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無情歲月 若流波_충주중학교의 브라스 밴드

[이순자]

무정세월 약류파(無情歲月 若流波)

충주중학교의 브라스 밴드

나는 일단 학생들을 훌륭히 교육하는데 제1의 목표를 두었다. 그래
서 부임 뒤 선생님들을 모두 모아놓고 나의 이런 뜻을 확실히 알리고
모두 합심해 앞으로 나라의 기둥이 될 훌륭한 인재를 정성을 다해 키
워가자고 누누이 강조를 했다.

 학교의 부위기는 빠르게 달라져 갔다.
  선생님들은 선생님들 대로 각오를 다졌고 이에 덩달아 학생들도 공
부하는 분위기로 확산돼 갔다.

  내가 부임한 뒤 첫 상급학교 입시가 있었다. 그 입시의 결과는 경기
고교(京畿高敎) 2명 합격을 비롯해 서울의 공사립 가운데 명문으로
꼽히는 일류 학교에 40여명이 합격하는 좋은 성적을 냈다.
  이 숫자는 충주중학교가 개교뒨 뒤 가장 좋은 진학률이었다. 이 때 
가장 기뻐한 것은 물론 본인들과 그 학부모들이었지만 학교의 선생님
들도 크게 기뻐하며 정성을 쏟았던 노력의 결과에 대해 자부심을 느
끼며 사기 마저 대단했다.

  당시 충주중학교가 배출한 인재들이 그 뒤 우리나라의 학계ㆍ법조
계ㆍ실업계 등에서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간 대견하고 큰 보
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충주중학교 선생님들 가운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분들은 최
창호(崔昌鎬 고인)ㆍ장기덕(長基德). 전 충주 미덕(美德)중학교교장)
  충주중학교 시절 또 하나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 바로 취주 악단
(브라스밴드)을 조직한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문만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다. 정서함양도 교
육의 매우 중요한 몫이다.
  학교에 특별 활동반이 있는 것은 다 그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뒤
충북의 시골학교로 갔을 때도 그 학교의 실정에 맞게 운동 등을 적극
장려해 전국적으로도 상당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충주중학교에 취주 악단을 만든 것은 학생들이 공부에만 열중했지 
정서적인 면은 미흡한 것 같아 창설을 했다.
  음악을 택한 것은 음악이 가장 쉽고 빠르게 학생들의 감성을 순화시
킬 것 같아서다.

  학교 재정이 넉넉지 못해 우선 악기 구입을 9인조에 맞게 했다. 그
리고 악기를 다룰 학생들을 모집했더니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몰려와
돌려 보내느라 애를 먹었다.

  가만히 보니 학생들이 이런 정서적인 활동에 매우 목말라 있었던 것
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지휘자는 졸업생 가운데 음악에 소양있는 이를 물색해 지도를 부탁
했다.
  마침 구 졸업생도 음악을 좋아하고 또 이런 악단을 지휘하는 것이
희망이엇던 터라 취주 악단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갔다.
  악단이 연습은 주로 수업이 끝난 뒤에 있었는데 학생들이 너무 즐거
워해 하루도 거르는 적이 없었다.
  3개월을 연습하고 나니 제법 화음이 잘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학
교 내의 모든 행사와 운동 시합 때 현장에; 나가 연주를 했다.
  특히 시가 행진이 있을 때는 어린 학생들이 연주하는 악단의 음악에
길가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곤 햇다. 

당시 중학교에 브라스 밴드가 있은 것은 충주중학교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시민들이 놀라워했던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내가 충주중학교를 떠난 뒤에 그 브라스 밴드반이 없어졌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몹시 서운한 소식이었다. 학교장의 교육 방침이 
각자 크게 차이가 남을 느낄 수 있었다.
                                             

[활안거사]

교장선생님의 교육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가정이나 나라도 지도자의 능력이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공주마마]

무정세월 약류파 "27회 자서전 충주중학교의 브라스 밴드 " 아주 관심있게 보고 있습니다. 님의 아버님 자서전은 정말 보물입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leeys]

이순자 선생님, 선친의 회고록 유고집 '무정세월 약류파' 27회, 충주중 교장 재직까지 잘 읽고 있습니다. 훌률하신 선친의 유업, 세세무궁 영광과 축복이 넘치는 훌륭한 가문이십니다. 화사한 상춘이 우릴 기다리네요. 북한산 노적봉 봄의 숨은 소리 들리지 않습니까?

[이순자]

이양순 선생님! 이봄이 가기전에 북한산 노적봉을 다시 한번 안내 해 주신다면 초록의 정상에 서 보고 싶습니다.

[초영]

선생님의 무정세월에 감동의 박수를 보냅니다. 항상 건강 하세요 방긋^^

[율산]

장기덕 선생님은 생물을 가르치셨는데 별명은 묵사발. 살이찌셧고 통통하시여 늘 웃으시엿는데... 정서함양에나 생활지도나 참 꽉 짜여진 안정된 분위기에서 우리는 마음껏 공부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