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30년 전 한자파들이 지금과 똑 같이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추
진한 일이 있다. 이번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추진한 대표격인 민관식 한
자교육추진총연합회장이 문교부 장관이었던 때였다. 아래 내용을 보면
이 문제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우리말살리는 겨레모임]
의 회보 [우리말 우리얼 34]호에 실리고 여러분께도 알려준다.
--------------------------------------------------------------
[1972년 발표한 성명서] - 초등학교 한자 교육 반대
[성명서] 국민학교 중학교 한문 학습 반대
최근 중학교에 한문 과목을 설치하고 국민학교에서도 한문 교육을 시범 학교제로 실시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고등 교육에서 한문 학습을 근본
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전문적 학습은 종전보다 더 철저히 할 것을 주장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과거의 기록은 대부분 한문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의
과거를 알자면 곧 한문 지식이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
나, 이 한문 지식은 어디까지나 한문으로 기록한 우리 고전 분야나 중
국 고전을 전공하기 위한 기초로서 필요한 것일 뿐입니다.
이러한 고전 분야의 전공을 위하여 전 국민에게 한문을 요구함은 불필
요한 동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국민학교나 중학교에서의 한문 학습은 공연히 정력과 시간과 경제만 낭비할 뿐입니다. 의무 교육
기간에는 현대 국어 학습에 충실하면 족한 것입니다.
교육은 기억하는 교육을 지양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가장 지력 발달이 왕성한 국민학교 시절에 한자와 같이 어렵기 짝이 없는, 그리고 배우지 않고도 될 무거운 과제를 공급하여, 아이들
의 정력과 시간을 강요한다는 것은, 설사 그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
두었다 하더라도, 부질 없는 일입니다.
한문 교육으로 인한 기억이 습관화함으로써 창의력과 사물에 대한 자발적 관찰력, 그리고 진리 탐구의 능력이 부족하여 인생의 앞길을 타개하여 전진하지 못하는 자가 되고 말 것임은 너무나 환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국민학교나 중학교에서의 한자 교육 실시는 결과적으로 국·한문 혼용의 체제로 되돌아갈 저의를 보이는 것뿐이며, 여태까지 세워 놓은 정
부의 원대한 한글 전용 시책이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사십대 이하는 한글 세대라 할 수 있으며, 특히 십대 소년들은 자라나
는 한글 세대입니다. 정부 문교 정책의 혼란으로 말미암아 그들 어린
가슴에 심지어는 무거운 멍에는 둘째로 하고라도, 그들의 침묵의 소리
를 무시하는 결과가 되어, 정신 자세를 혼란케 하고, 활발히 뻗어 나
가는 지능 발달은 여지 없이 꺾이고 말 것입니다. 특히, 제한 한자의
병용은 공연히 한자 습득의 노력만 낭비할 뿐입니다. 제한 한자는 우
리가 일상 쓰고 있는 가장 빈도 높은 말에서 선택된 것이기 때문에 그
한자로 구성된 말은 한글로 써도 아무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한자 제한론의 모순은 여기에 있습니다.
글자는 지식 통달의 수단 이상이 될 수없습니다. 그러므로, 글자는 단
시일 안에 배울 수 있는 것이라야 하며 읽기, 쓰기의 충분한 능력은 국
민학교 때 완성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 이력으로 풍부한 어휘 지식
과 그 활용의 능력을 길러 모든 과학의 기본적 지식 기술을 습득하는
데 기초로서 이바지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의무 교육 기간의
한자 교육 시도는 전면적으로 철회하여야 하며, 고등학교 과정부터 실
시하되 중학교 시절에는 선택 과목으로 삼아야 함을 주장하여 이에 성
명하는 바입니다.
1972년 2월 일
카톨릭 저널리스트 클럽, 대한 기독교 서회, 대한 기독교 교
육 협회, 민족 문화 협회 대한 성서 공회, 새싹회, 민족관 건립
위원회, 외솔회, 배달 문화 연구원, 타자 학원 교육 협회, 세종
대왕 기념 사업회, 한국 구비 문학회, 재건 국민 운동 중앙회,
한국 기독교 여자 청년회, 한국 곤충 분류학회, 한국 민속학회,
한국 국어 교육학회, 한국 상고사 학회, 한국 기독교 청년회,
한국 시조 작가 협회, 한국 사무기계 종합 연구소, 한국 어문학
연구회, 한국 소년 지도자 협회, 한국 음성 학회, 한국 식물 분
류 학회, 한국 자유교육 학회, 한국 예수교 협의회, 한국 타자
교육 연구회, 한국 자유 교양 추진회, 한글 광학 전자화 연구소,
한국 천주교 중앙 협의회, 한글 문학회, 한국 타자인 협회, 한
글 전용 국민 실천회, 한글 기계화 연구소, 한글 타자 연구회 한
글 전용 추진회, 한글 학회, 대종교, 이상 39개 단체
(이번에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건의한 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회장인 민
관식 님이 문교부 장관일 때 박 대통령이 한글전용을 강력히 추진하기
로 한 정책을 김종필 당시 총리와 함께 막고 국민학교 한자 교육을 추
진해서 반대한 성명서와 건의서를 올린다. 민관식 전 장관은 그 때 못
이룬 꿈을 죽기 전에 이루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1972년 국민학교 한자교육 반대 건의서
대통령 각하께 드리는 글
1948년 우리 나라 국회에서는 한글 전용법이 통과되어, 모든 공문서는
한글만으로 적게 되었습니다만, 그것이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고, 우여
곡절을 거듭하여 오던 중, 1968년 한글 전용을 실천하라는 청사에 길
이 남을 각하의 용단이 내린 뒤 우리 나라의 문자 생활은 한글을 전용
하게 되면서, 차츰 기계화되어 고속 시대에 발맞추어 나가게 됨으로써
절대 다수의 국민은 각하의 어문 시책의 혁신이 세종 대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혁신에는 저항이
있기 마련이어서, 일부 고령의 완고한 인사들은 인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 역사적인 전진의 길을 막기 위하여 갖은 수단을 다하고 있습니다.
문교부는 이러한 보수적인 움직임에 양보하는 뜻에서인지, 금년부터 한
문을 중학교에서는 필수 과목으로 하려 하고, 국민학교에서도 한자를 험적으로 가르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문교부에서는 이것이 한글 전용의
국책과는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는 있습니다만, 문교부의 한문 교육 방침은 근본적으로 한글 전용을 무시하는 처사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글 전용 정책은 종전대로 밀고 나가겠다면서, 어찌 국민학교에
까지 한자를 가르칠 생각을 하며, 국민학교 교육의 연장인 중학교에서
는 한문을 필수 과목으로 해야 된단 말입니까?
이런 속셈을 알아챈 국민 대중은 한글 전용 정책이 완전히 뒤집혀진 것
으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래 한글 전용으로 되어 나오던 정부의
공용 문서에까지 한자가 섞여 나오는 사태가 이즈음 부쩍 늘어나고 있
습니다.
이리하여 한글 전용 정책은 크나큰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각하의 뜻하는 바가 아님을 너무나 잘 아는 우리들 한글 전용 정책을
지지하는 39 문화 단체에서는 이 자리에서 각하의 한글 전용의 역사적
혁신 정책의 보수적인 일부 인사들에 의해서 뒤엎어짐이 없도록 하시리라 믿고 이 글을 드리는 바입니다.
1972년 3월 7일
39개 문화단체 연맹
-------------------------------------------------
[1972년 보도 기사]
정부, 한글 전용 정책에 변함없다고, 밝혀
― 문교부 장관 공한 보내와 ―
박 정희 대통령은 1967년 11월 16일자로 250여종의 정부 간행물을 모
두 한글 전용에 가로쓰기로 발행할 것을 지시한 바 있어, 각계 각층의
찬사를 받은 바 있었고, 또 그 후 줄기차게 밀고 나온 한글 전용과 아
울러 한글 기계화 운동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바야흐로 "한글 시대"가
다가옴을 온 국민은 은근히 기뻐해 마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중·
고등학교에 한문 교육을 한다는 문교부 발표가 있자, 39개 문화 단체에
서는 "정부의 원대한 한글 전용 정책을 뒤엎는 처사"라고, 이를 단호히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여 이에 대한 시정책을 정부 요로에 건의한 바 있다.
지난 3월 1일자로 박 정희 대통령께 드린 39개 문화 단체의 건의서에
대한 문교부 장관으로부터 6월 10일일자로 한글 학회 대표 허 웅 이사
장 앞으로 별항과 같은 회신이 왔는데, 정부는 종전 방침대로 앞으로도 계속 한글 전용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동안 문교부는 지
난 2월 16일 "중학교 한문 교과"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법 시행령
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9명으로 된 한문 교육 과정 심의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카도릭 저널리스트 클럽(회장: 김 자환)을
비롯한 39개 문화 단체에서는 즉각 이에 대해 "국민학교나 중학교에서
의 한자 교육 실시는 결과적으로 국·한문 혼용의 체제로 되돌아갈 저
의를 보이는 것뿐이며, 여태까지 세워 놓은 정부의 원대한 한글 전용
시책이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등의 성명서(별항)를 발표하는 한편, 박 정희 대통령께 3월 10일자로써 건의서(별항)를 내어 시정책을 촉구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로 하여금 선처토록 지시한 바 있어,
김 종필 국무총리는 3월 7일 민 관식 문교부 장관 배석하에 39개 문화
단체 대표(주 요한·허 웅·정 인승·한 갑수·안 호상)를 초청하여 면
담한 바 있는데, 동 석상에서 김 총리는 "한글 전용 정책은 기계화를
위해서도 변함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39문화 단체 연맹 한글학회 대표 허 웅
...3. 중학교의 한문 교육 실시는 고전 문화의 계승이나 한문 문화권과의 주체적인 조항 형성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오니 이 취지를 이
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4. 끝으로, 정부는 계속 한글 전용 정책을 추
진할 방침임을 알려 드리오니 이 점 건의 단체에 주지시켜, 본 정책 수
행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