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안녕하세요.
20대 후배입니다.
선배님 글을 읽고나니 올해 구정다음날에 간 동해여행이 생각나서 글을 올립니다.
저도 동해시에 친구부부가 있어서 대구에 살면서도 1년에 두세번 정도로 가는데 역시 동해는 겨울이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도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않더군요.
눈이 30센치온 겨울 바다 상상이 가십니까?
모래사장이 아닌 눈덮힌 겨울 바다.....
특히 경포대에 가시면 윌(WILL)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경포대 첫집이거든요.
카페 사장님이 도레미처럼 음악 써클 출신이라 선후배들이 자유롭게 와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데 실력이 대단하거든요.
연애인들도 자주 들리는곳이라고 하던데 저도 이날 가수 해바라기와 MC 이상벽씨를 만나는 영광과 함께 우리얘는 이상벽씨께 용돈(?)까지 받았거든요.
저도 남편의 간절함에 못이겨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를 연주해서 맥주 5병의 서비스를 받았는 추억이 있습니다.
벽난로와 라이브 음악과 겨울 바다가 보이는 창가.....
정말 이정도면 추천할만 하죠?
고구마도 구워먹고 아이들도 너무 좋아 하고 정말 삶의 휴식을 마음껏 누리고 온 곳입니다.
서울에 계시고 기범이 선배님과도 연락 다으니 꼭 한번 가보세요.
참!
기범이 선배님도 이글에서 인사 드릴께요.
저도 동해가면 연락 드릴께요.
두서없이 글을 쓰면서 저도 겨울여행을 떠올리면서 여름을 잠시 잊고 즐거웠습니다.
유난히 겨울이 기다려 지는 여름이었습니다.
건강조심 하시고요, 선배님도 좋은곳 추천해 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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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8/18) 가족들과 함께 정동진에 갔었습니다.
아직 휴가철이 끝나지 않아 길이 막힐걸 생각하고 새벽 5시30분에 출발했는데, 웬걸...
고속도로는 대관령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전부 4차선으로 확장되어 있었습니다만 차는 드문드문 밖에 지나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운전 중 시속 100km를 넘긴 적이 없고 또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기까지 했는데도 정동진에 도착하니 아침 8시 30분밖에 안되었더군요.
일찍 도착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출발할 때 그렇게 좋았던 날씨가 대관령을 넘으니 먹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강하게 불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해변에 나가보니 파도가 너무 높아 물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였습니다. 새벽부터 이 먼 곳까지 왔는데 물에도 들어가보지 못하다니 ㅠ.ㅠ
아쉬운대로 해변에서 아이들을 모래에 파묻는 놀이(?)를 하며 오전을 그럭저럭 보냈습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갑자기 카페에 동해에 사는 후배가 올린 글이 생각이 나더군요. 동해에 사는데 한번 놀러오라는...
그래서 식구들을 모래사장에 놓아둔채 근처 pc방으로 뛰어갔죠. 연락처는 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후배여서 카페에 올린 글을 검색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근데 김기범이란 후배가 올린 글을 보니 놀러오라고만 되어있고 정확한 위치나 전화번호 같은 것이 전혀 없더군요. 전 다시 자료실의 회원주소록을 뒤지려 했는데 이 pc방 컴퓨터에는 엑셀이 안깔려있지 뭡니까!
일단 이름을 확인한 저는 여기저기 회원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먼저 안용수 : 다른 사람이 핸드폰을 받더군요. 잠깐 자리를 비웠데요.
다음엔 백용식 : 회의 중이랍니다. 얼른 끊었습니다.
이번엔 김영호 : 드뎌 연결이 되었습니다. 영호가 회원명부를 뒤져서 전화번호를 알려주더군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김기범 : 여보세요.
김윤환 : 혹시 도레미 출신 김기범씨 맞나요?
김기범 : 예 맞는데요...
김윤환 : (엄청 반가운 목소리로) 아! 저는 도레미 12대 김윤환이라고 하는데요.
김기범 : 아 예.
김윤환 : 지금 동해에 사시죠?
김기범 : 예?? 아닌데요. -.-? 아! 아마 19대 김기범 선배를 얘기하시는 것 같은데요. 전 22대 거든요. 동명이인이죠.
김윤환 : 아!! 하하!(계면쩍은 웃음) 죄송합니다. 전화번호를 잘못 알았네요.
헉!! 도레미에 동명이인이 있을 줄이야.
그래서 다시 김영호에게 전활했죠. 내가 찾는 사람은 19대 김기범이라고.
19대 김기범의 전화번호를 다시 받고 전화를 했습니다만 부재 중인지 번호가 틀렸는지 받지를 않더군요.
그 먼 동해까지 가서 처음보는 후배와 수인사를 하고 음식점에서 점심으로 회를 푸짐하게 먹는다는 것, 얼마나 멋진 생각입니까만 모두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냥 정동진에서 회를 사먹으려 했는데 집사람이 여기는 관광지여서 서울보다 더 비싸다며 그냥 가자고 알뜰주부 티를 마구 내어 회 사먹는걸 결국 포기하고 말았죠.
이렇게 되니 정말 할 일이 없어지더군요. 집사람도 바다 구경했으니 돌아가자고 해서 옥수수만 한자루 사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점심이요?
우리 아파트단지 뒤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죠.
금년은 바다구경 한번 못하고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잠깐이라도 이렇게 바다를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가보니 동해가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더군요. 노는 토요일이면 아침에 출발해서 놀다가 점심 먹고 저녁에 돌아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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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19대 김기범은 다음에 내가 찾아 갈 수 있도록 정확한 위치와 전화번호를 리플로 남겨놓기 바란다. 나뿐만 아니라 나처럼 우연찮게 동해쪽으로 가는 회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테니까...
추가 : (이 글을 쓸때까지만 해도 김기범이 동해에서 횟집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글 다 쓴 다음에 다시 기범이의 글을 읽어보니 내가 크게 오해한 것 같네요. 어디에도 횟집한다는 말이 없는데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