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전직 대통령 사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했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당하므로 정국 운영에 자신감이 있다는 말이겠다. 그러나 지난 연말경부터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향을 거듭하자 상황이 심각해졌다.
사면 걱정을 하지 않던 입장에서 사면으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낙연 대표가 민심이라는 바다에 사면이라는 낚싯줄을 슬쩍 던진 것이다. 명분은 국민통합이었다. 민초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를 살피려는 것이다.
그러자 친문 진영에서 웅성거리는 척 한다. 그러나 그건 이미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을 것이고 별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집토끼는 아무리 놓아둬도 멀리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의 의도는 여권 내부나 친문이 아니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한 야당 흔들기 또는 분열에 있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는 보궐선거와 대선 모두 여당 입장에서는 실망스럽다. 이는 이낙연의 위기이자 대통령의 위기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국을 보는 둘의 입장이 다를 수 없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 동안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야당을 그렇게 짓밟아놓았는데도 다음 대선에서는 정권을 바꾸기를 희망하는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일 수밖에 없다. 적폐청산이 전 정권청산으로 둔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은 그 동안의 정책 실패가 쌓인 결과다. 거기에 추미애를 앞세운 윤석열 죽이기와 초기에는 잘 나가던 코로나가 다시 확산된 것은 민심이 돌아서게 한 계기가 되었다. 거기에 인사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이 덤으로 올라갔다.
이낙연 대표의 입장에서는 뭔가 반전이 있지 않고는 당내 후보 경선조차 힘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제일 클 것이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들은 하나같이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을 높게 보여주고 있다.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다음 대선에서는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야권을 무력화시키는 적극적 방법은 그 동안의 적폐청산을 돌이켜보면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강력한 이슈를 선점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중도층을 끌어들이고 야당을 혼란에 빠뜨리게 할 수 있는 최대의 이슈로는 역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만한 것이 없다. 거기에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탄핵이라는 폭발성 높은 화약이 있다. 당장 야권은 혼란스러워 보인다.
사면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들은 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부 사정이 복잡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하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유력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제 각각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태극기부대는 환영 일색이다.
현재까지는 정국 상황이 이낙연 대표의 바람대로 흘러가는 듯하다. 그 동안 야권에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제안은 많았지만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 역시 의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여전히 야권에서 폭발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야권도 탄핵의 폭발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므로 어느 선에서 이를 봉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 열쇠는 박 전 대통령이 쥐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통합을 당부하고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서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라고 한다면 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사면권을 쥔 문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이다.
결국 문대통령은 야권이 화해를 통한 타협의 여지를 가지지 못하도록 시간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에 가급적 가까운 시점에서 사면을 단행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사면은 완전히 대통령의 꽃놀이패가 된다.
반면에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이 사면을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지율이 답보 또는 점차 하락을 보이는 경우다. 이는 자칫 머뭇거리다 레임덕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 시기문제도 있다. 민초들은 백신 접종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안전성 발언에도 집종시기를 흐리려는 것이라 여길 정도다. 자칫 접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사면을 단행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여권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중도층의 태도 변화다. 야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의 열망이 크다면 사면이라는 꽃놀이패는 효용성이 줄어들 것이다. 대통령이나 이낙연 대표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물고기가 많으면 낚시꾼은 저수지를 찾는 법이다. 그러나 입질이 시원치 않으면 낚시꾼은 낚시에 흥미를 잃고 자리를 옮길 수도 있고 낚시를 접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것은 순전히 낚시꾼 마음이다. 사면이 꽃놀이패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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