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국풍(國風): 용풍(鄘風) 중권 (中雊: 담장 안 통로)
용풍(鄘風)의 일곱 번째 시 중권(中𡵓)은 궁궐 안의 은밀한 처소인 중권(中𡵓, 담장 안의 길)에서 벌어진 부적절한 추문을 비판하는 노래입니다. 앞서 보셨던 '장유차'와 비슷하게, 지배층의 도덕적 타락을 '물귀신(휵)'이나 '진흙' 같은 불결한 이미지에 비유하여 신랄하게 풍자합니다.
[원문과 독음]
[제1장]
中𡵓有𡵓 (중권유권): 궁궐 안 담장 길에 통로가 있는데
屚其𡵓也 (누기권야): 그 길이 다 허물어져 버렸네
有𡵓之杜 (유권지두): 저 허물어진 길가에 팥배나무 한 그루
生于其下 (생우기하): 그 아래서 무엇이 자라고 있는가
之子于歸 (지자우귀): 저 여자가 시집을 가는데
遠父母兄弟 (원부모형제): 부모 형제와 멀어지게 되리라.
[제2장]
中𡵓有𡵓 (중권유권): 궁궐 안 담장 길에 통로가 있는데
屚其𡵓也 (누기권야): 그 길이 질척이며 허물어졌네
有𡵓之𡵓 (유권지권): 저 길가의 우거진 덩굴풀들
生于其下 (생우기하): 그 아래서 무엇이 자라고 있는가
之子于歸 (지자우귀): 저 여자가 시집을 가는데
遠兄弟父母 (원형제부모): 형제 부모와 멀어지게 되리라.
[제3장]
中𡵓有𡵓 (중권유권): 궁궐 안 담장 길에 통로가 있는데
屚其𡵓也 (누기권야): 그 길이 비에 씻겨 다 무너졌네
有𡵓之𡵓 (유권지권): 저 길가에 돋아난 물귀신 풀
生于其下 (생우기하): 그 아래서 무엇이 자라고 있는가
之子于歸 (지자우귀): 저 여자가 시집을 가는데
遠其族人 (원기족인): 일가친척들과도 멀어지게 되리라.
[중권(中𡵓) 각장별 풀이]
[제1장: 무너진 길, 무너진 도리]
풀이: 궁궐 안의 은밀한 길(중권)은 원래 정결해야 할 장소입니다. 하지만 그 길이 허물어졌다는 것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행실들이 이미 도를 넘었음을 상징합니다. 팥배나무 아래 숨어서 무언가 부정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며, 예법을 어긴 여인의 끝은 결국 가족과의 단절뿐임을 경고합니다.
[제2장: 질척이는 진흙탕 속의 비밀]
풀이: 비가 온 뒤의 진흙탕처럼 길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이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추문을 뜻합니다. 우거진 풀숲 사이로 은밀한 소문이 자라나고, 화려해야 할 혼인은 축복받지 못한 탈선이 되어버립니다. 겉모습은 궁궐의 여인이지만 그 속은 진흙탕처럼 탁해졌음을 꼬집습니다.
[제3장: 물귀신처럼 달라붙는 오명]
풀이: 3장에서는 '휵(蜮, 물귀신 또는 독벌레)'이라는 표현을 통해 그 추악함을 극대화합니다. 모래를 뿜어 사람을 해친다는 전설 속 존재처럼, 부정한 소문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문 전체를 오염시킵니다. 결국 부모와 형제를 넘어 온 일가친척(족인)에게까지 버림받는 비참한 결말을 예고합니다.
[원문 풀이]
담장에 납가새 자랐으니, 쓸어낼 수가 없구나. 대궐 안방(통로)에서 오가는 말들, 차마 입 밖으로 낼 수가 없네.
입 밖으로 내어 말하자니, 그 말이 너무도 추잡하다네.
[오늘의 생각 거리]
중구(中雊): 대궐의 깊숙한 곳, 혹은 안채로 통하는 길을 뜻합니다. 가장 정결해야 할 곳에서 들려오는 부정한 소문은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비판의 절제: 추잡한 일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말하기조차 부끄럽다"고 끊어내는 지점에서 시경 특유의 온유돈후(溫柔敦厚)한 풍자의 맛이 느껴집니다.
[짧은 시]
1. 복도
깊은 곳 이어지는 길목마다 가시 돋친 말들이 엉켜 있다.
차마 입술에 올리지 못해 무거운 침묵으로 성벽을 쌓는다.
가린다고 그 냄새까지 가려지랴.
2. 허물어진 길
담장 안 깊은 길 비에 씻겨 무너지고
풀숲 아래 숨긴 이름 먼지처럼 떠돕니다.
한 번 어긋난 걸음은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