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문학산을 즐긴 후 집에 오니 왼쪽 팔꿈치에 통증이 있었습니다. 증상은 꼭 “팔꿈치 외상과 염” (팔꿈치 외상과 염은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부상이라 흔히들 “테니스 엘보우”라고도 함)과 같아 손에 힘을 주기가 쉽지 않았고 무리하면 회복에
긴 시간을 요할 것 같아 크리스마스 라이딩은 포기하려고 마음을 굳히고 있는데 시몬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수화기에서 들리는 목소리
의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고 있을 때, 밑도 끝도 없이 안나오면 죽인다고 협박을 하시는 것이 시몬님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협박인지 애원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어보니, 청학에서 효원MTB에 코스 안내를 부탁을 했는데 출정의사를 밝히신 분이 4분 뿐이니 꼭
당신이 나와서 쪽수를 채워야 하니 잔 말 말고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의리인지 강압에 의한 굴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석하겠노라고
덜컥 약속을 해 버리는 바보 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고 스스로 목을 옭아맨 꼴이 되었습니다. 청학식구들과 함께하는 라이딩이 있을 때마다
잠을 설치곤 했는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작지만 마음을 담은 선물을 사서 두 아이의 품에 안겨주고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음에
도 불구하고 새벽 4시에 눈이 번쩍, 체인에 기름도 칠하고 더스트 씰 청소도 하고, 날씨 정보도 확인하고 출발 준비를 해 놓고 집사람에게 통 사정하여 아침 한술 얻어먹고 만수동으로 출발했습니다. 신호등 넘어 반대 차선에서는 비상등을 반짝이며 멤버를 기다리는 청학 차량이 보였습니다. 시몬님께 전화를 걸어 주차 할 곳을 물어보려 했으나 전화를 안 받으시기에 빈 주차 구획선에 차를 밀어 넣고 있는데 시몬님한테 전화가 옵니다. 어디냐고…( 필요할 때 없으면 뭐와 비교되는지 잘 아시지요?) 미래로님께서 도착하시고 우리 일행은 북수원을 향해서 달려갔습니다.
오늘도 공식 운전기사는 시몬! 시몬님답게 차가 총알처럼 달려나가기 시작했으며 수초 후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차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난 것 같이 묘기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맨 처음엔 앞 바퀴가 공중부양을 하더니 잠시 후 뒷 바퀴도 공중부양, 이것은 운전이 아니라 조종이고 차량이 아니라 라이트 형제가 그토록 갈망하던 항공기로 변신을 했습니다. 눈 깜박임 두 번, 침 한 번 꼴깍 삼키고 나니 북수원 이정표가 보였고 우야님께서 통행료를 꺼내 앞으로 전달하는 사이 공중을 날던 차량은 어느새 북수원 출구를 지나 동수원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네 바퀴 모두 공중에 띄운 세계최초의 묘기를 선보이신 시몬님은 계기판에 항로가 표시되지 않아 지나쳤다고 짜증을 내시기 시작하십니다. (아니 승합차에 웬 네비게이터… 당연히 이정표를 봐야지.-_-)
하지만 시몬이 보통 시몬인가요? 동수원도 찰라에 당도하고 국도를 고속도로 처럼 달려 약속한 지지대 고개에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1분 빠른 9시 29분을 가리키고 있자 아찌의 입이 다물어 지지 않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아찌에게는 낯선 호님이 우리 일행을 반겨 주시네요. 하지만 낯가림이 심한저는 인사말 한번 건네지 못한 체 뻘쭘하게 서 있었습니다.(호님 죄송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아찌는 정말 바보가 맞나 봐요. 저도 언제나 이 병이 치료될지 한심하기만 합니다. 오늘 코스 안내를 해주실 김또깡님께서 “짠”하고 나타나셔서 인사를 나눈 후 휴게실에 들어가 호님께서 정성스레 준비하신 코코아(?) 한 잔을 마셨습니다. 참 맛있었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인사도 드리지 못했습니다.(늦은 인사지만 받아 주세요) 아직 아침 식사 전이신 우야님, 미래로님, 시몬님, 그리고 김또깡님께서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동탄 효원MTB Shop 앞에 주차 후 제인님께서 강추하신 통탄코스를 향해 달려 갑니다.

지지대 고개 휴게소 앞에서 코코아를 한 잔씩 선물하시고 가시는 호님(감사합니다. 호님)
라이딩 인원은 청학 5명, 효원 3명… 동탄 2차 개발 지역이라 그런지 도로 공사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었으며, 우리 일행이 복잡한 도로공사 현장을 벗어나 한적한 도로로 접어 들자 갑자기 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앞사람 엉덩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고 뒷 사람이 오거나 말거나, 저멀리 보이는 희미한 형체만 바라보며 단지 앞사람과 더 이상 떨어지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페달을 열심히 돌립니다.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아파와 더 이상 가기 싫을 즈음 앞서던 일행이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눈 앞에 야트막한 산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올라야 할 산 입구인 듯 싶습니다. 호흡을 가다듬으려 공터를 빙빙 돈 후 빙 둘러 모이자 코스 리더이신 김또강님께서 동탄초등학교 신리분교 소개와 함께 오늘 코스에 개척에 대한 말씀을 해 주시기 시작합니다.

동탄초 신리분교는 외발 자전거를 1학년 때부터 가르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효원MTB만 알고 있는 손수 개척하신 코스인데 중간부분 손질을 덜 해서 오늘은 그곳을 빼고 중간부터 즐기시겠다고 합니다. “뭐야~ 빼다니…… 추가라면 모를까.” 라고 생각하는데 우야님께서 아쉬움을 표 하시면서 끌바, 멜바라도 좋으니 전 코스를 다 가보고 싶다고 하시자 김또깡님께서 힘든 코스임을 강조하십니다. 뒤에서 받쳐 주는 사람도 없는데 우야님께서는 한치의 밀리심 없이 본인의 의사를 관철하셔서 저의 끌바 인생은 시작되었습니다. -_-
맨 처음, 그냥 그냥 오를만 하더니 점차 경사도가 있는 오르막을 맞이하자 왼쪽팔에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 더 이상 힘쓰지 마라. 힘쓰면 나도 이 라이딩을 책임지지 못한다” 라는 경고를 쉼 없이 보냈으며 그 경고는 완고했고 조금이라도 반항할라치면 곧바로 보복성 반응을 보내왔습니다. 특히, 왼쪽으로 굽어진 오르막에서 약간의 힘이라도 줄라치면 강력하고도 즉각적인 응징을 했습니다. 결국 그 보복에 무릎을 꿇고 끌바 인생이 시작된 것입니다. 제가 이처럼 고전하고 있을 때 일선님께서 대 활약을 펼치고 계시고 있습니다. 혹시 시몬님께서 아찌 몰래 빨간물을 제공하신 것은 아니지요?
라이딩 도중 메시지 도착 알람이 울립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 답장을 해 주고 다시 진행을 시작하면 알람은 또 울리기 시작합니다. 바람을 동반한 추운 날씨는 문자 보내는 것도 쉽지 않게 만들지만 열심히 답장을 했습니다. 남들이 보면 죽고 못사는 그런 사이라고 했을 겁니다만 충실히 답장을 해 드렸습니다. 답장 받으신 분께서는 다음에 아찌에게 수고했다는 칭찬의 말씀과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 주시는 온정을 베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청학 효원에서 일일 사진기사로 임명한 순수노인께서 찍어 주신 작품.
통탄 코스 중 아직 손을 덜 본 몇 곳을 제외하면 오르지 못할 정도의 경사는 아니지만 타이어의 흔적과 등산객의 손때가 묻지 않아 코스의 많은 곳에서 타이어가 빠지는 푹신푹신한 노면과, 낙엽이 많아 생각보다는 힘든 라이딩이 되었습니다. 낙엽이 많은 곳은 슬립으로 인하여 추진력을 잃어 힘이 들었으며, 낙엽이 없는 곳은 폭신폭신한 노면에 타이어가 빠져 빠른 페달링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코스였으나 시몬님 같이 힘이 넘치는 분들은 모처럼 땀을 흘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낙엽이 너무 많아 올라갈 수 없자 김또깡님, 순수노인님, 시몬님이 나뭇가지로 열심히 낙엽을 치우고 계십니다.
첫 번째 능선을 넘어 두 번째로 능선으로 향하자 좀더 부드러운 코스가 우리를 기다려 줍니다. 하지만 복병은 어디에나 있는 법, 앞서가시던 김또깡님께서 멋지게 미끄러지시고 뒤 따르던 아찌도 주욱~ 발을 디뎌 보았으나 낙엽 위의 발은 그냥 장식일 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차적으로 손을 쭉 뻗어보니 20cm는 족히 들어가는 아주 부드러운 땅이 내 손목까지 부드럽게 감싸 주었습니다. 뒤 일행 확인하고 일어서자 미래로님이 또 미끄럼틀 위를 내려오시더니 가볍게 키스하시고, 약아빠진 시몬님은 낙엽 다 치워 놓은 길을 여유있게 내려 온신 후 “에이 하수들!” 하는 표정으로 우쭐해 하시는군요. 사진속의 때 묻지 않으신 어르신을 만나 자신을 반성하고 있는데 일선님이 감동을 주시고 계시네요. 일선! 하루에 한가지씩 착한 일을 하자는 “一善” 같아 감동했습니다.(감동 사례는 제 가슴에만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세요 일선님의 바른 생활은 계속될 것 입니다.) 좁은 산길 옆 자그마한 마무가지들이 얼굴을 때리고 웃옷을 잡아 당기며 바지 가랭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코스가 3/5 정도되는데 이렇게 좁은 길이 끝나면 임도라고 하기엔 약간 좁으면서 노면 상태가 좋은 등산로가 나타나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려 할 즈음 효원분께는 "안골" 이라 불리워지는 싱글이 나타났습니다. 제법 코너링이 필요한 곳도 있었으나 평이하게 즐길 수 있는 코스이며 조금 올라가면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는 낮은 둔덕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제 라이딩의 종반 부, 가방에 남았던 계란 8개와 커피 한 네잔을 나눠 마시면서 정담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오늘 라이딩 한 코스에 대한 평가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되돌아 나와 상태 좋은 등산로를 잠시 달리다보니 앞서 달리시던 코스 리더님께서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셨고 다소 짧게 느껴지는 산행은 여기서 막을 내리고 이제 바람부는 도로로 나와 출발지로 돌아가야 하는 시기가 된 것입니다.
동탄 Shop까지는 약 10km 정도라는데 올 때와는 달리 맞바람을 맞고 달려야 했고 도로만나타나면 질주 본능을 나타내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아찌와 한 두분은 죽었다 살아났습니다. 시간이 상당히 늦어진 점심시간 푸짐한 동태탕(?)으로 거하게 해결하고 동탄 Shop에 들려 잠시 아쉬운 작별의 정을 나눈 후 우리 일행은 정겨운 인천땅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쥔장께서 동태탕을 중심으로 찍어주신 일행의 모습
동탄코스 종합 :
종합해 보면 통탄 코스는 몇 군데는 감히 넘보지 못 할 정도의 업힐을 빼고는 무난하게 라이딩 할 수 있는 코스라 할 수 있겠으며, 수림이 활엽수로 이루어져 여름철에 상당히 시원한 코스가 될 것이라 생각되며, 코스의 대부분이 산 능성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추운 겨울을 빼고는 항상 시원하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며, 겨울철엔 큼지막한 낙엽이 있어 상당히 미끄러워 조심스런 라이딩이 필요할 것 같았다. 현재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파손되지 않은 노면과 신선함은 느낄 수 있으나 너무 부드러운 흙에 바퀴가 파묻히는 탓에 다소 힘겨운 페달링이 필요하다.

이런 길을 ....

몇분의 고생으로 낙엽을 치운 후

이렇게 타고 올라왔습니다. 낙엽 치워주신 분들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글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시며 집안 식구들에게 점수 듬뿍 쌓아 놓으신 분들께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