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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교육부가 실시하는 초․중 과정 졸업 시험 문제는 과목별로 A4 용지 10쪽 가량의 컬러 팸플릿 형태를 띠고 있으며 사진과 삽화 등을 곁들여 글을 소개한 뒤 문제를 내는 식이다.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교과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의 창의력과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출제되며 인터넷이나 대중문화 등 학생들의 일상적인 관심사에서 소재를 뽑아내는 것이 특징이다.(참고자료: 2001년 5월 8일 동아일보 기사)
1999년과 2000년 시험문제 중에서 몇 가지를 예로 뽑아보면 아래와 같다. 1. 국어(덴마크어)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긴 머리 소녀의 사진을 제시한 뒤) 당신이 그리워하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쓰시오. 2. 수학 겨울방학을 이용해 프랑스로 스키를 타러 가는 소년라스무스의 이야기를 소재로 들려주고 △(스키잠바와 바지 스키부츠 등 장비의 가격을 제시한 뒤) 라스무스에게 2700크로네가 있는데 잠바 바지 슈즈는 각각 얼마짜리를 살 수 있는가△프랑스에서는 1475프랑에 살 수 있는데 환율이 113.39일 경우 각각의 장비를 얼마에 살 수 있는가 △(교통편과 숙박시설 리프트 이용료 등이 각기 다른 3가지 상품을 제시한 뒤) 8일간 스키여행을 떠날 경우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인가 △스키학교에 등록할 경우 참가자 수, 강의료 등을 감안해 몇 명이 가는 게 좋은가 등 3. 영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영어단어인 ‘쿨(cool)’이란 표현에서 ‘쿨하다’란 무슨 뜻인가. 사람들은 ‘쿨’하게 보이고 행동하고 말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가.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등에 대해 영어로 대답하라. |
- 아이들에 대한 민주주의의 강조 : 말로뿐 아니라 기회를 주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듯. 한 예로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가 들어가 있다.
- 수준 높은 평생교육체제. 언제 어떤 유형의 학교에서든 자유롭게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과 교육기본법에도 ‘평생에 걸쳐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기는 하다)
- 덴마크는 전세계에서 동성 가족신고를 처음으로 합법화한 나라임.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존중, 자유를 실천하고 있음. 가르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학교를 세울 수 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작은 학교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자유와 존중은 개개인의 높은 윤리성과 책임의식을 동반하는 것임.
3. 핀란드
- 북유럽국가들 중 스웨덴과 소련 등 강대국의 지배를 받기도 하면서 가장 늦게 발달하여 선진국에 들어선 나라.
- 그래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열등감, 뒤처지면 안 된다, 선진국 따라잡기 압박감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느껴짐.
- 그러나 기본적으로 어려서는 덴마크와 유사하게 건강한 전인적 발달과 사회성을 중시하고(미국에서도 최근 방영된 방송에서 핀란드에서 어린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밖에 나가 놀아야 하는 것을 흥미롭게 취재하였음), 초중과정 의무교육 후 고교서부터는 공부를 빡세게 시키는 것 같음.
- 이처럼 엄격하고 훈육을 중시하는 것은 이 나라의 기후와 자연환경 및 소련 지배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임.
- 그런 속에서 우리가 다 보지 못했지만 사춘기 아이들의 방황도 있는 듯.
- 덴마크가 여성적(전통적인 의미에서)이라면 핀란드는 남성적인 느낌.
4. 덴마크와 핀란드 교육의 공통점
- 인간에 대한 존중. 경청.
- 전인교육 : 몸 활동 존중, 윤리성.
- 자연과의 어울림. 자연과 생활이 교재, 날씨를 탓하지 말고 그 속에 뛰어들어라.
- 어릴 적 놀이를 통한 자기통제력, 사회성을 심어주는 것 중시함.
- 무상교육 등이 국가 복지 프로그램의 기본으로 정권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
- 가정교육 튼튼. 집에서 기본이 된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 같다(골고루 부유하고 사회 전반에 촘촘히 구비된 복지국가의 힘)
- 교사의 전문성: 교재를 재구성하여 수업에 모든 아이들이 흥미롭게 참여하고 전인적 능력이 향상되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 또 아이들을 발달단계에 맞게 충분히 동기화할 수 있는 능력이 돋보임.
- 보완교육(특수교육), 대안학교들이 일반 학교 교육과정의 틈새를 뒷받침해줌.
- 학교 건물, 시설 등이 매우 창의적, 예술적이며 아동발달 이론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임.
- 실업계 학교에서 실속있는 실습교육. 좋은 시설, 넉넉한 재료, 민주적인 풍토, 작업 중심, 산학연계 및 상급 동계 대학과의 연계 활발.
- 교사교육 시 현장에서 바로 아이들과 호흡하며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효하고 제대로 된 실습.
- 또한 일찍이 사회주의 영향으로 노동자의식이 발달하여 8시간 노동, 육아휴직 등 인간적 노동의 기본이 놓였고 야간노동이 없어서(해지면 문 닫는 것 보셨죠?) 아이들이 대부분 아주 어릴 때나, 아플 때, 저녁시간에 혼자 방치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는 매우 중요한데 오늘날 한국의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문제가 바로 아이들에게 안정적 정서상태, 기본적인 생활태도 등이 부족한 점인데 이는 어려서부터 부모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부족한 데서(부모의 안정적, 지속적 사랑과 실질적 돌봄, 보호, 가정교육) 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5. 학교사회사업 또는 교육복지사업
- 한국에서 아는 학교사회사업은 미국의 이민자 중심 부적응아 지원 시스템이며 주로 정신건강에 집중하는 학교상담과 유사한 school social work에 너무 한정되어 있다. 또 사회복지계에서 관심두는 교복투는 2000년대 들어 영국과 프랑스의 빈민(이민자)집중거주지역에 대한 해결책을 본딴 것이다. 우리에겐 이 두 가지 경험과 사전지식밖에 없어서 북유럽에서 학교사회복지를 보려면 이상의 좁은 틀을 내려놓고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 북유럽의 경우는 정치, 경제, 사회적 조건이 미국이나 영, 프와 또 다르다. 그리고 교육제도나 아동복지를 지원하는 시스템, 전문직도 다르다.
- 심하게 단순화해서 말하면 북유럽 교육에서 미국식의 school social worker는 필요없다. 의무교육 완전무상이고 비교적 인구구성이 균일한 평등한 사회라서 교복투도 필요없다.
- 출생에서부터 아동양육, 보건, 교육에서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국가차원에서 존중하고 돌보고 억압, 차별하지 않는 시스템이 구비된 복지국가이다. 학교상담은 거의 진로상담 수준이다. 그것도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우리처럼 교실에서 늘 발생하는 ‘문제아’가 없다.
- 가정과 교사가 충분히 아이들을 존중하고 보살피되 간혹 어려움이 있으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간호사,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특수교육 또는 보완교육 전문교사 등이 교육청 단위로 팀이 있고 병원이나 전문기관과 연계함)
- 방과후에 지역사회에 공공도서관, 체육시설, 문화시설(청소년센터) 등이 잘 되어있다. 빈부막론하고 아무나 이용한다. 워낙 빈부차이가 없어서... 스웨덴에서는 최근 더 늦게까지 아이를 맡기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6. 기타
- 방과후에, 방학 때 초․중학교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더 알아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짐작하기론 지역사회에 도서관, 체육관, 문화시설 등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데서 시간을 보내고 주로 집에서 논다고 합니다만 핀란드에서 청소년센터 본 것으로는 무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 이상은 저의 짧은 공부와 식견, 그리고 객지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볼 수 있는 자료들, 핀란드와 덴마크를 돌며 유한한 장면에서 제 눈에 보이는 것만 본 것에 근거하여 쓴 글이므로 부족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어쩌면 틀린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제 판단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 더구나 스웨덴은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 교육분야 유학자와 이민자들이 꽤 있어서 안내자료들이 있고 핀란드는 최근 교육탐방 이후 소개책자들이 나와있으며 덴마크는 송순재 교수님 글들이 있는데 그 외의 사회․경제․정치구조에 대한 자료는 찾기 힘들었습니다. 노르웨이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한정된 자료로 생각한 것이므로 결함이 많을 것임을 참고해주세요.
- 스웨덴과 핀란드 청소년들의 자살율이 높은 것으로 보도되는데 이를 교육제도의 문제라고만 치부하기 힘든 면이 있다고 봅니다(더 공부해야 알겠습니다만 자살의 이유와 동기도 다르고 자살 방법도 다릅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 오히려 북유럽 나라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자신의 삶에 만족하는가? 당신은 사는 것이 행복한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 조사에서 90%가 넘는 아이들이 ‘Yes'라고 대답했는데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인 85%에도 한참 못 미치는 54%밖에 행복하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대한 만족도로 들어가면 더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 ADHD, 10대 임신, 흡연이나 알콜, 마약, 또래 폭력, 공공기물 파손이나 질서교란 등 반사회적 행동, 지나친 소극성과 비사회성, 가출과 방황, 자살시도 등 청소년 비행이나 심리정서적 문제행동이 여기도 있을 터인데 방문했던 한 군데 특수학교 밖에 정보가 없네요. 문제발생 여건과 과정이나 해결과정, 친구, 교사, 부모의 반응, 이후 사회 복귀와 재적응 과정 등까지 다 보고 싶습니다.
- 제가 덴마크 청년에게 들은 “자유롭고 공부 압박 없지만 ‘average'에만 만족하는 것이 문제다. 아시아 나라들에서 수월성 추구, 자기 개발 노력 등을 배워야 한다’고 한 것, ‘청년들 일자리 전망이 좋지 않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지구적 경제위기과 경쟁적 분위기가 이들 북유럽 복지국가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교육에도 긴장을 가져올지.(이미 스웨덴을 비롯해 그런 조짐이 보여 반발도 있다고 합니다).
7. 북유럽 교육 보고 우리가 할 일
- 세계에서 GDP가 가장 높은, 가장 골고루 잘 사는 나라,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종교개혁정신이 어우러져 현실화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교육의 힘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아요. hardware 는 거의 배워온 듯. 저는 소위 ‘벤치마킹’과 ‘선진사례 적용’의 한계와 부작용을 경계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북유럽에서 민주적 절차와 회의, 합의방식을 배워와서 적용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오면 이것이 번거롭고 귀찮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 두 명에게 일임하거나 실무자에게 ‘안을 내놓으라’고 하고 그냥 통과시키면서 회원(위원)들은 자리만 채웠다 갈 뿐 책임있게 자기 문제로 여겨 깊이 생각하고 제안하고 결정하는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아침조회, 점심식사 시간에 일종의 공동의회를 통해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여 행동(발언)하고 경청과 질문, 토론, 합의 과정을 익히면서 정착된 회의식 민주주의가 우리처럼 ‘침묵이 미덕’이고 ‘윗분에게 순종’하며 ‘빨리빨리’ 하되 ‘나 하나쯤’ 빠져도 되는 풍토에서 이런 민주주의가 버겁고 불편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자연과 역사, 사회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섣불리 배워서 적용하고 싶은 조급증을 내려놓고 맥락을 깊이 살피고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자연과 역사, 사회상황, 정서에 맞는 대안을 만들어내는데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해답은 이미 우리 안에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무엇을 더 가져와서 이식하기보다 지금 있는 것들 중 어떤 것들을 덜어내고 잘라내야 진짜 알맹이가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써본다면,
1) 인간 존중을 실천하자.
(편견없이 보기, 아이에게 기회주고 장점 찾아주기, 학부모 무시하지 않고 의논하고 협력하기)
2) 배운대로(인간발달/교육학 이론대로) 실천하자.
(안 배웠으면, 잊어버렸으면 공부하자. 모르면 물어보고, 옳지 않은 것은 No! 하자.)
3) 정치적 각성과 사회행동
(조선일보와 공중파 TV 뉴스 끊고, 좋은 교사 꼼꼼히 읽자.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자유를 누리는 건강한 공동체에 소속되자.)
4) 자기성찰
(나, 타인, 사회를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그 안의 하나님모습을 발견하며 세미한 소리에 귀기울이는 아래로부터의 영성, 정직, 겸손, 연민)
길고 무겁고 복잡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함께 더 정확하고 깊이있고 쉬운 지식으로 수정해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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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하나도 길지도, 무겁지고, 복잡하지도 않았습니다. 좋은 혜안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어느 날 밤 대화에서 복지서비스가 교사에게 부여된 탓에 학교에서 제가 이렇게도 괴로워했었구나 그것 하나의사실을 깨달은 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돌아와서는 공문을 읽어도 일이야 하지만, 관점이 분리가 되는 탓에 저처럼 열 많이 받는 사람이 덜 열받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앗! 찬찬히 여러번 읽어봐야 할 글입니다. 그리고, 박경현 샘의 글은 좋은교사 3월호에서 볼 수 있을거예요.^^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글을 읽다 보면 새로운 눈이 열려서 짧은 생각을 내놓기 부끄러울 때가 많았어요. 선생님글에 붙여서 저도 적용점들을 더 찾아 내보고 싶어요. 12일이 두나라의 교육을 보기에엔 길면서도 짧은 시간이었는데, 깊고 통찰력있게 판단하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겠어요. 정책만 가져오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 겠어요....
박경현선생님... 다시 읽어보니 더욱 감동입니다. 진솔한 나눔과 문제제기에 감사드려요. 요즘 저는 사랑에 빠진 사람마냥 자꾸만 꿈을 꾸게 됩니다. 북유럽에 대해 거의 백지처럼 모르고 가서 사실 생각의 정리는 뭐라 할 게 없어요. 오히려 더 깊이 알고 싶다는 바램이 간절해 집니다. 선생님의 글이 한 소절 한 소절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