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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특성화고교 ‘지리산고등학교’
“우리의 대안은 ‘희망’입니다”
산골학교서 시작되는 ‘더 좋은 세상’가난한 학생 무상교육… 봉사로 나눔 실천
경남 산청군 단성면 호리 523번지. 지리산 그늘이 길게 누운 산중에 나지막한 2층 교사(校舍) 한 동이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고등학교(교장 박해성)다. 전교생이라 봐야 60명이 전부인 이 작은 시골학교에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손님들’이 뚝뚝 듣는 땀방울을 훔치며 들어선다. 전직 교육장, 청학동 훈장, 서울상공회의소 추천 기업인 등. 이들은 자신의 주옥같은 경험과 지혜를 학생들과 나누기 위해 ‘공짜로’ 나선 특강 강사들이다. 박해성 교장은 잰걸음으로 달려 나와 두 손을 모으고 이들을 맞는다. 지리산고등학교는 지난 2004년 설립된 대안교육 특성화고교로 학업 의지는 높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발해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업료는 물론, 교재비, 급식비, 기숙사비도 모두 무료다. 특히 올 초에는 잠비아 출신 학생이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에 합격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모아 무료로 교육하다보니 학교장은 경영자로서 대내외 자원을 최대한 이끌고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할 요구에 직면해 있다.
부친 교육생애 보며 교육관 정립이 학교 설립자이자 학교장인 박해성 교장은 “1998년 지리산고등학교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후원자를 모집했다. 2003년 10월 설립인가 당시 800여 후원자들이 매월 1만~2만 원씩 후원해주는 돈으로 학교를 운영했다. 이후 2007년 경남도교육청이 교사 월급 등을 지원해주기 시작했고, 현재 후원자 600여 명이 학생들의 기숙사비와 급식비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 교장의 말에 따르면 매달 60명의 학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데 필요한 경비는 줄잡아 1,500만 원. 정기적인 후원금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달이 이어지는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박 교장이 지치지 않고 학교를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한평생 교직에 몸담으셨던 아버지께서는 1966년부터 4년간 경남 산청군 가랑잎초등학교 교장을 지내시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가지 못하는 제자들을 뒷바라지하셨지요. 당시 아버지는 제자에게 줄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싸리 빗자루를 만들어 팔곤 하셨습니다.” 박해성 교장은 제자들을 돌보느라 집에는 월급 한 푼 가져다주지 않는 아버지가 야속해 ‘나는 절대 교사는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에 취직한 제자들이 아버지를 찾아와 엎드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 자신도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교장이 유년시절부터 아버지를 통해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경험은 학교경영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즉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육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는 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구현하고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도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학교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철한 교육철학이 전제되어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육목표 ‘봉사활동 활성화’로 구체화지리산고등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 주위의 도움으로 공부하지만, 훗날 더 크게 세상에 되갚아주라는 의미에서다. 따라서 수업시수에 연간 34시간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한편, 일상 속에서도 봉사활동을 생활화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장의 역할이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교에서 계획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적 경험을 관리하는 일임을 전제할 때, 박해성 교장은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학생들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봉사도 학습이고 습관입니다. 처음에는 강제로 시작하더라도 경험이 쌓이다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나눔은 부유해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주고받기가 인간사의 원리라지만, 받기를 원하지 않으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박 교장의 설명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학생회를 주축으로 학교 인근 마을회관이나 독거노인 댁을 방문해 청소,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돕는다. 또 10개 팀으로 나누어 매주 화요일마다 한 팀씩 진주에 있는 병원에서 목욕봉사를 실시한다. 학교는 단체 봉사뿐 아니라 개인이 주체가 되는 봉사도 적극 장려한다. ‘이웃사랑 나눔회’라는 프로그램은 학생 개인이 봉사 계획을 세우고 주말이나 공휴일을 활용해 활동하는 것이다. 활동 사항은 사진을 첨부해 문서로 기록하고 포트폴리오 양식으로 모아둔다. 이밖에도 농촌 일손 돕기 활동, 고아원·양로원 위문, 공공질서 확립 캠페인 활동 등 일 년 내내 봉사의 손길을 쉬지 않는다. 지리산고 학생들에게 봉사란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공부할 시간에 봉사를 하라’, ‘공부는 봉사하러 오가는 차안에서 하라’는 다소 파격적인(?) 학교의 주문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강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남을 돕기 위한 공부가 된 것이다. 신경민(고1) 군은 “학교에서는 선후배 멘토링이 활발한데 고3 수험생 형들에게 아무 때나 찾아가 가르쳐달라고 해도 전혀 귀찮아하지 않는다. 질문하고 가르쳐주는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한다. 박 교장은 “진주의 한 병원장이 봉사하는 아이들에게 자장면을 사먹으라며 10만원을 줬는데, 이 돈을 고스란히 가져와 아이티어린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하더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다. 또 점심시간에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먹지 않고 참았다가 마을에 홀로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가져다 드린다고도 전한다. ‘사랑의 힘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꾼이 되자’는 이 학교의 교훈이 봉사활동 활성화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학교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목표가 분명하고 명료하게 제시돼야 하며, 각 구성원들에게 명쾌하게 전달되고 공유돼야 한다. 지리산고교는 봉사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랑의 힘’이나 ‘더 좋은 세상’과 같은 교훈의 가치를 구성원들이 내면화하고 공유하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특강 등 대외 협력 활발소액 후원자들이 가난한 아이들을 지원하고, 이 아이들이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선순환’의 고리는 대가 없이 산골학교를 찾아오는 외부 강사들로 이어지고 있다.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는 논술지도를 위해 일주일에 한 차례씩 이 학교를 찾는다. 또 청학동 훈장이 한자를 가르치고, 공군사령부 장병들은 드럼·기타·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 연주를 지도한다. 특강이나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외부 강사가 총 15명. 비정기적인 지원까지 합하면 수십 명에 이른다. 방과 후 밴드활동을 하고 있는 김혜빈(고1) 양은 학교의 가장 좋은 점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라고 말한다. 영어회화와 한자수업이 재미있다는 김 양은 “유명한 분들이 직접 특강을 해주니 마음에 더 오래 남는다.”고 전한다. 학교경영에서 ‘대외관계’는 학교 단위의 자율성이 점차 확대되는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지리산고교는 지속적으로 재정적 압박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라 지역사회의 지원을 이끌고 자원을 활용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지리산고교의 경우, ‘대외관계’가 단순히 학교장 개인의 카리스마나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학교장의 ‘얼굴’을 보고 모여드는 지원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에 공감하여 자발적으로 모이는 지원이다. 공감을 이끌어낸 주요 요인은 자원봉사 등 교육활동에서 나타난 학생, 학교장, 교사 등 구성원들의 성실성과 진실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관계를 성공적으로 형성하는 주요 동력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의 헌신 위에 희망의 엔진을 단다지리산고교가 언론 등에 노출돼 세간의 이목을 받으면서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박 교장은 “전에는 가난하지만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는 아이들을 추천해 달라고 돌아다녔는데, 요즘은 아이들을 탈락시켜야 하는 처지라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지리산고교는 전국 단위에서 학생을 모집한다. 지원 대상은 첫째, 가정 형편이 어려워야 하고 둘째, 학업의지가 있어야 한다. 학교장과 교사들은 학급을 증설할 여력이 없어 돌려보내야 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목이 멘다. 박해성 교장은 신부님이 꿈이라는 한 아이에게 “학생들을 다 받을 수 없는 처지이니 성직자가 될 네가 양보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던 일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아직 신부님이 된 것도 아닌, 고작 열다섯 살짜리 소년에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었으리라는 짐작에서다.
‘학생은 교사의 희생 위에서 자란다.’고 믿는 박 교장은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열정적인 중견교사를 애타게 찾고 있다. 올해 말 공채를 통해 정규 교직원을 모집할 계획이지만, 그 전에라도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교사가 나타나준다면 어디라도 한걸음에 달려가 만나볼 생각이다. 지리산고교와 같이 소규모학교일수록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교사가 ‘공유된 지도성’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 경영에 성공적인 학교일수록 분명하고 실제적인 비전을 갖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리산고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공동체로서 비전을 공유하고 내면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복도 한쪽에 무심히 걸린 액자 하나에서도 이러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한 세상 힘들고 괴로운 날만 올 수 없어라 / 네 앞에 어진 꿈만 가득히 넘치게 하자 // 아무도 막지 못해라 너의 가슴 안에 솟는 것 / 그 밝은 희망으로 네가 사는 것이니 / 지금은 거칠고 먼 길 걸어도 / 너는 외롭지 않아라 너는 외롭지 않아라 (희망으로, 양성우)
글|황자경 본지 편집장 |
첫댓글 감동 백배입니다. 겨우 10대의 학생들인데도 저보다 더 철이 든것처럼 보이네요.이땅의 더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합니다.낮은 곳을 보고 봉사하고 베풀고....
항상 세상은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 살맛나는 세상이 되는것 같습니다.^^ 가슴에 희망을 품고, 배려와 감사를 생활화해간다면 행복한 세상이 점점 넓게 펼쳐지리라 믿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서유종님 세상을 향한 사랑을 몸으로 직접실천 하시는 아름다운 모습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교육자이자 우리의 선생님들의 지표가 되시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대한학교의 정감어리고 의미있는학업의좋은글을올려주셔서감사합니다
지리산고등학교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초광력전이 있는 산청에서 또하나의 미래를 봅니다. 설립자이신 박해성 교장님과 후원해주시는 600여명의 천사님들에게 빛의 크신 사랑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런 학교가 많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지리산 고교, 설립취지와 교육목표 그 뜻이 그대로 그대로 이어지는 학교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