미를 만나서 동행하던 중에 최기대선배님께서 산길을 오르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평지를 걷는 것도 힘드실 연세(금년 8월이면 만90세)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자세로 걸음을 옮기시며 세상을 보는 안목과 경륜, 해박한 지식을 후배들과 나누시는 모습이 감탄스러웠습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젊은 후배들과 보조를 맞추기에는 다소 지치신 듯하여 일행을 먼저 보내고 뒤로 쳐지자 염려가 되신 듯 지성우선배님께서 뒤에 남아서 동행을 해주셨고, 중간쯤부터는 손계학 동문이 기다리고 있다가 코스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옥류봉 밑 체력단련장 부근에서 황한호선배님과 석광호 동문님이 길을 잘못 들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전파가 끊어져 연락도 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다행히 길을 잘 찾아서 무사히 귀환하기를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갈맷길로 들어섰을 때 회장님과 통화가 되어 알아보니 선두 그룹은 이미 대천공원을 지나 최종집결지인 식당을 향하고 있었으나 황한호선배님을 모신 석광호동문님과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하셨습니다. 저희가 수차례 전화를 드렸으나 매번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산길은 다리에 힘이 풀려 미끄러질 위험이 크다지만 최선배님은 도중에 두 차례만 잠시 앉아서 쉬었을 뿐 ‘혹시 산길에서 어려움을 겪으시면 어쩌나?’하던 저의 염려와는 달리 가벼운 걸음으로 대천공원을 거쳐 오후 1시경에 집결지인 그린피그 갈비식당에 도착하여 회장님을 비롯한 많은 동문들의 환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을 위시하여 동문들 모두가 연락두절상태에 있는 황한호선배님과 석광호동문을 염려하였으나 어찌할 도리도 없고 다만 무사히 길을 찾아 내려오기를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전화연락이 되어 두 분께서 군부대 철조망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후 3시 반쯤 모임을 파하고 근처에서 후배 동문들과 남아서 석광호 동문님을 기다리던 중에 무사히 큰길을 찾아 하산길로 접어들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황선배님을 댁으로 차를 태워보내시고 석광호선배님도 막 댁으로 향하시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가 오후 5시 50분이었습니다. 석광호선배님, 총무로 일하실 때도 수고가 많으셨는데 임무를 넘기시고도 평생 잊지 못할 더 큰 수고를 하셨습니다.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날의 모든 영광은 최기대 대선배님과 석광호동문님께 돌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오랜만에 여러 동문들과 더불어 장산의 녹음을 만끽하면서 사연도 많고 뜻도 깊게, 그리고 즐겁게 보낸 하루였습니다. 홍일점으로 이경한(51회)동문이 부군이신 고경우 부산시의사회 자문변호사님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날 산행에 참가해 주신 동문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가을 본부동창회에서 추진하는 산행에도 함께 하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산에 갈 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회장님이 등산용 장갑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고두고 잘 사용하겠습니다.
*산행 도중에 내걸고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마련했던 <경북의대 부산동창회 산행대회> 현수막은 조가 여럿으로 나뉘는 바람에 한번 내걸지도 못하고 제 배낭 속에서 잠들고 말았습니다.
참석자 명단(존칭 생략)
박노삼 회장, 최기대(12회), 황한호(27회), 김희교(28회), 지성우(31회), 심재용(32회)부부, 최명부(33회)부부, 김수길(34회), 김태곤(38회), 박진현(39회), 장한기(41회), 박재우(43회), 석광호(45회), 이영주(45회), 장기형(45회)부부, 정기묵(45회), 고병구(46회), 정준헌(46회), 이대운(47회)부부, 손계학(48회), 이영택(48회), 박창호(49회), 이재성(49회), 오동원(51회), 이종오(52회), 하정환(56회), 김상귀(59회), 이경한(59회)부부 등 총33명 + 2차 참석; 채광수(46회), 남상숭(49회), 김인영(51회) >> 총 36명 참석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후기 잘 읽고 갑니다.
총무님 수고많았습니다 석광호,손계학 동문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고병구 총무님 수고많습니다.
저는 옥녀봉 밑 체육단련장 근처까지 와서 오르막에서 힘들어서 온길로 돌아가려니까 너무 늦어 빨리 내려가려다가 샛길이 보여서 아무생각없이 내려가다 보니, 아이쿠 군부대 철조망이 막혀있었습니다.
안그래도 황한호 선배님이 내려오다가 딴 등산객이 안 보여 길이 이상하다고 이야기 하셨으나 내려가는길이니 괜찮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는데 길이 막히니 막막하였습니다.
할수 없이 고병구총무, 등산길에 밝은 장기형동문의 연락을 받고 다시 능선으로 힘들게 올라 갔습니다
나이 많으신 선배님에게 미안하고 해서 몸둘바를 모르고 처음내려온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겨우 길을 찾아서 쉬다가 아침에 출발한
운촌 건널목까지 도착하여 황한호 선배님이 댁으로 가는 차타시는 것보고 돌아서니 오후5시30분이였습니다.
점심도 못먹고 아침에 받은 빵으로 끼니를 때웠습니다.
아무튼 힘든 봄등반이였습니다만 선배님과 같이 등반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하여 나릅대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걱정해주신 박노삼회장님, 고병구총무님 그외 여러동문님에게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석광호 선배님 장산코스가 넘 짦았나봅니다. 산이 너무 아름다와 오래 머물수록 좋았지요.
고병구 신임 총무님 불편한 몸 상태로 첫산행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셔 대단히 감사합니다.
총무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게다가 뒷풀이 까지 만들어 주셔서 더더욱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