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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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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수도북은 서울 북쪽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불암산(508m), 수락산(637.7m), 도봉산(740m), 북한산(836.5m)을 일컫는 말이다. 불수도북의 능선 총길이는 약 45km. 산꾼들은 잠도 자지 않고 20시간 내외에 걸쳐 종주를 한다.
1394년 이래 도읍지이자 수도인 서울. 풍수지리학자들은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을 천하명당이라고 말한다. 서울을 감싸고 있는 대표적인 산이 ‘강북 5산’과 ‘강남 7산’이다. ‘강북 5산’은 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강남 7산’은 광교산-백운산-바라산-청계산-우면산-관악산-삼성산이다. 산악인들은 ‘강북 5산’을 사패산을 제외하고 한 글자씩 따서 ‘불수도북’이라 한다. 산악인 사이에는 강북 5산이나 강남 7산을 종주하는 게 오래 전부터 유행했다.
○ 출발점 불암산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큰길로 나와 국민은행 앞에서 1142번을 타고 중계동 무수골 정자나무 앞에서 하차(상계역서 택시로 10여 분 거리). 정자나무 왼쪽 길에서 "꿈에그린 아파트 209동" 쪽으로 올라가 천수주말농장 우측 철조망을 따라 30여m 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 아마추어들의 최고난도 도전 코스 불수도북
불수도북 도전 가이드. 불암산 - 수락산 - 도봉산 - 북한산 당일종주 24시간 걸려. 대개 18시간 완주 목표 속도와 종료지점에 따라 시간차 커. 해 길고 기온 적당한 봄가을이 적기…보온의류와 간식 충분히 챙기도록 .
불수도북, 또는 불수사도북 종주는 분명 강한 체력과 끈질긴 인내심을 요구한다. 종료지점에 따라 도상거리 40km 안팎, 실거리 50km에 이르는 긴 산행이고, 의정부시 장암동이나 강북구 우이동은 아예 바닥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야 하는 데다 도중에 탈출로가 많아 포기하라는 유혹도 많다. 그런 면 때문에 지리산 주능선이나 설악산 서북릉보다 오히려 더 힘들다고 평하는 경험자들이 많다.
산행은 거의 다 불암산에서 시작, 북한산에서 끝을 맺는다. 아무래도 가장 높고 가장 긴 북한산 종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불암산은 불암동, 상계동, 중계동 등 기점이 여럿 있으나, 교통편을 고려할 때 상계역을 기점으로 잡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상계역 전철역 1번 출구로 빠져나가 상가를 끼고 수락산 방향(왼쪽)으로 200m쯤 걸으면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횡단보도를 건너면 ‘상계제일중학교, 재현중고’ 안내판이 보이고, 이 방향을 따라 청암아파트를 왼쪽에 두고 걸으면 불암산 공원사무소 앞으로 올라선다. 부근의 샘에서 수락산행을 마칠 때까지 마실 식수를 준비한다.
도봉산과 북한산은 우이령으로 이어지지만 우이암 - 영봉 구간은 군사보호구역과 휴식년제구간으로 입산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우이암 남릉을 따르다 우이동을 거쳐 도선사주차장 - 하루재 - 위문길을 따라야 한다. 북한산에서 하산할 경우 대남문에서 구기매표소로 내려서는 이들도 많고, 비봉 - 향로봉 능선을 거쳐 불광동으로 내려서거나 탕춘대능선을 따라 상명대학까지 뽑는 이들도 있다. 완주 시간은 보행속도에 따라 차이가 크다. 산행시간은 불암산 2시간, 수락산 4시간, 도봉산 5시간, 북한산 5 - 6시간에 장암동과 우이동에서 식사 휴식시간을 더해주면 적당하지만, 10시간에 마치는 산악마라토너 수준의 준족이 있는가 하면, 20시간 이상 걸리는 등산인도 많다.
취재팀의 경우 장암동과 우이동에서 2시간 안팎씩 쉬고, 또 간간이 촬영하느라 시간이 걸렸고, 일반적으로 위문에서 그냥 지나치는 백운대에 올라 조망을 즐기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꼬박 걸렸다. 대개는 18시간을 잡고 도전한다. 마라톤 풀코스로 치면 제한시간인 5시간쯤으로 비교하면 된다. 따라서 출발 시각은 각자 능력에 따라 잡도록 한다. 자신과의 싸움이지,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아니기 때문이다.
1. 요주의 구간 가장 자신 없는 구간은 환할 때 통과하는 게 바람직하다. 취재팀의 경우 수락산 산길에 자신이 없어, 불암산~수락산 구간을 낮 시간대에 끝내고, 자신 있다 싶은 도봉산 주능선 구간을 한밤중에 시도했다. 그러나 칠흑 같은 어둠은 경험 많은 이들도 헷갈리게 했다. 특히 칼바위~오봉 갈림목 암릉 구간에서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 잘못 바윗길로 들어섰다가 오도가도 못하는 황당한 경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의 경우, 산길이 워낙 뚜렷한 데다 환한 대낮에 걸어 특별히 헤맬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위문 - 용암문 구간은 험한 바위 구간을 통과하고, 산길이 거칠어 한밤중에는 조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밤중에 북한산에서 종주산행을 끝마칠 경우 대남문에서 구기매표소로 내려서는게 안전할 듯싶다. 도봉산과 북한산을 연결짓기 위해 내려서는 우이동 일원은 빤하지만, 수락산과 도봉산을 잇는 장암동 구간은 수락산 마니아가 아니라면 아무래도 낯설 수밖에 없다. 수락산 정상에서 홈통바위를 내려선 다음 널찍한 능선 길을 따르노라면 도정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왼쪽으로 휜다. 이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서면 장암동 일원이 빤히 바라보이기 때문에 동막골로 내려서는 데는 헷갈릴 염려가 거의 없다. 홈통바위를 한밤중 통과할때는 우회로를 이용한다.
산불감시초소로 내려선 다음에는 의정부시 외곽도로 아래 터널을 빠져나간 이후 개울가로 이어진 마을길을 따르면 장암동 아파트단지 내 4차선 도로로 다가선다.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중랑천을 가로질러 의정부 - 도봉동 도로에 닿고, 도로를 건너면 회룡역이다. 회룡역 매표소 지하도를 빠져나간 다음 묵밭 가로 나 있는 길을 따르면 회룡역 뒤편의 찻길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 방향으로 50m쯤 걸은 다음 개나리아파트를 오른쪽에 끼고 걷든지, 또는 오른쪽으로 50m쯤 가다 도로 건너편 신도아파트 정문 오른쪽 길을 따라도 회룡매표소 앞으로 이어진다. 수락산에서 회룡매표소까지는 40분 이상 걸린다.
2. 출발시각 잡기 출발시각은 대개 오후 8시 이후로 잡는다. 이튿날 오후 산행을 마치려 하는 등산인이 많기 때문이다. 20시간 이내에 산행을 마칠 계획이면 오후 8시를 출발시각으로 잡고, 18시간 이내라면 오후 10시 이후도 괜찮을 듯싶다. 이 경우 새벽 참은 장암동 일원의 24시간 음식점을 이용하고, 아침 겸 점심은 우이동 도선사 입구 식당가에서 해결한다.
장암동과 회룡역 부근 상가 일원에 감자탕집 같은 24시간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우이동 도선사 들머리에도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이 여럿 있다. 식수는 산행 중 구하기 쉽지 않으니 식당이나 식당 주변의 편의점에서 생수를 구입하도록 한다.
3. 반드시 챙겨야할 것들 랜턴은 당연히 필수이고, 간식은 충분히 준비하도록 한다. 장암동과 우이동에서 배불리 먹으면 더 이상 먹거리가 필요치 않을 것 같지만, 잠 안 자고 걷기에 체력 소모가 많고, 그에 따라 칼로리 보충을 위한 간식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초콜릿이나 사탕처럼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간식이 좋다. 고형의 에너지바, 달리기용 튜브식 에너지 보충원도 권할 만하다.
4. 시기 선택 종주시기는 한여름은 피하도록 한다. 밤잠 안 자고 걸은 다음 한낮에 걷다 보면 아무래도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한낮에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듯해도 한밤중에는 서늘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다. 따라서 가벼운 덧옷이나 윈드재킷은 꼭 휴대토록 한다. 서울 근교 산은 대개 암산이어서 눈이 쌓이거나 얼음이 어는 한겨울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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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창으로 등산지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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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들의 최고난도 도전 코스 불수도북 불암산 - 수락산 - 도봉산 - 북한산 당일종주 24시간 걸려
“아니 정신 있는 거예요, 밤새 걷는다는 게.” 산을 오르는 게 직업이긴 하지만, 밤잠 안 자고 걷는다는 얘기에 아내가 혀를 찬다. 불수도북이란, 불암산(佛岩山·508m)과 수락산(水落山·637.7m)을 이어 종주하고, 산 아래로 내려섰다가 의정부시 장암동 아파트단지를 가로질러 사패산(賜牌山·552m) 회룡골로 접어든 다음 주능선에 올라 도봉산(道峰山·740m)을 종주하고, 또다시 우이동으로 내려섰다가 백운대에 올라선 뒤 북한산 주능선을 따라 불광역 부근까지 잇는 산행을 말한다.
불암산 - 수락산, 사패산 - 도봉산, 북한산 종주만도 각각 제법 뻐근한 산행인데, 도상거리 약 40km, 실거리 50km는 족히 되는 거리를, 그것도 밤잠 안 자고 한꺼번에 이어 걷는다니 산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비정상적인 행동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5월6일 정오, 약속장소인 지하철 4호선 상계역 앞에 도착했을 때 일기예보와 달리 어제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고 오히려 빗방울이 더욱 굵어져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자학증세예요, 그것도 아주 심한 자학증-” 상계역 부근 순대국집에 모인 거인산악회 이구 대장 일행의 표정 역시 궂은 날씨만큼이나 어둡다. 그렇다고 일단 뽑은 칼 피도 묻혀 보지 않고 칼집에 되넣을 수는 없는 일. 오후 1시경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는 불암산 기슭으로 접어든다. “와! 저게 어디예요? 강원도 산골 같은데요.” 이틀째 내리는 비는 일행의 말수도 줄여놓는다. 칙칙한 날씨에 빗방울까지 흩날리는데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런데 능선에 올라 정상으로 향하는 사이 구름안개가 걷히면서 산아래 세상이 바라보인다. 남양주시 별내면 일원은 초록 기운이 넘친다. 어느 순간 반대편 노원구와 도봉구도 모습을 드러낸다. 고막을 찢는 듯한 자동차 소음과 어깨를 부딪치면 칼눈을 뜨고 째려보는 거칠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곳이건만 지금 예서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성냥갑만한 크기의 아파트와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찬 저 아래 고을은 북한산과 도봉산, 불암산과 수락산에 둘러싸인 아름답고 은밀한 소인국이었고, 우리들은 소인국을 내려다보며 산릉을 타는 넉넉한 거인들이었다. 한편으론, 체스판 위에 플라스틱 토막을 빼곡히 세워놓은 듯하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저 빤한 체스판, 도미노판 위에서 긴장하며 살고 있는 것일 게다. 마음을 비워야 세상이 보이나 보다. 비 오는 날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풍광이자 감흥이었다.
첫번째 산 ‘등정’. 불암산 정상에 오른 것은 불암산 공원관리사무소를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난 오후 2시10분. 이미 하산길에 들어선 몇몇 등산인은 “이런 날은 바윗길을 조심해야 한다”며 지나친다. 이제 불암산 정상. 수락산을 내려서고 도봉산을 넘고 북한산 주능선을 따를 때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길동무처럼 옆에 서 있어야 하고, 그러다 어느 순간 두 산을 등져야 우리의 목적지인 불광동으로 내려선다. “심한 자학증이에요, 자학증-.” 4개 산 종주산행 얘기를 듣곤 당연히 이틀에 나누어 걷는 것으로 생각했다가 무박 2일 산행이란 대답에 찌뿌드드한 표정을 지었던 정정현 기자는 지금도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기자를 자학증 환자라 못 박는다. 반면 올해 칠순인 거인산악회 박창서 회장은 오히려 함께 종주산행을 계속하지 못하는 게 아쉬운 모습이다. 박 회장은 “불수도북 산행을 마친 이들은 대부분 발바닥이 아파 혼났다”고 말한다며 은근히 겁을 주고 하산한다. 걷힐 듯하던 구름안개는 정상을 내려서면서 오히려 더욱 짙어진다. 분명 7, 8년 전에 비해 산길이 넓어지고 뚜렷해졌건만 구름안개가 방향감각을 잃게 한다. 그나마 덕릉고개는 확포장 공사 후 동물 이동용 다리가 만들어져 ‘자동차 눈치’ 보지 않고 쉽게 가로지를 수 있었다(14:10).
완경사 능선을 따르다 도솔봉(540m) 바위봉을 우회하고, 잠시 휴식. 오늘 강릉에서 열린 고교 축구대회에서 아들이 선수로 뛰고 있는 축구부가 승리했다는 전화를 막 받은 박수신씨(거인산악회 정맥 등반대장)는 배낭 안에서 먹을 것을 이것저것 꺼내놓으며 내일 열릴 아들 축구시합 때문에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며, 그가 경험한 불수도북 종주를 지리산 종주보다 훨씬 힘든 산행이라 일러준다.
‘수락계곡 2.4km’ 갈림목을 지나면서 수락산다운 험로가 시작된다. 사면 우회로를 따르려다 바윗길을 따르니 코끼리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와이어로프를 잡고 바위홈을 타고 내려선다. 이제 안개가 시야뿐 아니라 방향감각과 오감까지 모두 앗아가 버렸다. 오후 5시27분 수락산 정상 창바위. ‘물이 떨어지는 산’이라는 수락산 지명 유래 설명판이 서 있다. 일기예보에 맞춰 오후 들면서 구름안개가 걷히고 파란 하늘이 드러나면서 뭔가 그럴 듯한 조망이 펼쳐지기를 기대했건만 안개비가 모든 희망을 날려버렸다. “아주머니들은 돌아가세요~.” 정상을 지나자 수락산 최난 구간인 홈통바위(일명 기차바위). 30여m 길이의 급경사 슬랩이다. 앞장선 이구 대장은 사고를 우려해 세 명의 여성 등산인은 우회로를 따르라고 권한다. 굵은 동아줄은 손을 밑으로 내릴 때마다 흙탕물을 짜낸다. 가슴팍으로 바지로 떨어지고, 물먹은 동아줄은 한겨울 눈에 얼어붙은 로프를 잡는 것이나 다름없다. 도정봉을 지나 내리막 능선에 접어들면서 동부간선도로와 이어지는 의정부 외곽도로가 내려다보인다. 아파트 건물들은 하나 하나 불을 켜고, 장난감 같은 차들은 해거름을 맞아 조명등을 켠 채 뱀처럼 구불구불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지금 의정부시는 숲 짙은 산릉에 둘러싸인 산골마을이다. 그 마을에 호롱불이 켜지면서 길손의 방향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 벌써 몸을 푸는 거야?” 오후 7시를 조금 넘어 의정부시 장암동 동막골 등산로 입구의 화기물보관소로 내려서자마자 양효용씨가 스트레칭을 한다. 새 산에 대비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인산악회 회원들은 대부분 1대간 9정맥을 완주해냈거나 피날레가 얼마 남지 않은 준족의 산꾼들이다. 그리고 양효용씨는 3시간40분, 윤해경씨는 4시간, 정정현 기자는 4시간30분 이내에 42.195km의 마라톤 코스를 완주해낸 건각들이다. 그렇지만 빗방울 흩날리고, 안개비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이들에게 많은 체력을 빼앗아갔다. 낮은 기온이 체력소모를 가중시킨 것이다.
상황판단력 빼앗아 버린 칠흑 같은 어둠 산 위에서는 장암동 일원이 호젓한 산골처럼 느껴졌건만 막상 내려서니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이 들만큼 혼잡하다. 마을길을 빠져나가고, 넓은 찻길을 따라 회룡역으로 향하다 반듯한 감자탕집으로 들어선다. 불수도북 종주객들은 한밤중이건 새벽녘이건 이들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에서 다음 산에 대비해 배도 불리고, 피로도 푼다. 우리들도 이곳에서 재충전한 다음 박수신씨, 서영구-김경희씨 부부, 그리고 이구 대장 아내 조유선씨와 헤어졌다. 최후까지 남을 전사는 이구 대장, 김헌영씨(청량산악회 총무), 황원선, 양효용, 윤해경씨 등 7명-. 이들은 회룡역 지하터널을 빠져나가고 아파트단지를 가로질러 어둠침침한 산기슭을 파고들었다(21:30). 덧옷을 입어야할 만큼 기온이 떨어졌다. 바람도 제법 불어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저녁밥 먹는 사이 안개가 싹 걷혀 능선이 바라보인다는 점이다. 잠시 산을 가로막은 고가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차량 행렬이 괘씸하게 느껴졌으나, 회룡매표소에 이어 음식점을 지나치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와~ 저기가 어디예요?” 회룡사를 지나 골짜기 안으로 들어서자 등뒤로 의정부시 야경이 바라보인다. 산골은 집집마다 불을 켜놓고, 축석령 고갯길은 비단뱀이 조명 받으며 승천하는 분위기다. 제법 먼 거리인데도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회룡골은 송추 물난리 때 많이 망가졌다. 때문에 거칠고 무너진 산길을 연결하느라 곳곳에 철다리가 놓여 있다. 이 모든 상처는 한밤중의 어둠이 감추고 있었다. 마지막 철다리가 끝나고, 물소리가 끊긴 다음 된비알을 올려치자 바람이 몰아친다. 송추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이제 일산 일원의 야경도 바라보인다. 시커먼 바다 끄트머리의 항구처럼 느껴진다. 턱을 하나 올라서자 천지창조의 장엄함이 기다리고 있다. 먹구름이 낮게 깔리고, 산봉과 산릉은 먹구름을 찌를 듯 솟구쳐 있다. 아니, 서로 합쳐질 듯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 좌우로 도심의 야경이 휘황찬란하게 반짝인다. 서울 야경에 실루엣 진 산봉은 바로 수묵화다. 우회로를 따르다 암봉에 올라서자 이제 서울시내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신선대와 만장봉과 자운봉이 검고 묵직하게 솟아 있다. 우리는 저 검은 물체 속으로 뛰어들었다. 0시30분 포대능선 들머리. 메모지에 두 자리수로 적던 시각이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하루가 넘어가고 새 날이 시작되었다. 앞장선 김헌영씨가 자연스레 우회로로 접어든다. 이구 대장도 “종주객들이 대개 우회로를 따르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비 내린 직후 어둠 속에 포대 Y계곡길로 접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회로를 권한다. 우회로를 가로지르자 신선대 앞. 자운봉과 그 오른쪽 암봉들이 낙락장송을 인 채 신비스런 분위기다. 이제 잠이 쏟아진다. 다리도 무겁고, 춥고, 정신도 오락가락한다. 이러한 증세를 재미삼아 밤길을 걷는다면 분명 자학증 환자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이런 증상이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자학증 환자는 아닌가 보다. 와이어로프를 잡고 내려서다 칼바위 기점을 지나 능선길을 따르는 사이 불안하다. 예서 자칫 바윗길로 잘못 접어들면 어둠 속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옛날 깡통집이 있던 잘룩이(우이암 1,860m, 만장봉 320m, 도봉매표소 3,250m)를 지나 암봉을 올라섰다가 오른쪽 사면길을 따른다. 그런데-. "양효용씨~, 양효용씨~.” 빤하다 싶어 우회도를 따라 내리닫던 양효용씨가 차단용 로프가 설치된 지점에서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샛길로 빠지고 만 것. 그 바람에 양씨는 10여 분 헛걸음을 해야 했다.
새벽 2시 오봉 능선 갈림목(우이암 1,420m, 만장봉 760m). 이제부터는 눈 감고도 걸을 수 있는 능선길이다 싶었는데, 갈림목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망설이며 길을 확인한 다음에 제 길을 찾는다. 어둠은 모든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제 삼각산이 보인다. 서울 야경도 자못 열기가 식어들었다. 먹구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신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밤하늘의 별들이 그믐밤 하늘을 수놓는다. 이제 우이암 옆으로 우이동이 산골마을처럼 아늑하게 바라보인다. 새벽 2시 반, 이구 대장과 김헌영씨가 배낭에서 먹거리를 끄집어내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이것저것 집어먹는다. 허기질 만도 했다. 오후 8시경 저녁밥 먹은 다음 물 몇 모금 마시면서 계속 걷고 있으니. 우이암을 400m쯤 앞두고 데크길로 접어든다. 중간중간 만들어놓은 조망대 위에 올라서 우리가 밟고 지나온 도봉산 주능선을 바라보며 숨도 가다듬는다. “쇠귀가 아니라 소 혀처럼 생겼는데요.” 말없이 걷던 윤해경씨는 어둠을 뚫고 솟아오른 우이암의 기묘한 형상에 잠시 잠이 달아났나 보다. 하지만 곧 또다시 말을 잃는다. “야경도 좋고, 날도 좋고, 오늘 같은 날을 언제 만나겠어요”
6일 오전 4시30분, 우이동 해장국집. 보통 5시간쯤 잡는다는 도봉산은 7시간 걸린 셈이다. 도중에 길을 헤매는 바람에 한 시간쯤 지체되기는 했지만, 준족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기록이다. 모두들 지쳤나 보다. 정정현 기자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기대 눈을 감고, 황원선씨도 드러눕는다. 윤해경씨는 이제 아예 입을 닫아 버렸다. 두주불사형 이구 대장도 소주 한 잔으로 해장술을 끝낸다. 잠시 고민. 이구 대장과 김헌영씨는 우이동~도선사 주차장 구간은 차를 타고 올라간다지만 뭔가 찜찜하다. 하지만, 혼자 우길 수는 없는 일. 결국 일행 모두의 의견에 따라 새벽 5시55분 도선사행 첫 셔틀버스를 타고 1.5km 콘크리트 구간을 해결한다.
새벽 산은 신록이 꿈틀거리며 생동감 넘친다. 바위는 벌겋게 달아오르며 새날을 맞는다. 우리들도 아침밥 먹고 새날의 기운을 얻었는지 어둠 속에서보다 발이 가볍다. 산이 이렇게 맑다는 사실을 오늘 새삼 깨닫는다. 하늘은 파랗고, 숲은 연둣빛으로 반짝인다. 계곡물도 콸콸 소리내며 흐른다. 하루재를 넘고 바윗길 따라 백운산장으로 올라서는 사이 등뒤로 수락산이 솟구치고, 그 뒤로 천마산 - 철마산 능선이 당당하게 버티고 서 있다. 인수봉 알바위는 보석처럼 반짝인다. 백운산장 앞마당에는 이런 모습에 들뜬 바윗꾼들이 벌써부터 장비를 챙기고 배낭을 둘러메고 있다. 오를수록 산봉은 점점 더 솟구치고 더 길게 뻗어나간다. 한북정맥 국망봉 - 광덕산 줄기 뒤로 명지산이 우뚝 솟아 있고, 그 오른쪽으로 용문산 일원의 산봉들이 꿈틀거린다. 이렇게 지금 대자연의 장엄한 풍광을 보려고 안개비를 가르고, 어둠을 뚫고, 여명을 등지며 백운대로 걸어 오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힘이 솟는다. 우리들이 산꾼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분명 산이, 대자연이 새로운 힘과 흥분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리라. 백운대 정상에 오르는 이들의 얼굴이 모두들 맑고 기쁨에 넘쳐 있다. 한 발 한 발 오를수록 점점 더 많은 산봉이 솟구친다. 인수봉 뒤로 오봉에서 자운봉, 만장대로 이어지는 연둣빛 도봉 주능선의 바위봉들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이제 멀리 임진강 예성강 하구도 내려다보이고, 이북의 산봉들도 보인다. 이 이상 산정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 또 어디 있겠는가. “먼저들 가세요….” 다리가 꼬이고, 몸이 휘청거린다. 쏟아지는 잠을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 일행들에게 뒤쫓아간다고 양해를 구한 뒤 길가 바위에 기대 눈을 붙인다. 깜빡 했다 놀라서 달려간다. 기껏 해야 2분이나 눈을 감았을까, 그런데도 살 만하다. 새벽부터 서둘러 산을 오른 석상명씨가 백운산장에서 합류하고, 용암문에서는 윤대오씨와 합친다. 오전 8시면 대남문에 도착하리라는 계획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6시40분에 올라왔건만 정작 일행을 만난 것은 오전 10시가 넘어서였다. 어쨌든 윤대오씨가 짊어지고 올라온 캔맥주가 그토록 시원할 줄이야. “날 잡아 먹어라, 잡아먹어….” 1시간이면 하산할 수 있는 구기매표소로 내려가자는 의견을 일축하고, 계획대로 불광매표소로 가자는 말에 황원선씨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한숨을 내쉰다.
이제 마지막 스퍼트다. 대남문은 토요 휴일을 맞아 올라온 등산인들로 북새통이다. 이제 안개비 속의 고요함도, 이른 새벽의 적막함도 사라져 버렸다. 소요와 흙먼지, 한낮의 따가운 햇살만 느껴질 따름이다. 시커먼 까마귀파, 파랗고 빨간 알록달록파 등 등산인들은 대부분 대남문이나 백운대 방향으로 진행, 좁은 길을 앞두면 한쪽으로 비켜설 수밖에 없다. 이제 어깨를 부딪기는 인간세계로 내려가는 길인가 보다. 향로봉을 넘어서자 드디어 우리가 내려설 불광동이 내려다보인다. 햇살은 더욱 뜨거워진다. 그 햇살에 질린 탓인지 말을 건네는 이가 한 사람도 없다. 단지, 한 발 한 발 걸어 내려설 뿐이다. 만 24시간이 다가온다. 그 시간을 넘길 수는 없다는 생각에 걸음이 빨라진다. 12시55분, 마지막 체력단련장. 급히 바위계단길을 내려선다. 오후 1시 드디어 불광매표소다. 불광사 앞 화단에는 벌나비가 오후 햇살을 즐기며 하늘거리고 있었다.
이 날 3호선 전철을 탄 일행 7명은 한 자리에 나란히 앉아 수서역에 닿을 때까지 근 1시간을 곯아떨어진 채 맞은편 승객들에게 진풍경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이틀간 우리 모두는 자학증 환자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날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소인국 같은 서울과, 밤하늘을 수놓은 의정부시와 서울 강북의 야경, 그리고 명지산과 용문산뿐 아니라 임진강과 예성강 하구가 서울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가 윤해경씨는 막걸리 뒤풀이에서 졸다가 “할 만했냐?”는 질문에 “좋잖아요, 야경도 좋고, 오늘처럼 맑은 날을 또다시 어찌 만나겠어요. 이렇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을 수 있는 산행이 또 어디 있겠어요”라 대답했나보다. [월간 산 한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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