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지우개
김귀자
하얀 도화지위에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린다. 행복하고, 밝고, 예쁜 그림을 그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결혼과 동시에 퇴직하고 25년 동안 전업주부로서의 삶을 살았다.
큰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감사했다. 그 마음이 아들과 나를 봉사하는 생활로 이끌었다.
아들이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 건강하게 커주기를 바라고 '효'사상을 알리고 싶은 마음으로 18년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 금융계통에서 일하는 남편도 적극 밀어주었다.
좀 더 전문적인 봉사를 하기 위해 노인놀이지도사, 치매프로그램관리자, 노인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아이와 함께 노인복지시설에서 음식, 청소, 수발 등의 봉사를 했다. 비위가 약했던 터라 처음에는 마음과 달리 구역질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원효대사의 해골 물을 떠 올리며 이게 모두 마음 탓이란 걸 알고 마음을 바꾸고 난 뒤에는 견딜 수 있었다.
도심속 작은 정원에서 낮 시간 동안 돌봄이 필요한 치매어르신들께 재활과 건강증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노인주간보호센터가 나의 손에 살포시 선물로 와서 앉았다.
십여년 동안 준비를 하고 소망했던 일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지천명에 시작된 새로운 삶은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매 순간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어떤 신비하고 경이로운 빛이 나를 이끌어가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항상 가슴이 뛴다. 행복해서 흥분된 심장에서 '쿵쿵쿵'하는 북소리가 들린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일을 동참해주고, 아껴주고, 격려를 해주니 "덕이 있으면 반드시 이웃이 있다." 라는 '덕필고 필유린' 을 항상 가슴에 새긴다.
어르신들은 기억을 없애는 하얀지우개가 있어 머릿속 종이는 매일 깨끗해진다. 하얀 종이위에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쓰시는데 어떤 도움이 될까를 생각한다.
머릿속에 하얀 지우개라는 악세사리를 예쁘게 장식한 치매어르신들과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경험했던 그 놀라운 기적, 그리고 행복과 즐거움을 아름다운 글로 승화하여 행복한 노년을 만들고 싶다.
첫댓글 회장님 이제 글쓰기에 기지개를 편것 같습니다. 지난번 ,"운명"보다 한 차원 높은 "하얀 지우개"를 선보이셨네요. 앞으로 김할머니, 박할아버지의 구체적인 사례와 회장님의 경험이 버무려진 좋은 글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거라 기대합니다. 24기 응원군이 있다는거 잊지마세요
회장님 숨었있는 실력이 대단합니다 혹시 끝에서 두 번째 문단과 세번째 문단을 바꿔 보시면 어떨까요? 큰 기대 합니다^^ 등단식은 화환을 준비해야겠습니다~
황홀한 칭찬(?) 선물 같은 댓글(?)
피로를 싹~녹여주네요.ㅎㅎ
어쩌면, 오늘밤 잠못이룰지도 몰라요! 글 쓴다고 ...열심히 쓰고 또 쓰겠습니다.
이쁘게 봐주세요~♡♡♡
✔끝에서 두 번째 문단과 세번째 문단 바꿨습니다.
하얀 지우개를 보면 회장님을 연상하게 되겠습니다.
이래서 수필은 곧 그 작가라고 하지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