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세대란' 재현 조짐
하반기 품귀현상·신혼수요 겹쳐
중소형 아파트 가파르게 상승세
연말 대비 10.3% 올라 전국 2위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부산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중소형 아파트의 품귀현상에 신혼부부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하반기 신규 입주 아파트는 대형 평수가 많고 전세가도 높아 지난봄 서민들을 괴롭혔던 '전세대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3일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한 공인중개소 앞에 나붙은 GS자이 1차 아파트 82.5㎡(25평) 전세가가 1억4000~1억5000만 원이다. 분양가(1억7000만 원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훌쩍 넘긴 것이다. 매매가도 프리미엄이 붙어 2억 원대에서 거래된다. 한빛공인중개사 한철주 소장은 "20, 30평형대는 매매나 전세 가릴 것 없이 찾기 힘들다. 여름 비수기 잠시 주춤하던 전세난이 가을을 앞두고 재현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하구 다대동 국제그린아파트 66㎡(20평)도 연초 4000만 원이던 전세가가 지난 6월 5500만 원으로 뛰더니 현재는 최고 6000만 원대에 거래된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집을 사서 나가기보다 전세금을 올려주더라도 그냥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 물건이 나오면 예약자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낸다"고 말했다. 서부산권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수요가 많은 강서구 신호동 윌더하임의 전세가도 최근 보름 새 350만 원 정도 뛰었다.
전세가 상승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부산의 아파트 전세가는 최근 한 달(7월 17일~8월 16일)간 1.1% 뛰었다. 지난 연말 대비해서는 10.3% 올라 대전(11.7%)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해운대구가 15.6% 치솟았고 북구(13.4%) 부산진구(12.2%) 사하구(11.1%) 남구(9.9%) 기장군(9.3%) 사상구(8.8%)가 뒤를 이었다.
전세가 상승은 주로 매매·전세가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입주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주도했다. 부동산포털 '부동산 114'의 조사 결과 올해 37% 오른 해운대구 반여동 일동아파트를 비롯해 북구 화명·만덕동과 사하구 다대동 아파트 단지가 전세가 상승 1~10위를 휩쓸었다. 부동산 114 이영래 부산지사장은 "동·서부산권을 가릴 것 없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사철에는 다시 한 번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규 입주 아파트는 대형과 중소형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지난 6월 입주가 시작된 부산 사상구 엄궁동의 롯데캐슬리버(1852가구)는 2008년 2월 분양할 당시 계약률이 50%에 불과했지만 현재 입주율은 92%를 넘어섰다. 롯데건설 박윤호 마케팅 과장은 "중소형은 실수요자가 많아 전세 물량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반면 대형 평수는 전세 시장에서도 인기가 떨어진다. 3.3㎡당 분양가가 1000만 원을 넘었던 A아파트의 경우 132㎡(40평)의 전세가가 108㎡(34평)와 별반 차이 나지 않지만 찾는 이는 적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주인은 가격이 오른 만큼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 매매를 선호한다. 반면 세입자들은 매매가가 떨어질 때까지 전세로 눌러앉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수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오는 10~11월이 변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제신문<201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