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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11 - 우리의 소원
S#1. 교문 부근, 혹은 게시판
과기부 통합 반대, 혹은 교육부 이관 반대에 대한 플랭카드들이 잔뜩 걸려있다. (플랭카드가 없으면 서툰 글씨로 씌어진 자보들.. )
그 중에서 오늘 교내 집회에 대한 안내문이 클로즈업되어 보여지며.
S#2. 광장 (오리연못 가)
집회하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모여있다. (우리가 찍어놓은 그림 중에서 가장 적은 수)
앞에서 비대위의 간부가 뭔가 얘기를 하고 있고. (구호를 외치는 분위기는 아니고. 많이 모여있다와 경청하는 분위기로.)
S#3. 이교수 강의실
아직 수업 시간 전. 학생들이 모여 두런거리고 있고.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칠판에 적혀있는 어느 학생인가의 글씨. [ 교수님 죄송합니다. 집회에 참석하러 갑니다. ]
그리고 그 밑에 몇 개의 이름이 적혀있다.
학생 하나가 앞으로 가서 그 밑에 이름을 적어넣는다. 그 뒤를 이어 학생들이 우루루 나가서 각자 자기 이름들을 적는다.
이름을 적은 학생들은 강의실을 나가버린다.
중간쯤에 모여앉은 재명, 옥주, 마이클. 그런 상황을 보고 있다가..
재명 : 우린 안 나가봐도 되나?
옥주 : 아까 오면서 애들 모여있는 거 봤는데.. 그렇게 많지 않든걸.
재명 : 그러니까 우리라도 나가봐야되는 거 아냐?
마이클 : 왜? 어디 나가봐? 뭘 봐?
재명 : 밖에서 지금 집회하거든.
마이클 : 지페? 머니?
옥주 : 데모. 데몬스트레이션.
마이클 : 오우! 와이?
재명 : 왜냐면.. (설명하려다가) 아 몰라. 복잡해.
마이클 : 어디서?
옥주 : 응 오리연못가에.
마이클 : 오우 그럼 바이! (하더니 부지런히 교실 뒤로 뛰어나간다)
재명 : (어이없어 보다가) 어뜩할래?
옥주 : (재명의 뒤를 보며) 벌써 늦었어.
재명도 뒤돌아보면 이교수가 앞으로 들어서고 있다. 교실에는 이미 반도 안 남아있는 학생들..
이교수. 학생들을 둘러보고 칠판에 쓰여진 글자를 본다. 칠판에는 이십개 정도의 이름들이 적혀있다.
이교수 : 거기 뒤에! 앉지 않고 뭐하고 있어?
교실 뒤에는 미처 나가지 못한 학생들이 세명 정도 서있다.
이교수 : 니들 그렇게 성적에 자신있어? 결석이면 2점 감점이야.
뒤에 서있던 학생들 서로 쳐다보더니 그 중의 한 학생이 깊이 고개 숙여 절을 해보이고는 뒷문으로 나가자.
다른 학생들도 절을 해보이고는 따라 나간다.
이교수 : ... (다른 학생들을 본다) 니들 오늘 무슨 집회를 하나본데.. 근데 왜 하필 강의시간에 집회를 해?
강의시간 다 끝나고 저녁에 하든지, 일요일날 하든지.. 이거 뭐야. 공부 하기 싫다는 얘기 아니야? 그래 안그래.
S#4. 동아리방
4학년들.. 민재 정태 지원 채영, 스터디를 하려고 모여있는 상황. 테이블에는 각자의 노트며 복사물들이 놓여져있고.
그런데 다들 심란한 분위기다.
지원 : (복사물 새로 펼치며) 자 다음.. 이건 채영이가 발제하기로 했었지?
채영 : 어.. (복사물 뒤적거리다가 덮어버리고) 근데 우리 여기 이러구 있어두 되나?
대학원 선배들까지 연구 중단하고 다 나온 모양이든데.
모두 대답이 없이 조용한데.. 민재 사탕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껍질을 까기 시작한다.
지원, 그런 아이들을 둘러보다가.. 들고 있던 볼펜으로 책상을 탁탁 치다가..
지원 : 우리 둘 중에 하나만 하자. 그렇게 밖이 신경쓰이면 스터디 다음으로 미루고 다 나가든가..
아니면 신경 끄고 스터디 하자구. 뭐니 이거. 아까부터 딴 생각들만 하구 말이야.
채영 : 미안.. (복사물을 다시 뒤지는.. 그러다가 다시 덮더니) 근데 진짜 신경 쓰인다. 잠깐 나가서 보기만 하구 올까?
지원 : 잠깐 보기만 하고 오는 게 무슨 소용있어? 누구한테 무슨 도움이 되냐구.
정태 : 동감이야.
지원 : (의외라는 듯 정태 보더니) 웬일이니. 니가 나한테 동감을 해 주고.
정태 : (무시하고) 어차피 서울에서 높은 분들이 결정하는 문제야. 학교운동장에서 우리끼리 백번 소리질러 봐야 아무 소용없다구.
채영 : (민재를 본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민재 : ... 어.. 난 이달 말에 로봇 축구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래서 오늘 안으로 프로그램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걸로 이민재의 하루는 충분히 빽빽하다는 생각.
지원 : 좋아 그럼.. 이제 공부하자.
채영 : (복사물을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가방을 들어 복사물을 챙겨 넣기 시작한다) 난 갈래.
민재 : 가긴 어딜 가?
채영 : 비상대책위원회가 생겼잖아. 나 거기 가볼거야. 가서 뭐 심부름이래두 할 거 없는지 물어볼거야.
민재 : 박채영.
채영 : (쭈삣거리는 어조) 나 아침에 서명하는데 가서 서명했어. 서명하면서 이게 무슨 소용있나 하는 생각.. 나도 했어.
정태나 지원이 말 맞어. 운동장에서 백번 소리질러 봐야 쓸데없지. 들어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그래서 말이지. 딴 거 뭐. 쓸데있는 일은 없나..알아 보고 싶어. (벌떡 일어나더니 꾸벅 절을 한다)
미안...다음엔 세배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밝게 웃어보이더니 나가버린다)
남은 셋. 어처구니없어 보고.. 민재 김이 새서 아직 만지작거리고 있던 사탕 껍질을 휙 던진다.
S#5. 광장
학생들이 와아 함성을 지르고 있다. 아까보다 더 많아진 모습. 앞에서 구호를 선창하고 따라하는 모습이어도 좋고.
S#6. 석학의 집
진영이 밖을 보는 자세로 들어온다. 비닐 봉지에 사온 물건을 미순에게 건네주며..
진영 :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는데요.
미순 : 더 많아야지. 할려면 더 화끈하게 해야 된다고. 거 몇백명 모여서 조물딱조물딱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이런 건.
진영 : 아이구 난 이 학교에서도 데모하는 거 볼 줄 몰랐는데.. 저러다 학생들이 다치는 건 아니겠지요.
하는데.. 마이클이 헉헉대며 따라 들어온다.
마이클 : 진영. 저기서부터 보고 따라왔어요. 하이... 굿애프터눈. (진영의 주변에서 알짱거리는데) 오늘 더 이뻐요. 리얼리.
미순 : (한심해서 보다가) 아니 근데 넌 지금 이 시간이면 수업시간 아니냐.
마이클 : 오오.. 수업 땡땡이했어요.
미순 : 땡땡이? 아이구 꼭 그런 말부터 배워요.
마이클 : 나 땡땡이하고 데몬스트레이션했어요. 나가서 (손을 흔들며) 이거 이거 했어요.
미순 : 수고했네. 수고했어. 근데.. 이거이거 (손 흔들며) 이건 왜 하는 건지나 알고 한거야?
마이클 : 오오.. 나 그거 물어보고 싶어요. 왜 사람들 화났어요? 왜 하는 거에요?
미순 : 너 거기 앉어. 진영이 너도 옆에 앉어. 최소한 학교 안에서 장사를 할려면 이런 건 알아야지.
에에 그럼 이제부터 내가 설명을 해줄테니까 잘 들어.
마이클 : (얼른 앉으며) 땡큐 마담.
미순 : 어험.. 문제는 지난 3월 초로 거슬러 올라가요. 그때 나라에 높으신 양반들이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몇가지 안을 냈어요.
근데.. 그 안 중에 과학기술부를 없애고 산자분가 어딘가하고 통합을 하겠다.. 그런 게 있었어요.
진영 : 산자부가 뭔데요?
미순 : 산업자원부.
진영 : 그게 과학이랑 뭔 상관이 있는데요.
미순 : 내가 아냐? 높은 양반들이 생각한 거래니깐. 근데 문제는 카이스트가 이 과학기술부 소속이었다는 데 있다 이거야.
다른 대학은 다 교육부 소속인데 카이스트만은 과학기술부 소속이었거덩.
마이클 : 왜요?
미순 : 에... 그게 왜냐면.. (우물거리다가 주머니에서 유인물 몇장을 꺼낸다)
마이클 : 그거 뭐에요? 컨닝페이퍼?
미순 : 시꺼. 이거 비대위에서 나온 유인물이야. 잠깐만.. (읽어보는)
S#7. 교수식당
서교수와 박교수가 식사중이다.
박교수 : (흥분해 있어서 밥은 뒷전이다) 애초부터 이 카이스트를 만든 건 그냥 보통 대학교를 만들자고 한 게 아니었다구.
거 신문에 많이 나오는 말.. 거 뭐지? 그래 우리나라에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자... 이래서 만든거야.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건 교육법으로 만든 게 아니고 과학기술원 법으로 만든 학교라구. 그런데..
서교수 : 어이어이 좀 진정하구 말해. 작게 말해도 다 알아들어.
박교수 : 어 그래. 진정하고. (큰 숨을 쉬는) 그런데 정부에서 내놓은 안이란 게, 뭐? (옆에 있던 신문 펄럭이며) 여기 나와있잖아.
(읽는) 과기부를 산자부에 통합하면서 과기부가 보유한 기초과학 기술 인력 양성 기능을 교육부로 이관한다..
이게 뭔 소리야. 그러니까 우리 카이스트를 교육부로 넘긴다는 얘기잖아. (다시 소리가 커져간다)
서교수 : 아니 잠깐만.. 난 중학교때부터 미국에서 공부를 해서 사실 국내 사정 잘 몰라.
그러니까 카이스트가 교육부로 넘어가면 뭐가 나쁘다는거야?
박교수 : 어어참 혀엉. 그렇게 되면 그동안 카이스트가 받아온 지원들이 말짱 꽝이 될지도 모른다구.
서교수 : 왜?
박교수 : 왜는 왜야. 세상엔 형평의 원칙이란 게 있잖어. 같은 교육부 소속의 대학이 되 봐. 지금까지 과학기술원법에 따라
매년 600억씩 지원 받던 거.. 아니 쟤네 학교만 주냐? 이럴 거 아냐. 덕분에 우리 애들은 등록금도 안내.
근데 왜 니네 학교만 등록금 안받냐. 이럴 거 아냐.
S#8. 복도
비상대책위의 회의가 열리는 소강당으로 가는 복도.. 주욱 트래킹하는 위로 비대위원장의 소리가 들린다.
위원장 : (E) 그 뿐 아닙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제껏 우리가 소신있게 수행해온 교육제도를 바꿔야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제까지 우린 교육법과는 상관없이 고등학교 2학년만 마쳐도 입학을 할 수가 있었고.
작년부터는 완전 무시험으로 면접만 보고 입학을 할 수 있었습니다.
S#9. 소강당
비대위의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가득찬 학생들이 경청하고 있다.
앞에는 비대위의 위원장을 비롯, 몇 명의 간부들이 늘어서 있고. 현재 위원장이 설명 중.
(여기 위원장은 이교수 랩의 박사1이 맡아도 될 듯)
위원장 : (계속) 솔직히 이제까지 우린 교육부 장관이 바뀔때마다.. 또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육제도가 바뀌고 입시제도가 바뀌는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서 그나마 우리 학교는 과기부 밑에 있었기 때문에 과학영재를 꾸준히 선발해 올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카이스트가 교육부로 넘어가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에 재능이 있는 후배가 아니라 단지 수능시험 성적이 좋은 후배들을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듣는 학생들 중에는 채영도 있다. 채영 번쩍 손을 든다.
위원장 : 질문 받겠습니다.
채영 : (일어서더니) 저어.. 이건 그냥 걱정이 되서 하는 말인데요. 이런 우리들 생각이 외부 사람들이 볼 때는 에.. 그러니까..
너무 이기적이라고 보이지 않을까요. 지들이 받는 특혜를 유지하기 위해서 저러는구나..뭐야 밥그릇 싸움이잖아..이렇게요.
위원장 : 저희 비대위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견 있는 분 계십니까?
학생1 : (벌떡 일어나더니) 이건 특혜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장래에 대한 문제 아닙니까?
학생2 : 우리 냉정하게 얘기합시다. 솔직히 우리 학교가 특혜를 받는 학교라면 왜 이렇게 사람들한테 인기가 없지요?
우리 학교 신입생 경쟁률은 2대 1도 안된다면서요?
학생3 : 저는요. 과학고가 아니구 일반고등학교 출신이거든요. 고3때 여기온다구 그러니까요. 우리 담임선생님이 저 기합줬어요.
카이스트 같은데는 졸업생을 넣어봤자 학교 평가에 쳐주질 않잖아요. 우리 부모님도 엄청 반대하셨구요.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 다 놔두고 카이스트가 뭐냐구요.
학생1 : 그건 저두 마찬가집니다. 우리 아버지 저 의대 안 가면 내쫓는다구 그랬는데 일루 왔습니다. 난요. 그냥 연구실에서
연구만하게 해주면 되요. 근데 이런 식으로 자꾸 헷갈리게 하면요. 저 유학 갈겁니다. 이 나라에서 정말 더 못하겠다구요.
아이들 저마다 와글와글 떠들기 시작한다. 채영, 벙해서 주위를 둘러본다.
S#10. 복도
설명회를 끝낸 학생들이 삼삼오오 나오고 있다. 여전히 흥분들이 남아서 얘기들을 나누며..
채영이 혼자 털레털레 나오다가 한곳을 보고 멈추더니 픽 웃는다.
저만치 복도의 벽에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던 민재. 채영을 보고 걸어나온다. 둘 함께 걸어오며.
채영 : (걸으며 실실 민재의 눈치를 살피다가) 흐흥... 로봇들은 어떡하구 여기까지 오셨을까?
민재 : 음.. 로봇축구에서 이길려면 프로그램이 아주 중요하잖어.
채영 : 그렇지.
민재 : 그런데 그 프로그램을 담당한 회원이 딴데 정신이 팔려있단 말이지.
채영 : 오오.. 세상에.. 그게 누구야 대체.
민재 : 그래서 생각해봤지. 음.. 대회에 나갈려면 먼저 그 회원부터 끌고 와야겠구나.
채영 : 근데 그 회원은 아주 고집불통이야. 그치? 지가 하고 싶은 건 죽어도 하고 죽는다구.
민재 : 맞어. 그래서 아주 고민이야.
채영 : (빙글빙글 웃으며 걷다가) ...너 왼쪽 팔 이렇게 해봐. (자기의 한 팔을 둥글려보인다)
민재 : 왜.
채영 : 해봐아.
민재 : (팔을 둥글리면)
채영 : (낼름 그 팔에 팔짱을 끼고 걸으며) 고마워.
민재 : ...뭐가.
채영 : 어쩌구저쩌구 해도 결국 같이 있어줄려고 온거잖어. 그러니까 고맙다고.
민재 : 체에.. (하면서도 기분이 풀려서 채영과 함께 걷는다)
채영 : (히히 웃으며 걷는)
S#11. 이교수 랩 밤
이교수를 중앙으로 연구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상태. 박사1(명환)과 중희 만수 등이 보인다.
현재 이교수에게 깨지고 있는 상황.
이교수 : 인터넷 원격 제어 프로그램 구조는 손 봤어?
모두 : (조용...)
이교수 : CGI(씨쥐아이)로만 프로그래밍 해놓으니까 원격지 로봇에 연산 부하가 너무 많이 걸리게 되잖아.
로봇 시뮬레이터 부분만 분리시켜서 JAVA(자바) 언어로 다시 손봐.
※ CGI (Common Gateway Interface) : 인터넷 사용자가 월드 와이드 웹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
※ 자바(JAVA) : 썬마이크로시스템에서 만든 월드 와이드 웹 프로그래밍 언어.
만수 : (얼른) 예. 알겠습니다.
명환 : 저기 근데 여기 로봇 포지셔닝(또는 위치 추정) 시스템에 오차가 너무 큰거 같은데요.
이교수 : 간단한 구조의 옵져버를 사용하니까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는 잡음에 강한 칼만필터를 사용해 보라구.
※ 옵져버 (Observer) : 시스템 내부 상태를 추정하는 관측자
※ 칼만필터 (Kalman Filter) : 잡음이 존재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필터
학생들 : 네..
이교수 : 이거 정부 프로젝트야. 지금 니들은 나랏돈으루 나라일을 하고 있는 거란 말야.
나랏돈이 어디서 나오니? 국민 세금이야. 정신들 차려.
학생들 : 네에..
이교수 : 저녁들 먹었어?
만수 : 아뇨오오..
이교수 : 밥 먹으러 나갈까?
만수 : 캄사합니다.
만수 후다닥 나갈 준비하고 아이들 흩어지는데..
소리 : (전화벨소리)
만수 : (얼른 받아서) 네에 지능제어연구실입니다. 아 처장님. (이교수를 보며) 예 지금 계시는데요.
이교수 만수를 돌아본다.
S#12. 처장실
처장 난처한 듯, 찻잔을 만지작거리다가..
처장 : 일이 그렇게 됐습니다.
이교수 : (어이가 없어서) 중단..하라구요? 3년동안 해오던 연구를 중단해요?
처장 : 정부방침이랍니다. 일년 내에 상품화가 될 수 있는 기술만 만들라는 겁니다.
이교수 그 프로젝트 일년 안에 상품화 시킬 수 있어요?
이교수 : 일년이요? 아니 이건 처음부터 최소한 십년은 걸려야 된다고 보고하고 그래서 시작한 거잖아요.
처장 : 나라 경제가 어렵잖습니까. 그래서..
이교수 : 나라 경제가 어려울수록 이런 장기적인 연구에 힘을 써야 된다구.. 이건 처장님이 신문칼럼에도 쓰신 말이잖아요.
처장 : 나라 방침이 그렇습니다. 일년 내에 상품화될 기술만 지원한다. 돈 없이 연구를 할 수는 없으니 어쩝니까.
이교수 : 그럼 후년에는요. 그 다음해엔 어뜩할라구요. 다른 나라에서 하나 하나 연구결과들이 나올 때
그 땐 비싼 돈 들여 그거 사와야 될 텐데.. 그게 나라경제 구하는 방법이에요?
처장 : 이교수. 나한테 소리질러 봐야 소용없어요. 내가 돈 주는 사람 아니에요.
이교수 : (어느샌가 일어서 서성거리다가 사정하듯) 그동안 들인 연구비가 아깝잖아요. 우리 애들도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아니 처장님. 나라에 무슨 자문위원인가 그러시대매요.
처장 : 제가 국가 과학기술자문위원입니다. 명색은.
이교수 : 그럼 가서 말 좀 해보세요. 과기부에선 뭐래요.
처장 : 허어.. 이교수께선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통 모르시는구만요. 과기부 자체가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모르셨어요?
이교수 : 그런 얘긴 몇 년 전에도 있었던 거 아녜요?
처장 : 있었지요. 정부가 바뀔때마다 있었던 얘기죠.
이교수 : 그런데요.
처장 : 이번엔 과기부에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를 몽땅 하나로 합쳐보 겠답니다. 그게 이번에 나온 정부조직개편안이래요.
이교수 어이없어 할말을 잃고 보고 있다.
S#13. 동아리방
지원이와 정태 둘만 있다. 지원이는 책을 몇 개 펴놓고 공부 중이고 정태는 신문을 보고 있다.
지원이 문득 시계를 보더니..
지원 : 얘들은 안 올건가? 민재는 왜 안 오는거야?
정태 : (신문의 한 곳을 읽으며) 너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 연구에 얼마나 투자하는 줄 아냐?
지원 : 왜 무슨 기사가 났는데?
정태 : 민간부문 제하고 나면 GNP의 1퍼센트도 안된대. 이런거 보면 우리나라 과학자들 대단해. 이 투자 받아서 이만큼 해냈잖아.
지원 : (잠시 책을 뒤적거리다가) 너 애들 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된다면 어떻게 할거니?
정태 : 뭐가 최악의 시나리온데?
지원 : 과기부 없어지고, 우리 학교는 교육부로 가고, 그래서 다른 학교들처럼 등록금 내가면서 공부해야 된다면.
정태 : 지원금도 줄어서 실험 대신 책으로 공부하게 되고?
지원 : 그래.
정태 : 넌?
지원 : ..난 학교 그만둘거야.
정태 : 그만두면?
지원 : 등록금이 있으면 난 처음부터 여기 안 왔어.
정태 : 여기 안 오면?
지원 : 의대 갔을거야. 의사가 되면 돈 잘 벌잖어.
정태 : 법대도 괜찮지. 너 정도면 4학년쯤엔 고시 패스 했을거 같은데.
지원 : 느네 집은 괜찮어? 석사 박사 등록금 대줄만해?
정태 : 난 군대 갈거야.
지원 : 군대에선 평생 밥 먹여주니? 군대 끝나면?
정태 : 뭐.. 자동차 정비소 같은데 취직해볼까. 기계 만지는 건 좀 자신 있으니까.
지원 : (보다가 웃고 책 챙긴다) 그만 가자. 얘네들 안 올건가봐.
정태 : 구지원.
지원 : (보면)
정태 : ...느네 집이 아주 부자라서 말이야. 졸업하고 돈 벌 걱정 안해도 된다면... 그래도 의대 갔을거냐?
지원, 손이 멈춰서 잠시 있다가 정태를 본다. 정태, 지원을 말없이 보고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채영과 민재가 들어온다. 채영은 종이 몇장을 들고 있다.
채영 : 야아 니들 아직 안 갔구나.
정태 : 뭐야. 이 시간에 스터디 하자고 찾아 온거야?
민재 : 오늘 스터딘 안되겠는데. 채영이 아주 바뻐.
채영 : (들고있던 종이를 흔들어보이며) 이거 각 신문사 기자들 이메일 주소거든. 여기다 우리 진정서를 다 보낼거야.
니들도 한통씩 보내줄래?
지원 : 신문사 기자들?
채영 : 어. 한사람이 보내는 거보다 여러사람이 보내는 게 좋잖아.
정태 : (민재를 보며) 니 손에 든 건 뭐야.
민재 : 에.. 이것으로 말할 거 같으면 전국 각 대학 총학생회의 이메일 주소다.
정태 : 그건 왜?
민재 : 몰라. 정신차려 보니까 이게 내 손안에 있더라고. 그래서 난 오늘 밤새 각 대학에다가 지지해달라는 메일을 보낼건가봐.
정태 : 뭔 소릴 하는거야?
민재 : 나두 몰라.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옆에서 채영이 히히 웃으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
S#14. 밤 캠퍼스 그 중에 불 켜져있는 도서관.
S#15. 도서관 내부 밤
아이들이 보이긴 하는데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서 신문을 들추거나 얘기를 나누는 모습.
그들의 옆으로 책상 위에는 책들이 어지럽게 놓여진 채.. 책을 보는 아이는 없다.
S#16. 이교수 랩
컴퓨터 모니터에 떠있는 아라 비비에스의 집회 관련 제목들..
중희가 컴퓨터 앞에 앉아 다루고 있고, 다른 연구원들이 그 주위에 모여서 같이 읽어보고 있다.
만수도 맨 뒤에서 기웃거리며 보고 있다.
그들이 팽개쳐둔 다른 컴퓨터의 모니터에는 연구하던 자료(GPS나.. 그외 그림이 좋은 것)가 홀로 떠있다.
S#17. 이교수 연구실 밤
컴퓨터 모니터에 화면 보호기가 작동하고 있다. 책상 위엔 여러 가지 파일들이 어지럽게 놓여져있다.
이교수, 프린트 자료 하나를 들고 연구실 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걸음을 멈춘다.
새삼스레 손에 들려져있던 자료를 본다. 한숨이 나오더니 자료를 책상 위에 휙 던져버린다.
S#18. 전자동 주차장 밤
이교수 퇴근을 하려고 나선다. 자동차로 가서 문을 여는데.
박교수 : (E) 이교수님. 퇴근하세요?
이교수 : (돌아보면)
박교수와 서교수가 저만치.
이교수 : 네.. (서교수에게 목례하고..)
서교수 : (목례로 받고)
박교수 : 야아 잘됐다. 같이 가세요. 우리 한잔 할려고 가는 중인데요. 술값은 형이.. 아니지. 여기 서교수가 내기로 했거든요.
이교수 : 아니 됐어요. 두분 가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
박교수 : 아유 안주가 아주 좋아요. 오늘 밤 안주가 뭐냐면요. 과기부 폐지를 놓고 본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장래!
어때요. 맛있겠죠. 음? 질겅질겅...
S#19. 삼겹살집
몇몇 테이블은 이미 취객들로 차있는데.. 박, 서, 이교수 함께 들어선다.
박교수 : 어이구 자리가 없네. 우리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가본데요. 이거 소주 한병에 세금을 얼마내드라..
서교수 : 다른 집으로 가야겠는데..
이교수 : (한곳을 보다) 어머.. 처장님.
모두 보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던 처장이 놀라서 그들을 본다.
박교수 : (옆의 서교수를 툭 치더니) 형이 술값 안내도 되겠다아.
S#20. 민재/정태의 방 밤
민재 정태 재명 마이클이 모여서 소주를 마시는 중.
정태 : 재명이 문 잘 잠궜냐.
재명 : 그럼 형, 기숙사에서 술 마시다 걸리면 벌점이 몇점인데. 나 오토바이땜에 그동안 벌점이 엄청나거든.
이번에 걸리면 퇴사야 퇴사.
민재 : 자아자 술잔 다 채웠지? 건배하자 건배.
마이클 : (그저 좋아서 잔을 들며) 오우 치어스..
정태 : 뭘루 건배할건데..
민재 : 어.. 로봇축구 대회 우승을 위하여.
마이클 : (괴로와서 비명) 오우 노우..
재명 : 혀엉 오늘 밤은 로봇 좀 잊어먹자. 어?
민재 : 그래? 그럼.... 이 나라 과학기술의 앞날을 위하여..
재명 마이클 : (동시에 비명과 신음..)
정태 : 야야야 비싼 술맛 떨어지게 굴래?
민재 : 왜? 좋은 말이잖아.
마이클 : 내가 할게 내가.. 어... 마이클과 진영씨의 싸랑을 위하여..
양 옆에 있던 아이들 으이그..해서 마이클을 쥐어박는다.
S#21. 삼겹살집
네교수 모두 얼근하게 취기가 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 처장이 가장 취해있다.
처장 : 내가 아는 친구 하나가 여기 대덕 원자력 연구소에 있어요. 지난 95년에 핵변환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요.
당초 2006년에 개발을 완료하기루 했댑니다. 근데 말에요. 시작하구 일년이 되니깐 과기처 장관이 바뀌드래요.
그러더니 비용이 어쩌구 하면서 일정을 죄 다시 조정했답니다. 그리고 작년 새정부가 들어서니깐 또 한번 계획을
수정하라구 하드래요. 그래서 또 수정했대지요. 이거 1백억원이 드는 연구에요. 이게 앞으로 몇번이나 더 수정될 건지
중간에 그만두게 될건지..이 친구 아까 전화를 하는데 한숨만 디리 쉬구 있드라구요.
이교수 : 그러니 몇억짜리 내 연구는 그만두래면 그만둬야겠네요.
서교수 : 그니까 이게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구 전체 연구소의 문제다.. 이거네요.
처장 : IMF 터지구나서 기업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연구소들을 없앤 겁니다.
연구소에서 일하던 연구원들 다 흩어졌어요. 이 사람들 다시 모아서 다시 일시켜려면 몇 년 걸리는 줄 아세요?
박교수 : 몇 년 걸리는데요?
처장 : 새로 한 사람이 연구소에 와서 연구 파악하는데 3년 걸려요.
박교수 : 3년..
처장 : 그 사람이 하나의 연구성과 내는데는 최소한 3-4년.
박교수 : 합해서 육칠년.
처장 : 그렇지요. 하나의 연구소가 없어지면 육칠년이 손해보는거라 이거지요.
박교수 : (서교수에게) 형.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가 일단 엄청난 걸 개발하는거야.
그리고 그걸 외국에 무지하게 돈을 받고 파는거야. 그 담에 그 돈으로 연구소들을 다 먹여살리는거야. 그럼 되겠지?
서교수 : 그 엄청난 건 돈 한푼 없이 개발하니?
이교수 : (처장에게) 솔직히 전 과기부가 되건 무슨 부가 되건 아무 상관 없어요. 신경 쓰고 싶지도 않구요.
그저 내 연구만 계속할 수 있게 해주면 되요. 그럴려면 이거 어떻게 하면 되는거에요?
박교수 : (서교수에게) 형 방법이 또 하나 생각났는데.. 형이 대통령을 하는거야.
그리고 내가 국무총리를 하고 여기 이교수님이 국회의장을 하는거지. 그러면..
서교수 : (박교수의 술잔을 들어주며) 마셔. 술이나 마시라고.
이교수 : (한심해서 박교수를 흘겨보고 있는..)
S#22. 채영/지원의 방 밤
채영은 중앙 테이블 앞에 앉아서 끙끙대며 진정서 초안을 잡아보고 있는 중이고,
지원은 막 세수를 하고 와서 기초화장품 정도를 바르고 있는 중이다.
지원 : (채영을 보며) 뭐하는 거야?
채영 : 대통령께 보내는 글.
지원 : ..뭐?
채영 : (자기가 써놓은 글자를 읽는) 에.. 과학기술을 육성하겠다고 만드신 카이스트에 일반 대학과 똑같은 평등의 원리를
적용시키신다면, 이곳 또한 취업을 위해 하나의 간판만 따려는 대학이 될까봐 두렵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목표를 잃은 상실감에 허우적거릴 것입니다. ...너무 감상적이지?
지원 : (한심해서 보다가) 그거 써서 청와대로 보낼거야?
채영 : 어. 벌써 맨 끝에 문장은 써놨어. (읽는) 국가발전을 위해 애쓰고 계시는 대통령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지원 : 박채영.
채영 : 왜?
지원 : 할려면 제대로 해.
채영 : ?? 어떻게.
지원 : 학교운동장에 모여서 구호 외치는 것도 좋고, 신문사마다 편지 보내는 것도 좋은데.
문제는 누가 얼마나 알아주냐 하는 거잖아.
채영 : ...그렇지.
지원 : 그럼 좀 세련된 방법을 찾아보라구. 70년 80년대 선배들이 다 했던 것만 따라하지 말구.
채영 : (눈만 껌벅거리다가) 그래서 이메일로 보내잖아. 인터넷으루.
지원 : (한심하다는 듯 웃고는 거울을 향하는)
채영 심각해져서 생각해보는... 그러다 갑자기 손뼉을 딱 친다.
책을 펴던 지원이 돌아보면.. 채영 후다닥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른다. (네자리입니다)
S#23. 정태/민재의 방
술자리가 아직 계속되고 있다. 현재 마이클이 장기자랑을 하며 아이들을 웃기는 중이다.
소리 : (전화벨 소리)
민재 : (웃으며 빠져나와 받아서) 이민잽니다. ..채영이냐? 어...뭐? 지금? 야 너 지금 몇신줄 알어?
웃던 아이들 민재를 돌아본다.
S#24. 밤 도서관 로비.
동상이 있고, 정원조경이 되어있는 로비.. 밤이라서 고즈녁한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민재와 정태, 대충 동상 근처로 자리를 잡으며.
정태 : 뭐야. 왜 불러낸건데.
민재 : 몰라. 당장 안나오면 로봇 프로그램을 다 박살내버리겠대.
정태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민재 : 너까지 끌고 나오라고 했으니까 난 끌고 나온거고. 채영이는 한다면 하는 애니까 난 목숨을 걸고 내 프로그램을 지켜야돼.
정태 : 저기 오시는군.
채영이 지원을 억지로 질질 끌고 오고 있다. 문을 들어서며..
지원 : 아야 아퍼. 이 팔 놓고 얘기해.
채영 : 안돼. 놓아주면 도망갈거잖아.
남자들 멀뚱히 보고 있는데.. 채영 지원을 끌고 그들 앞으로 오더니.
채영 : 안녕.. 나의 좋은 친구들.. 나와줘서 고마워.
민재 : 용건만 말해. 마이클이 술 다 마셔버리면 무슨 난리가 날지 모르니까.
채영 : 나 도움이 필요해.
정태 : (민재보며) 어쩐지 등골이 오싹하지 않냐?
민재 : 아까운 술이 다 깨는거 같다.
채영 : 나 다큐멘터리를 만들거야.
정태 : 다큐멘터리?
채영 : 제목은 우리의 소원.
민재 : 우리의 소원? 통일?
채영 : 30분짜리로 만들어서 인터넷에도 올리고.. 각 신문사나 방송국에도 보내고..국회하고 각 정부기관
그리고 청와대에도 보낼거야.
정태 : 청와대?
지원 : 니가 생각해낸 세련된 시위방법이 그거야?
민재 : 세련된 시위방법?
채영 : 그래서 프로듀서. 카메라맨. 리포터. 편집자가 필요해.
민재 : (조용히 가려는데)
채영 : (돌아보지도 않고 민재의 팔을 잡고) 도와줘.
정태 : (낄낄거리고 웃기 시작한다)
채영 : 나 혼자선 못 만들어. 그리고 내가 도움을 청할 사람들은 니들 밖엔 없어. 그러니까 도와줘.
지원 : 채영아.. 난..
채영 : 넌 디지털 편집해봤잖아. 고등학교때 방송반이었다면서. 앞으로 한달동안 방청소 내가 다 할게.
정태 : 다큐멘터리라.. 음..프로듀서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은거였긴 해.
채영 : 정태야 역시 넌 멋진 놈이야.
민재 : 채영아.
채영 : 넌 리포터 할래? 카메라맨? 아무거나 해.
민재 : 안 도와주면 우리 로봇 프로그램 박살낼거냐.
채영 : 설마 하하.. (표정 싸늘해져서) 그러나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는 없을거야.
민재 : 그래...?
채영 : 나 엎드려서 큰절 할까? 해? 한다.. (넙죽 엎드리려는데)
민재 : (잡아 일으키더니) 좋아. 좋은데.. 우리 로봇 대회 준비는 예정대로 가는거다. 그거 먼저 약속해.
채영 : 좋아.
민재 : 좋아.
채영 :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
민재 : 뭐.
채영 : ... 카메라가 없어.
모두 채영을 본다.
S#25. 이교수랩 앞 복도 밤
만수, 일그러진 얼굴로 보고 있다가 돌아서서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한다. 민재, 재빨리 막아서더니. (잡더니)
민재 : 먼지 하나 안 묻히고 고대로 갖다 줄게.
채영 : 만수선배 요즘 잘생겨지는 거 같어. 진짜야.
만수 : 니들 그거 우리 랩 금고에 들어있는거야. 우리 이교수님이 그거 얼마나 아끼는 줄 알지.
민재 : 알지.
채영 : 만수선배는 아무래도 리포터를 하는 게 어울릴거 같어.
만수 : 그거 아주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야. 그거 사느라고... 리포터?
민재 : 엠씨라고도 할 수 있지.
채영 : 다큐멘터리 엠씨. 그것이 알고싶다.
만수 : (표정이 여러 가지로 변하고 있다) 어.. 그런데 내가 요즘 시간이 없어서 말이지..
채영 : 스튜디오 엠씨만 하면 돼. 리포터는 아무나 시켜도 되거든.
민재 : 문제는 카메라가 있어야 된다는거지.
만수 : ....(목소리가 근엄해져서) 근데 어...질문이 있는데..
채영 : 말씀하세요.
만수 : 그거...엠씨할려면 양복하고 넥타이가 있어야 되지 않냐?
S#26. 아침 캠퍼스 전경
이동하는 학생들..
S#27. 회의실 앞 복도
교수들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만치에서 민재가 교수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있다.
그 뒤에는 정태가 서서 메모지에 부지런히 뭔가를 적고 있다. 채영이 그 메모를 들여다보고 있고.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채영의 모습.. 채영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있다)
채영 : (너무 노련하지 않게... 버벅대면서..)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카이스트 교수님들은 연일 대책 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메모를 컨닝해가며) 대책회의가 끝나는대로 원장님의 한말씀을 듣겠습니다.
카메라 앵글이 아닌 평상 앵글.. 채영이 정태를 돌아보더니.
채영 : 근데 원장님이 한말씀 해주실까?
S#28. 회의실
내부 회의가 끝난 상황.. 교수님들이 아직 여기 저기 모여서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교수들 중 몇이 돌아보는 곳. 한쪽에서 원장님이 민재가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고 넥타이를 가다듬고 있다.
원장 :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해주면 되지?
정태 : 이건 외부 사람들에게 보여줄 다큐멘터리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카이스트가 어떤 학교인지..
그리고 그동안 어떤 교육을 해왔는지 그런 거부터 말씀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원장 : 학생들은 비대위에서 나왔나?
채영 : 아닙니다. 그냥 개인 자격으로 만들고 싶은겁니다.
원장 : 한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
정태 : 물론입니다.
원장 : 학생들이 무얼 만들고 무얼 주장해도 좋아요. 우리 학교는 무엇이든 시도해보라고 가르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냥 주장하는 건 안되요. 이걸 통해서 학생들도 뭔가 배우는 게 있어야 된다고. 그럴 수 있겠어?
정태, 채영 마주 본다. 민재는 계속 원장을 찍고 있다.
정태 : 알겠습니다.
채영 : 뭔가 깨닫게 되면 리포트로 작성해서 제출하겠습니다.
원장 : 좋아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머리칼을 매만지는)
민재 : (카메라 댄 채) 벌써 시작하고 있습니다.
원장 : (간단하게 다음의 내용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카이스트는 지난 28년간 연구중심의 대학으로 성장해왔다.
현재는 매년 이공계 박사과정의 25퍼센트를 배출하고 있고. 국내 벤처기업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이런 성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학 기술원법이 보장하는 개별법인으로서 중앙 교육정책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인재 선발, 육성 및,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S#29. 동아리방 혹은 디지털 편집을 할 수 있는 방.
지원이 모니터를 보면서 프리뷰를 하고 있다. 그 뒤에서 보고 있는 정태.
모니터 안에서는 원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의 뒷부분이 보여지고..
지원 : 오디오를 좀 더 신경써 줘. 주변이 시끄러우면 잘 안 들어온다구.
정태 : 알았어. 동영상으로 작업하고, 그냥 VHF 테잎으로도 만들어야 될텐데.
지원 : 걱정 마. 다음은 뭐 찍을 건데?
정태 : ..(그러는 지원을 보고 있다가) 좀 이상한데.
지원 : (모니터를 보며) 뭐가?
정태 : 너. 구지원이 이상하다고.
지원 : (돌아보는)
정태 : 니가 이런 거 도와준다는 거. 니 성격하고 안 맞잖아.
지원 : 도와준다고는 생각 안해. 여긴 내 학교이기도 하니까.
정태 :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지. 너하고 애교심이라는 건 안 맞잖아.
지원 : ... (리와인드 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보다가..이하 적당히 기기를 작동하면서..)
우리 집이 아주 부자고.. 내가 돈 벌 걱정을 안해도 된다면.. 그러면 의대 갔을거냐고 물었지?
정태 : 어..그랬지.
지원 : 생각해봤는데... 그랬다면 난 빌게이츠를 상대했을거야.
정태 : 빌 게이츠?
지원 : 응. 빌게이츠의 윈도우시리즈를 이길만한 뭔가를 만들고 싶어했을 거라구.
정태 : (보다가 혼자 웃는)
S#30. 비대위 사무실 ..혹은 적당한 곳
민재가 찍고 채영이 옆에 있고. 앞에서는 명환(비대위원장)이 카메라를 향하여 얘기하는 중이다.
위원장 : 그동안 우리 비대위에서는 우리의 입장을 담은 서명 운동을 전개해서 약 3000여명의 학생들이 서명에 참가했습니다.
지난 16일부터 오늘까지 매일 학내 집회를 열었는데요. 첫날에는 300여명, 둘째날에는 700여명, 오늘은 약 900명의
학우들이 집회에 참가했습니다. 솔직히 카이스트가 생긴 다음에 이런 수의 학우가 모인 건 처음입니다.
맨날 연구실에만 틀어 박혀있어서 서로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거든요.
S#31. 어느 방
컴퓨터 옆에 연결된 프린터에서 뭔가 프린트 되어 나오고 있다.
민재, 그 프린터를 찍다가 카메라를 돌려서 옆에 서있는 채영을 찍는다.
채영은 손에 프린트물을 들고 카메라를 향해.
채영 : 카이스트와 함께 이공계 연구대학의 길을 걷고 있는 포항공대의 학우들도 지지 메일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를 읽어보겠습니다. (읽는) 현재 카이스트가 과학 부처의 지원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포항공대와 카이스트는 이공계 연구대학으로서 최고의 경쟁상대입니다. 좋은 라이벌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도 서명운동을 벌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학우 여러분 이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 힘내십시오. 격려를 보냅니다.
S#32. 건물 현관
재명과 옥주 마이클이 기다리고 있는데.. 민재와 채영이 달려온다. 민재 들고있던 카메라를 얼른 재명에게 넘기며..
민재 : 우린 수업에 들어가야 되니까.. 구석구석 잘 찍어.
채영 : (들고있던 콘티 종이를 옥주에게 넘기며) 여기 대충 찍어야 되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알아서 잘 하라구.
순발력. 알았지?
마이클 : 난 뭐해? 나도 할 수 있어요.
민재 : 넌 옆에서 카메라 잘 지켜. 먼지 하나 묻으면 안돼. 이거. 학교 꺼니까.. 조심하라구. 그럼 간다.
채영 : 부탁해.
민재 채영 다시 달려간다.
S#33. 대전 거리1
학생들이 시민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열심히 찍고 있는 재명.
어느새 카메라 앞으로 마이클이 유인물을 나눠준다.
마이클 : 이거 읽어보세요. 고맙습니다. 이거 읽어보세요.. (그러다가는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하며) 하이 난 마이클이에요.
재명 : (카메라를 내리며 한심해서 본다)
S#34. 대전 거리2
뒤에서 다른 학생들이 유인물을 나눠주는 앞에서 옥주가 대단히 불안하게 카메라를 향하여.
옥주 : 카이스트 학생들은 시민들에게 약 2만부의 호소문을 배포했습니다. 에 그럼.. 시민 한분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마이클이 재빨리 할아버지(혹은 아저씨) 한분을 카메라 앞으로 모신다. 할아버지는 호소문을 읽고 있다가 카메라를 보더니..
할아버지 : 뭔 말을 하라고?
옥주 : 이번 카이스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할아버지 : 카이스트가 뭔데?
옥주 : 우리 학교요.
할아버지 : 무슨 학교 이름이 그래?
S#35. 동아리방
아이들 모두 모여있다.
정태 : 보통 학생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될 거 같아. 난 왜 카이스트에 들어왔나. 카이스트에서 뭘 얻었나.
민재 : 교수님들 의견도 더 필요해. 학생들은 아무래도 좀 감정적이잖아.
교수님들이 좀 더 통계적으로 또..정치적으로 말씀해주시지 않을까..
지원 : 이교수님 지금 연구실에 계실까.
재명 : 아이구 이교수님은 안되요. 안그래도 집회하는데 수업 빠진다고 왕창 점수 깍였어. 과제도 더블로 내주셨다구.
마이클 : 마자마자. 괜히 찾아갔다가 숙제 더 내주면 난 죽어. 꼴까닥.
옥주 : 우리 산디과 선배들 중에 얘기 잘하는 분 찾아볼게.
정태 : 전산과 박교수님은?
채영 : 어.. 남희선배한테 전화해볼게.
민재 : 좀 불안한데. 박교수님 또 괴상한 소리만 하시는 거 아냐.
지원 : 통계적인 것만 말씀해달라고 미리 얘기해. 통계만.
채영 : 알았스.
문이 열리며 만수가 들어온다.
만수 : 안녀엉 잘 되가니?
애들 별로 내키지 않은 상태에서 분분이 인사하고..
만수 : (손에 들고 있는 양복을 들어보인다) 이거 색깔 어떠냐.. 우리 넘버 투한테 빌렸는데 말야..
채영 : (슬그머니 문으로 빠져나가며) 그럼 박교수님께 전화해볼게.
민재 : (역시 빠져나가며) 얘기해줄 친구들 좀 찾아보고..
만수 : 넥타이 말야. 여기 두 개 가져왔는데..
정태 : (만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형은 좀 더 중요한 걸 해줘야 되는데 말이지.
만수 : 뭐? 말만 해. 주제가같은 건 필요없냐. 타이틀 뮤우직..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지원 슬그머니 컴퓨터 앞으로 도망친다.
S#36.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 통계?
남희 : 네. 되도록 통계에 의해서 우리나라 과학정책에 대해 말씀해달래요.
박교수 : (돌아본다)
거기 민재와 채영이 어정쩡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다. 민재는 카메라를 들고 있다.
민재 : 지금 이게 단지 카이스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문제는 우리나라 과학정책이 뭔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에... (옆의 채영을 툭 친다)
채영 : (말을 받아서) 어..그래서 우리 과학교육에 대해서도 이렇게 헷갈리는 말씀들을 하고 있지 않나...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싶거든요.
박교수 : 그러니까 높은 사람들이 과학기술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잘 모른다.. 이 얘길 해달라는 거지?
민재 : 바로 그렇습니다.
박교수 : 그걸 통계로 말해달라고?
S#37.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가 돌아본다.
이교수 : 뭘 만들어?
만수 : 다큐멘터리요. 이거 만들어서 모든 신문사.. 세계의 모두가 볼 수 있는 인터넷.. 그리고 청와대나 국회에도 보내겠답니다.
이교수 : 거기 내 인터뷰를 넣고 싶다 이거니?
만수 : 네. 전 거기 엠씨입니다. 엠씨 아시죠? 그것이 알고 싶다. 그거.. 흐흐..
S#38.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민재가 받쳐든 카메라를 향해서 어흠.. 헛기침을 한다.
남희 : 잠깐 컷! (박교수에게 달려가더니 의자 뒤에 걸쳐진 윗도리를 들어주며) 이거 입구 하세요. 머리 좀 뒤로 넘기시고..
민재와 채영 한심해서 서로 마주보고..
박교수 : (다시 자리잡고) 어흠.. 에 그러니까 통계적으로 말씀드려서.. 이번 우리나라 대기업들 구조조정하는데 지금까지
60조 내지 70조의 돈이 들어갔어요. 연말까지는 120조의 돈이 들어갈 거랩니다. 무슨 돈이? 우리 국민이 낸 세금이.
어디에? 대기업들이 부도낸 돈 갚느라고. 그럼 우리 과학기술계에 일년에 투자하는 돈이 얼마나 될까요.
정부투자는 단돈 3조원입니다. 3조. 아까 120조원이라구 했죠? 그 중에서 쬐끔.. 아주 쬐금 3조만 떼어다가
과학기술연구원들에게 나눠 줘봅시다. 어떻게 될까요. 요즘 연구소들이 문 닫은데가 많아서 놀고 있는 실업자 연구원들
많아요. 그 연구원들을 하나씩 중소기업에 보내주는 겁니다. 그리고 3년 동안 월급을 줘요.
일년에 3조원이면 연봉 3천만원짜리 연구원 십만명을 쓸 수 있어. 그 중 10퍼센트의 연구만 성공해도 만개의 중소기업이
살 수 있다 이 얘기에요. 또 다른 통계도 필요한가? 열두개쯤 더 말해줄 수 있는데.
멍해서 보고 있던 채영과 남희가 박수를 보낸다. 카메라를 찍던 민재도 박수를 친다.
S#39.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 앞에 잔뜩 기죽어 서있는 만수.
이교수 : 니들 왜 그러는지도 알어. 나도 화나. 화 나있는 거 보이지?
만수 : 예.
이교수 : 왜 화가 나있나.. 알어?
만수 : 저어.. 연구비가 끊겨서..
이교수 : 연구비가 끊겨서.. 그 담에?
만수 : 에?
이교수 : 연구비가 끊겨서 화가 나는 게 아냐. 연구비가 끊겨서 연구를 못하게 되니까 화가 나는거야.
만수 : 그게 그 말인거.. 같은데요..
이교수 : 너희들.. 다큐멘터리도 좋아. 영화를 만드는 것도 좋고.
그런데 그거 다 연구 제대로 하고 공부 제대로 하자고 하는 거 아냐? 그래 안그래?
만수 : 맞습니다.
이교수 : 그럼 공부를 해. 연구를 하고. 시간 아깝잖아. 이민재 박채영.. 걔들 지금 내 수업 안듣는다구 살판 난 모양인데..
니가 가서 내 말 고대로 전해.
만수 : 예 고대로 전하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얼른 나가려는데)
이교수 : 정만수.
만수 : 예 교수님.
이교수 : 걔들 무슨 카메라 쓰고 있어?
만수 : (움찔해서) 카..카메라요?
이교수 : 우리 랩에 디지털 카메라 사놓은 거 있잖어. 그거 빌려줘. 우리 학교 학생이 만드는 다큐멘터린데
최소한 영상기술은 좋아야 되잖아. 똑바로 찍으라고 해. 매뉴얼 잘 연구해서. 알았어?
만수 : (씩씩하게) 예 알겠습니다.
S#40. 석학의 집
미순과 진영이 쟁반 가득이 생맥주잔들을 들고 와서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4학년 네명. 3학년 세명이 다 모여있다.
미순 : 자아 니들 수고 많다며. 이왕 만들거면 아주 잘 만들어.
혹시 아냐. 방송국에서 그 다큐멘터리 사서 틀자구 그럴지도 모르잖어.
애들 분분이 맥주잔 나누고 그러는데 미순 혼자 꿈에 젖어서..
미순 : 그게 더 잘되면 말이야. 아카데미 상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요즘은 아카데미에서 외국 영화에도 상을 주고 그런대잖어.
진영 : 아이구 다큐멘터리는 아카데미 상 안줘요.
미순 : 그래? 그럼 관둬. 야 니들 안주 뭐 먹을래?
정태 : 그냥 팝콘 좀 더 주시면 좋은데...
미순 : 그래 주지 뭐. 까짓거.. 아주 한가마니 볶아주지.
근데 니들 그거 찍다가 뭐.. 주변 시민의 말씀..이런 거 필요하면 나 불러 알았지?
애들 웃으며 네.. 대답하고.. 미순 진영 아웃되고..
정태 : 지금 찍은 게 분량이 얼마나 되지?
지원 : 30분이야 넘지. 충분한데. 뭔가 모자란 거 같아.
채영 : 뭐가?
지원 : 글세.. 그냥 재미가 없어.
채영 : 재미?
지원 : 다른 말로 하면 감동이라고 할까.. 그냥 주장만 있고.. 느껴지는 게 없다구.
정태 : 야아.. 너 방송 만드는 사람같다.
재명 : 거기 음악 넣고 편집 잘하고 그럼 안되나.
옥주 : 타이틀 디자인은 내가 할게. 잘 할수 있어.
정태 : 좋아. 그리고 마이클이 음악 좀 뽑아봐.
마이클 : 내가 직접 작곡하면 안되요? 피아노도 칠 수 있는데.
정태 : 내일 모레까지 할 수 있어?
마이클 : 오우 작곡은 아트에요. 어떤 곡은 하나 만드는데 일년도 더 걸려요.
정태 : 으이그.. (마이클을 쥐어박고)
민재 : 자아자.. 술 취하기 전에.. 오옥주.
옥주 : 어?
민재 : 너 로봇 유니폼 이번 주 까지 만드는 거 알지?
옥주 : 으으...
민재 : 되도록 입히고 빗기기 쉽게 만드는 거 잊지 말고. 그리고 재명이 너 통신모듈 다시 한번 손봐. 주파수 좀 바꿔야 겠더라.
433메가헬쯔는 너무 쓰는 팀이 많더라구.
재명 : 어휴우... (맥주 마시는)
민재 : 그리고 마이클.
마이클 : 오우 노우.. 마이클 취해서 아무것도 안들려.
아이들 웃는데... 한쪽에서 채영만 딴 생각에 잠겨서 맥주잔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다.
S#41. 밤 캠퍼스 길
민재와 채영이 걸어오고 있다. 채영은 땅만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걷고 있다. 그런 채영을 슬쩍 보고는..
민재 : 졸지 마.
채영 : 안 졸아.
민재 : 약속했어. 로봇축구 대회준비는 예정대로 하는거라구.
채영 : 안다구.
민재 : 그럼 그렇게 빌빌대지 말고 웃으면서 가자구. 오늘 새벽 두시까지만 프로그램 손보고 자자. 어?
채영 : 그거 하기 싫어서 이러는 거 아냐.
민재 : 그럼 왜 그래. 아까부터.
채영 : 그냥... (멈추더니) 나 있지. 아무래도 그걸 모르겠어.
민재 : 뭐.
채영 : 처음에 질문 했던거. 우리 지금 카이스트가 교육부로 가게 되면 그동안 받아오던 지원을 못받게 될까봐 시위를 하는거잖아.
민재 : 그런데.
채영 : 내가 지금 다른 대학의 학생이라면 어떨까.. 그럼 카이스트 학생들이 주장하는 거 얄밉게 들릴지도 몰라.
지들만 계속 특혜를 받겠다고 데모한다구 생각할거야. 역시 좀 치사한 거 아닐까?
민재 : ... (채영을 보다가 딴데를 보더니 혼자 웃는다. 웃으며 적당히 옆에 어딘가 앉는)
채영 : (따라가 옆에 앉으며) 뭐가 웃겨.
민재 : 너 중학교 다닐 때 생각했어.
채영 : 그 때 뭐.
민재 : 이학년때였나. 그 때 너 반대표 달리기 선수였잖아.
채영 : (생각해보는) 으응 맞어. 100미터 달리기.
민재 : 너 아주 잘 뛰었었어. 니 라이벌은 5반 애였구.
채영 : 그래그래. 걔 이름이 영선이었다. 최영선.
민재 : 너 그 때 아주 열심히 연습했어. 매일 방과 후에 남아서 뛰고 또 뛰고..
채영 : 거어럼. 난 한다면 한다구.
민재 : 한다면 하는 거 좋아하네. 그 때 너 영선이가 감기들어서 연습 못한단 소리 듣고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
채영 : (생각해보는) 그랬었나?
민재 : 너 연습하다 말고 그냥 집에 갔어. 혼자만 연습하는 거 비겁하다구..
채영 : (끄떡이는) 맞어. 생각난다. 걔는 학교에도 못 나왔는데 혼자만 연습하는 거 좀 그렇드라구. ...그게 뭐.
민재 : 그냥.. 그때랑 비슷한 거 같아서.
채영 : ...뭐가.
민재 : 그 때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채영 : (잠시 민재를 보고 있다가) 아아..
민재 : 아아..
채영 : 너 그 때 그랬다. (민재 목소리 흉내내서) 넌 영선이 땜에 달리기 연습한거야?
민재 : 그래. 내가 그랬어. 그 때 니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두 기억나냐?
채영 : (차츰 미소가 떠오르고 있다) 응 기억나. 내가 그 때 그랬어.
(좀 바보같은 목소리로) 응 난 영선이밖엔 내 라이벌이 없다구 생각해.
민재 : 그래서 내가 말했지. 그럼 넌 집에 가.
채영 : 그리고 니가 이런 말도 했어. (민재 목소리 흉내내서) 아아 그러냐? 난 니가 전국 체전에 나가고 싶어하는 줄 알았는데..
민재 : 흐흥.. 그럼 오늘 또 물어볼게. 너 지금 라이벌은 누구야?
채영 : (히히 웃고는) 너. 이민재.
민재 : 아아 그래? 그럼 너 집에 가. 더 열심히 공부할 것두 없어.
채영 : 아니 똑바로 대답할게. (자세를 바로 하더니) 내 라이벌은 ....MIT공과대야. 동경 공과대구. 스탠포드 공과대..
음.. 또 뭐가 있지? (활짝 미소 짓고 있다)
이쯤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S#42. 아침 캠퍼스 전경
여기저기 보이는 카이스트 이관 관련 반대 플랭카드며 자보들..
S#43. 오리광장
아이들이 모여있다. 가장 많이 모여있는 그림으로. 그 중에는 우리 주인공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앞에서 간부가 뭔가 얘기하고 아이들이 와아 함성을 올린다.
S#44. 화학과 혹은 기계과 실험실 낮
실험실 그림이 좋은 어떤 랩.. 교수님과 학생들이 열심히 실험을 하는 모습..
교수님이 뭔가를 설명하고 있고.. 학생들은 초롱초롱 듣고 있다.
S#45. 대전 시내
카이스트 학생들이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받아든 유인물을 읽는 시민의 모습..
S#46. 산디과 실험실
역시 그림이 좋은 곳으로.. 학생들이 열심히 뭔가를 만들고 있다. 그 중에서 옥주도 작업복을 입고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S#47. 동아리방 (혹은 편집이 가능한 다른 곳)
지원이 편집을 하고 있다. 모니터의 그림에는 이제까지 찍었던 모습들이거나.. 학생들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들..
그 뒤에서 정태가 컵라면을 먹으며 뭔가 참견을 하고 있다.
S#48. 자전거 시위 장면
그림이 좋게 편집해서.. 실험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보이도록... 시민들의 반응도 보이고 ..
질서정연하게 보여지면 좋겠습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보이는 모습에서 끝나고...
S#49. 이교수 랩 (혹은 연구실)
만수가 거울 앞에서 와이셔츠 위에 넥타이를 신중하게 매고 있다. 그리고 멋진 폼으로 옆의 양복 윗도리를 처억 들어서 입는다.
누군가에게서 빌린 듯한 커다란 혹은 너무 작은 양복이다. 잠시 거울을 본다. 그러다 한숨을 푹 쉬더니 다시 벗는다.
S#50. 동아리방 (시간이 되면 어느 빈 강의실)
정태가 의자를 적당한 장소에 배치한다. 만수가 점잖게 와서 그 의자에 앉는다. 옷차림은 결국 평소의 옷차림이다.
만수 주머니에서 처억 빗을 꺼내더니 다시 머리를 빗는다.
카메라를 조정하는 민재. 그 옆에서 보고 있는 채영. 남희도 구경을 하고 있다.
카메라 앵글에 잡히는 만수의 모습.. 카메라를 진지하게 보고 있다가 푸하 웃는다.
민재 : (렌즈에서 눈을 떼고) 어이 형 좀 진지하게 해봐.
정태 : 자아 준비됐지요.
만수 : 아이아이 잠깐만.. 그니까 날더러 엠씨를 하래는 게 아니고 그냥 수다를 떨란 말이야.
정태 : 만수형은 그냥 수다를 떨어도 그게 다 엠씨의 대사잖어.
만수 : 어.. 그야 그렇긴 해.
정태 : 그냥 솔직하게만 해줘. 있는 그대로.
만수 : 알았어. 솔직하게..
정태 : 자아 그럼.. 준비하시고.. 레디.. 액션..
만수 : 아..저는 공학박사...가 될 정만수라고 합니다. 하하. (금새 풀이 죽더니) 실은 이제 겨우 석사일년입니다.
아..솔직히 말해서 ...저는 공부를 못합니다. 영어도 못하고 국어점수도 형편없습니다. 저 같은 놈이.. 수능시험을 보고
그 점수로 대학을 가야했다면 아마.. 에.. 못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딱 하나 잘 하는 게 무선통신 부분입니다.
고등학교 때 그런 대회에서 몇번 입상을 했었습니다. 카이스트에는 전문대회 입상자에게 입학 특례를 줍니다.
그래서 간신이 여기 들어왔습니다. 대학원도 완전 턱걸이로 들어왔구요.
그러니까 전..카이스트의 미래에 대해서 뭐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잠시 말이 없다)
카메라를 찍던 민재.. 고개를 들어 보고.. 다른 아이들도 서로 시선을 마주친다.
만수 : 사실 어떤 때는 나같은 놈이 나라 돈으로 이렇게 공부를 해도 되나..그런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전 열심히 하는 건 자신있습니다. 그리고 무선 통신.. 이거 아주 재밌습니다...
전 졸업해서 돈 많이 안 벌어도 되구요. 출세해서 사장님 소리 안들어도 됩니다. 그냥.. 언젠간 나라에 도움이 되는
멋진 거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여기 있으면 나같은 놈도 그런 거 만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난 머리가 나빠서 남들보다 좀 오래 걸리겠지만요. 그래도 좀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세요.
(웃어가면서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어느새 눈물이 글썽해있다. 얼른 팔소매로 눈물을 닦고 억지로 웃으면서)
그러니까 우리 학교를 좀 지원해주세요. 좀 더 오래 참고 계속 도와주세요. 그럼 진짜 멋진 거 만들어 드릴게요.
(잠시 말이 막혔다가) 우씨.. (돌아앉아 얼굴을 감춘다)
보고 있던 아이들 모두 숙연해져있다. 채영 고개 돌리고 얼른 눈물을 닦아낸다.
S#51. 캠퍼스 밤에서 다시 아침으로 바뀐다..
S#52. 전자동 앞
재명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온다. 급하게 주차를 시키고.. 달려들어간다.
S#53. 동아리방
채영, 정태, 지원. 있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재명이 뛰어들어온다.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신문을 빼들어 보이며.
재명 : 들었어? 오늘 신문 봤어?
정태 : 뭐가 났는데?
재명 : (부지런히 뒤져 보이며) 여기 여기.. 이거 봐. 과기부 통합건이 백지화됐대..
그리고 우리 카이스트가 교육부로 가는 것두 백지화.. 그러니까 그냥 그대로 둔다는 거잖어.
채영 : 뭐어? (신문으로 달려드는)
S#54. 복도
민재가 걸어오고 있다. 민재 둘러보면.. 복도에는 여기저기 삼삼오오 학생들이 모여서서 신문을 읽으며
즐겁게 이야기들 하고 있다. 웃는 모습들.. 서로 신문을 뺏으며 읽는 모습들..
만수가 달려가다가 민재를 보더니 다시 달려와서.
만수 : 들었어? 들었지?
민재 : 뭐.
만수 : 성공했어. 우리가 이겼다구.
민재 : 뭐가 성공이구 뭐가 이겼다는거야?
만수 : 아이구 참 이 사람아. 과기부는 그대로 존속되고.. 우리 카이스트도 예전처럼 그냥 그대로 놔둔대.
신문에도 나왔구.. 방송 뉴스에두..
민재 : 그래서 뭐.
만수 : 그래서 뭐라니? 너 안 기뻐? 안 웃어?
S#55. 동아리방
아이들.. 재명과 옥주, 마이클까지 합해있는 상황. 서로 좋아하며 악수를 하고 난리인데..
채영 : (지원에게) 야 어뜩하냐. 너 열심히 편집 다해놨는데 그거 쓸데없어져서..
지원 : (별로 웃지도 않고 있다가) 잘 놔둬야지 뭐. 언제 다시 이런 일이 터질지 모르잖아. 정부가 바뀌면 또 생길 문제 아닌가?
그 말에 애들 동시에 썰렁해지는데 문이 열리며 민재가 들어온다.
민재 : 안녕.
옥주 : 오빠 그 뉴스 들었어?
민재 : 어 들었어. 그런데 뭣들 하고 있는거야. 옥주 너 디자인 다 됐어?
옥주 : 하이구.. (의자에 주저앉는)
민재 : 재명이 너 통신 모듈 다시 손봤어? 마이클.
마이클 : 오 마이 갓.
재명이 마이클 저마다 도망칠 곳을 찾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