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후(安昌後,1687~1771) : 한설당(閒說堂), 유학자, 시조 작가(문인)

[安載重]

인 물 편 자 료 ( 전 대 )

성 명(한자)	안창후(安昌後)	본 관 (한자)	죽산(竹山)	자(한자)	계중(繼仲)
호(한 자)	한설당(閒說堂)	생 몰 년 대	1687년(숙종 13) ~1771년(영조 47) 2월 5일
출생지 (거주지)	전남 보성군 보성읍 쾌상리 동암마을
주 요 경 력	●1747년(영조 23)에 유교적 도덕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생활윤리를 한글로 지은 〈한설당 25가(연작 시조 24수와 명분설(名分說)이라는 가사 1편)〉를 지었다. ●1767년(영조 43) 통정대부(通政大夫)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에 수직(壽職)으로 임명됨.
출전(出典) 및 주요저서	출전 ●《보성읍지(寶城邑誌)》 ● 안창후(安昌後)의 묘갈명(墓碣銘)과 묘표(墓表) 저서 ●《한설당유고(閒說堂遺稿)》
기 타
자료제공자	족후손 안재중(011-628-5427)

※ 본 서식이 부족할 경우 별지 기재하여 첨부 바랍니다.

---

《보성읍지(寶城邑誌)》인물(人物)편 기록

http://kyujanggak.snu.ac.kr/GDS/GDS_EPJICHRR.jsp?setid=109430&pos=0&ptype=list&subtype=ej&cn=GK10806_00&lclass=04&subtitlenum=2343

안창후(安昌後)

舳之七代孫。自幼時氣質敦確。儀容寬毅儼若大人。世襲忠孝。事親至孝。居喪盡禮三年。不入中門。不脫衰經。平居整衣冠端坐。沈潛經義。著五常說朞三百解總。名之曰閑說。因以閑說扁堂。年至九十。以老職僉樞。作感恩詩。堯年舜壽。我仁君廣布周文善養。恩垂死。老臣無計報但將華祝拜。天門疏。才曾未顯。至老猥蒙恩拜祚筵國祿。聖壽及王孫。臨終之際。不廢與洗口。宛如平日。誦經史。一道文章褒薦。

안축(安舳)의 7대손이다. 어려서부터 타고난 기질이 인정 많고 진실했으며, 풍채는 크고 단단하며 언행은 점잖고 무게가 있어 어른스러웠다. 충(忠)과 효(孝)를 대대로 이어 어버이 섬김에 지극히 효도했고, 부모의 장례를 치르면서 상중에는 중문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옷을 벗지도 않는 등 3년 동안 예를 다하였다. 평소에도 의관을 단정히 하여 심오한 경서의 뜻을 궁리했다. 1년 동안 300여개의 해설서를 모두 공부한 후《오상설(五常說)》을 저술하고, 〈한설(閑說)〉이라 이름을 지어, 이 한설로 편액을 하여 사랑채에 붙였다. 90세가 되자 노직으로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에 임명된 후 감은시(感恩詩)를 지었는데, “요순시대(堯舜時代)와 같은 태평성대를 만나 우리 어진 임금은 주나라 문왕이 늙은이 봉양 잘했던 것을 본받으시니 노신은 그 은혜를 죽어서도 갚을 길 없고 그저 감사함에 절을 할 뿐입니다.” 대궐에 상소를 올려서 “재주가 많지 않은데도 외람되게 벼슬과 국록을 받는 은총을 입었습니다. 만수무강하시기를 빕니다.”고 했다. 임종할 때 미처 씻지 않았는데도 마치 평일과 같았다. 경사에 통달했고, 전라도에서 문장(文章)으로 포천(褒薦)되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 인물사전

http://people.aks.ac.kr/front/tabCon/ppl/pplView.aks?pplId=PPL_6JOc_A1687_1_0006941&curSetPos=0&curSPos=0&isEQ=true&kristalSearchArea=B

안창후(安昌後)

[요약정보]

UCI G002+AKS-KHF_13C548CC3DD6C4B1687X0

자 계중(繼仲)

호 한설당(閒說堂)

생년 1687(숙종 13)

졸년 1771(영조 47)

시대 조선 후기

본관 죽산(竹山[新])

활동분야 문학 > 문인 

부 안세헌(安世獻)

증조부 안욱(安彧)

출신지 전라남도 보성

저서 《한설당유고(閒說堂遺稿)》

[상세내용]

안창후(安昌後)에 대하여

1687년(숙종 13)∼1771년(영조 47). 조선 후기의 문인. 자는 계중(繼仲), 호는 한설당(閒說堂). 본관은 죽산(竹山[新]). 전라남도 보성 출신. 부친은 안세헌(安世獻)이다. 효우학행으로 유림의 포상천거를 받았으나 벼슬에는 뜻이 없어 평생을 한설당에서 글벗들과 시문에 힘썼다. 1747년(영조 23)에 유교적 도덕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생활윤리를 연작시조로서 시조 24수와 가사 1편과 함께 같은 제목의 한시문을 지었다. 그가 국문으로 시조와 가사를 짓게된 동기는 증조부인 안욱(安彧)이 김인후(金麟厚)와 임억령(林億齡) 등과 사귀던 집안이었던 데에 있다. 이른바 호남가단의 중심지였던 담양, 장성의 인물들이 많은 국문시가를 지음으로써 보성의 한설당 집안에까지 그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이러한 지연과 인맥을 따라 ‘한설당 25가’(시조 24수와 가사 1편)도 나올 수 있었으며, 17세기에 보성에서 가사 〈남초가(南草歌)〉를 지은 박사형(朴士亨)의 영향도 직접적으로 입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가 남긴 시조 24수에는 저마다 소제목을 붙였는데, 가사의 제목은 〈명분설(名分說)〉이다. 저서로는 문집 《한설당유고(閒說堂遺稿)》가 있다.

[참고문헌]

《한설당유고(閒說堂遺稿)》

한설당 안창후의 시가 연구(이상보, 국민대학교 語文學論叢 9, 1990)

조선시대 시가의 연구(이상보, 이회문화사, 1993)

네이버 백과사전 / 인물 / 한국문학

http://100.naver.com/100.nhn?docid=903174

안창후(安昌後,1687~1771)

요약

조선 후기의 문인이다. 글에 뛰어나 연작시조 25수와 가사인 《명분설》 1편을 지었다.

본관 죽산(竹山)

자 계중(繼仲)

호 한설당(閒說堂)

국적 한국

활동분야 문학

출생지 전라남도 보성

주요저서 《한설당유고(閒說堂遺稿)》

주요작품 《명분설(名分說)》

본문

본관은 죽산(竹山)이다. 자는 계중(繼仲)이고, 호는 한설당(閒說堂)이다. 전라남도 보성에서 안세헌(安世獻)의 아들로 태어났다. 효성이 깊고 학문이 높아 유림의 천거를 받았으나 벼슬에는 뜻이 없어 관직에 나아가지 않았다. 향리에 한설당을 세우고 친우들과 글을 벗하며 지냈다. 연작시조 25수와 가사인 《명분설(名分說)》 1편 등이 전한다. 시문집 《한설당유고(閒說堂遺稿)》가 있다.

1990년에 진원(珍原) 박하주(朴廈柱)가 지은〈안창후(安昌後,1687~1771)의 묘갈명(墓碣銘)〉

한설당안공창후묘갈명(閑說堂安公昌後墓碣銘) 병서(幷序)

故通政大夫 僉知中樞府事 閑說堂安公之沒 距今二百有餘載 而子姓零替 墓尙闕顯刻 其九世冑孫升烈 與其從弟金燮 乃齎咨發謀具石 訪余金華山房 請之以辭曰 奉蓬山翁命而來也 噫 余遯廢窮山 謝絶人事 尤以文字爲戒 然其奈翁之命何哉 遂强破宿戒 謹按狀而書之曰 公諱昌後 字繼仲 竹山人 上世竹城君文惠公元衡 爲始貫祖 而實文成公晦軒先生曾孫也 其後簪組相承 爲世名族 鮮朝仁明之際 有諱舳 號鈍庵 拜官不就 與金河西林石川 優遊物外 竝稱湖南三高 是生諱重寬進士 世稱牛山先生本生父 而於公爲六世祖也 曰邦善蔭校尉 曰孝立宣敎郞 曰彧通德郞 從出后從祖牛翁學 丙子陪翁倡義 至礪山聞媾和 痛哭而歸 杜門不仕 曰汝相 曰世獻副司果 考以上四世 而妣咸豊李氏相周之女也 肅宗丁卯 公生於鈍庵公世嫡之家 胚胎擩染 稟受者厚 自孩提儼若成人 不煩程督 而自勵讀書 咿唔不撤 而文義驟進 十歲前後 已通四子書 及長遍讀經史子集 詞藻贍暢 而不屑擧業 惟專意爲己之學 於小學家禮心經近思錄等書 最用力 而取其要語 揭諸座右 又以求放心三字爲究竟法 而手書佩符 夙夜孜孜 存養純熟 體認切摯 修身制行 粹然一出於正 而無違繩程 內行備而至性出人 事親以孝 生而養志嘗藥 沒而居憂承祭 靡不用極 人稱其孝而必曰 爲法閒說堂而後 人道可以得正 以之御家衆 森然有度 不言而化 奉先惇宗 誠無不孚 而儀無不備 其於接人應事 和氣靄然 而賢愚皆悅服 獎進來學 諄諄啓發 而多有成就者 此可見其行成於家 而德孚於人也 蓋其爲學 不務新奇 而主乎平實 不務躐致 而主乎積累 故其所論著人心道心 及天性賢愚同 諸編之剖析精微 朞三百之探索註解 儀禮之常變節解 皆出於體驗自得之餘 而又於理氣四端七情之說 以栗翁之說爲準的 而辨析明白 門長老梧軒公壽相 以造詣之高明 亟稱之 亦可見其學術之的 用工之深也 平居持身莊重 衣冠容貌 威儀必飭 而惰慢鄙倍之氣 不說於肩背辭氣之間 而未嘗少忽 逮其晩歲 以閒說扁其堂 而自號 述其志事 而結之以詩曰 常恐煩撓心易失 更思幽靜意無違 人言我答惟閒說 欲伴浮雲遠是非 蓋深懲世之不務其實 而徒尙黨論是非者流也 自是罕跡門外 日處其中 惟慥慥乎居敬思誠 故學益邃而德益崇 翕然爲一方所推 而省內諸儒 迭相狀薦于縣官方伯 以徹于朝聽 而未蒙㫌典 竟以優老典 僉樞而止 公議甚慨鬱 距其生八十五年 辛卯二月五日 考終于閒說堂 九月葬于甘井洞鈍庵公兆下癸坐原 背完山李氏頤培之女 生卒皆先公五年七年 而葬用魯禮 二男處成有孝行 次處壽 一女適李行敏 孫男曰命鯤 亦以孝累登剡薦 女適宋明佐 長房出 曰命澈 次房出 銘曰 孝友政家 詩禮扶持 林下夷猶 眞樂無涯 濡染家模 中有餘師 所以君子 愷悌德儀 鬱彼佳城 劖辭載珉 我言匪謏 庸詔後人. 

庚午二月下澣 珍原 朴廈柱 謹撰

---

(번역문)

고(故) 통정대부(通政大夫)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 한설당(閑說堂) 안공(安公)이 죽은 지 이제 200여 년이 되건만, 자손이 가난하여 묘소에다 아직 비석을 세우지 못하였다. 그의 9세 주손 승렬(升烈)이 종제 금섭(金燮)과 더불어 이를 탄식하고 모의하여 비석을 마련한 뒤, 금화산방(金華山房)으로 나를 찾아와 글을 지어주길 청하면서 말하기를, “봉산(蓬山)어른[이 글을 지은이의 장인인 안종선(安鍾宣)의 호.]의 명을 받들어 찾아왔습니다.” 하였다. 아! 나는 깊은 산중에 숨어 인간세상의 일을 사절했고 더욱이 글을 짓는 것을 경계해 왔으나, 그 어른의 명이라 하니 어찌하겠는가? 마침내 오랜 약속을 억지로 깨뜨리고, 삼가 행장(行狀)을 살펴 다음처럼 적는다.

공의 휘(諱)는 창후(昌後)요 자는 계중(繼仲)이요 본관은 죽산(竹山)이다. 상고에 죽성군(竹城君) 문혜공(文惠公) 원형(元衡)이 시조가 되는데 실은 문성공(文成公) 회헌(晦軒: 안향)선생의 증손이다. 그 후에 높은 벼슬아치가 잇달아 배출되어 세상의 명족(名族)이 되었다. 조선조 인종․명종 무렵에 휘는 축(舳), 호는 둔암(鈍庵)이라 한 분이 있었는데, 벼슬에 임명되어도 나가지 않고 김하서(金河西: 김인후)․임석천(林石川: 임억령)과 세상을 초탈하여 한적하게 노닐었으므로 ‘호남삼고(湖南三高)’라 일컬어졌다.

이 분이 휘 중관(重寬)을 낳으니 진사(進士)였으며 세상에서 우산(牛山: 안방준) 선생의 생부라 불렀는데, 공에게는 6세조가 된다. 방선(邦善)은 음직(蔭職)으로 교위(校尉)였고, 효립(孝立)은 선교랑(宣敎郞)이었다. 욱(彧)은 통덕랑(通德郞)이었는데 양자로 나간 종조(從祖) 우옹(牛翁: 우산선생)에게 배웠고, 병자호란(丙子胡亂)에는 우옹을 모시고 의병을 일으켰다가 여산(礪山)에 이르러 화친(和親)이 맺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돌아와 문을 걸어 잠그고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그 다음이 여상(汝相)이요 그 다음이 부사과(副司果)를 지낸 세헌(世獻)이니, 아버지 이상 4세(世)의 행적이다. 어머니는 함풍이씨(咸豊李氏) 상주(相周)의 딸이다.

숙종 정묘년(1687)에 공은 둔암공의 세적지가(世嫡之家: 대대로 적통을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가학(家學)에 흠뻑 젖었다. 타고난 기질(氣質)이 중후하여 두세 살 어린 아이였을 적에 이미 성인과 같은 단정함을 보였다. 번거롭게 과정(課程)을 만들어 독려하지 않아도 스스로 힘써 글을 읽었으며,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아 글의 뜻을 빨리 깨우쳤다. 10세를 전후로 이미 사자서[四子書, 사자는 공자(孔子)․증자(曾子)․자사(子思)․맹자(孟子)를 말하므로 사자서는 『논어(論語)』․ 『대학(大學)』․ 『중용(中庸)』․ 『맹자(孟子)』 등의 경전을 말함.]에 통하였고, 장성하여서는 경사자집[經史子集, 경서(經書)와 사기(史記), 제자백가(諸子百家)와 선현의 문집(文集)을 통칭함.]을 두루 읽어 문장을 넉넉하게 펼칠 수 있었으나, 과거공부[擧業]를 달가워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을 수양하는 학문[爲己之學]에 전념하였다.

『소학(小學)』․『가례(家禮)』․『심경(心經)』․『근사록(近思錄)』 등의 책을 가장 힘들여 공부하여, 그 중에서 중요한 말을 뽑아 좌우(座右)에 내걸었고, 또 ‘구방심(求放心: 방심을 막음)’ 석 자를 궁극적인 수양방법으로 삼아 손수 써서 부적처럼 차고 다니며 온 종일 노력하여, 순숙(純熟)하게 보존하여 기르고 진지하게 체득하여 확인하였다. 몸을 닦고 행동을 절제함은 순수하여 한결같이 올바름에서 나와 조금도 법도를 어기지 않았으며, 내면의 행실이 갖추어져 지극한 본성이 사람들에게 흘러나왔다.

어버이를 효성으로 섬기되 살아서는 뜻을 기르고 약을 달여드렸으며, 죽어서는 상을 치르고 제사를 모시는데 온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의 효성을 칭송하면서 반드시 말하기를, “한설당(閑說堂)을 본보기로 삼은 뒤에 사람의 도리가 바르게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마음으로 집안 사람을 이끌어 삼엄한 법도가 있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교화가 되었으며, 선조를 받들고 일가를 두텁게 하되 진실하여 믿음이 없지 않았고 예의가 갖추어지지 않음이 없었다. 사람을 대접하고 사물을 응접할 때에도 화기(和氣)가 가득하여 어진 이나 어리석은 이나 모두 기꺼이 복종하였다. 후학(後學)들에게 학문을 권장하여 진보시키되 곡진하게 타이르고 계발시켜 성취한 사람들이 많았으니, 여기에서 그의 행실이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학덕이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었음을 볼 수 있다.

대개 학문을 할 적에 신기(新奇)한 것에 힘쓰지 않고 평이하고 내실이 있는 것을 주장하였으며, 단계를 뛰어넘는 것에 힘쓰지 않고 조금씩 축적하는 것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그가 논하여 지은 바, ｢인심도심(人心道心)｣ 및 ｢천성현우동(天性賢愚同)｣[｢인간적인 마음과 도덕적인 마음이란 무엇인가?｣, ｢천성(天性)은 어진 이나 어리석은 이나 같다｣는 내용을 논한 글이다.] 등 여러 글들의 정밀한 분석과 ‘기삼백(朞三百)’[천체 운행을 관찰하여 1년의 날 수를 정해봄.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너희들 희씨와 화씨야! 1년 날 수는 366일이다.[汝羲曁和, 朞三百有六旬有六日] 거기에 적당히 윤달을 두어서 사철의 순서를 바르게 해서 1년의 행사를 정하라.” 하였다.]을 탐구하여 주해를 쓴 것과 의례(儀禮)의 상변(常變: 일상적인 것과 변용할 것)을 구분한 해석 등은 모두 체험(體驗)과 자득(自得)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또 이기(理氣)와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설명할 때에 율옹(栗翁: 율곡 선생)의 학설로 표준을 삼아 명백하게 변론하고 분석하였다. 일가 어른인 오헌공(梧軒公) 수상(壽相)이 “학문의 조예가 고명(高明)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주 칭찬하였으니, 또한 그 학술의 정확함과 공부의 깊이를 볼 수 있다.

평상시에 몸가짐이 장중하였고 의관이나 용모를 반드시 위엄과 법도로 정돈하였으며, 게으르거나 거만하거나 비루하거나 이치에 어긋나는 기색을 어깨나 등, 말과 기운 사이에 드러내지 않는데 일찍이 소홀함이 없었다. 만년에 이르러 한설당(閑說堂)이라는 편액을 걸어 자신의 호로 삼고서 그 뜻과 일을 기술하였는데, 마지막에서 시(詩)로 끝맺음하기를,

번잡함에 마음을 쉬이 잃을까 항상 두려워 常恐煩撓心易失

고요함으로 뜻에 어긋남이 없기를 다시 생각하네 更思幽靜意無違

사람의 물음에 대답하니 오직 한가로운 말일 뿐 人言我答惟閑說

뜬구름과 어울려 시비(是非)를 멀리하려 하오. 欲伴浮雲遠是非

하였으니, 대개 세상이 내실에 힘쓰지 않고 헛되이 당론(黨論)이나 시비(是非)만을 숭상하는 것을 깊이 징계한 것이다.

이로부터 문 밖에 출입을 삼가고 날마다 방안에서 거경(居敬)과 사성(思誠)의 공부[‘거경’은 항상 마음을 바르게 하여 품행(品行)을 닦는 것을 말하고, ‘사성’은 내 마음이 천도(天道)의 진실무망(眞實无妄)함을 닮아가기를 생각하는 수양방법이다.]에 독실하게 힘썼으므로, 학문은 더욱 깊어지고 덕은 더욱 높아져 한 고을 사람들이 모두 추대하게 되었고, 성내(省內)의 선비들이 서로 번갈아 현관(縣官)과 방백(方伯)에게 천거하는 글을 올려 조정에 알리려 했으나 포상의 은전을 받지는 못했다. 끝내 우로(優老: 장수한 사람을 우대하여 관직을 내리는 일)의 은전으로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에서 그치니, 사람들이 매우 개탄하는 의견을 나타냈다.

태어난 해로부터 85년이 지난 신묘년(1771) 2월 5일에 한설당(閑說堂)에서 세상을 마쳤고, 9월에 감정동(甘井洞) 둔암공(鈍庵公)의 묘소 아래 계좌원(癸坐原)에 장사를 지냈다. 부인 완산이씨(完山李氏)는 이배(頤培)의 딸로 생년과 졸년이 모두 공보다 5년, 7년이 빠른데 묘소는 합장으로 모셨다. 2남에 처성(處成)은 효행이 있었고 차남은 처수(處壽)요, 1녀는 이행민(李行敏)에게 시집을 갔다. 손자 명곤(命鯤)도 효행으로 여러 번 천거를 받았고, 딸은 송명좌(宋明佐)에게 시집을 갔는데 이들은 장남의 소생이요, 명철(命澈)은 차남의 소생이다. 이어서 명(銘)을 붙인다.

효도하고 우애하는 바른 집안 孝友政家

시(詩)와 예(禮)로 지탱하니 詩禮扶持

산림에 묻혀 배회하지만 林下夷猶

참다운 즐거움은 끝이 없다네 眞樂無涯

가정의 가르침에 흠뻑 젖어 濡染家模

그 가운데 많은 스승이 있으니 中有餘師

아! 군자(君子)의 所以君子

단아한 학덕과 법도로다 愷悌德儀

울창한 저 아름다운 성에 鬱彼佳城

‘가성(佳城)’은 묘소를 말함. 무덤의 견고함을 성(城)에 비유하여 이름.

글을 새겨 비석을 세우고 劖辭載珉

적지 않은 나의 말을 我言非謏

후대 사람에게 알리노라. 庸詔後人

경오년 2월 하한(下澣)에 진원(珍原) 박하주(朴廈柱)가 삼가 지음.

1990년에 족후손 안종선(安鍾宣)이 지은〈안창후(安昌後,1687~1771)의 묘표(墓表)〉

한설당안공창후묘표(閑說堂安公昌後墓表)

維我先祖鈍庵公 萬年之宅 在郡之蘆洞面甘井洞 而其下枕 之原 封以馬鬣者 其長房七代孫 閒說堂僉樞公之藏也 公之歿 今二百有餘사 而墓尙無揭德之辭 其九代宗孫升烈 與其再從弟金燮 示余以公之遺稿 而屬之以表背之文 噫 余雖耄矣 非但有同祖之誼 特悶其賢之久鬱未顯 而敍之曰 公諱昌後 字繼仲 閒說堂其自署也 考諱世獻副司果 號止齋 祖諱汝相 曾祖諱욱 通德郞 從學于從祖隱峰先生 丙子陪先生倡義 至礪山聞媾和 痛哭而歸 書不可共戴胡天六字於壁上 杜門不仕 高祖諱孝立 宣敎郞 蓋我竹山安氏 本自順興出 而以上詳於碣文 此可略也 妣咸豊李氏相周女 肅宗丁卯五月十日 生公 天性好學 德器夙成 自幼有孝友敦睦之行 見奴屬輩兄弟爭財者 以小學書中 難得易求之訓諭之 奴卽媿服 成童前 讀遍四書五經 而潛玩文義 識解高明 十五歲辛巳 丁母夫人憂 哀毁踰禮 司果公責諭以傷孝之戒 至弱冠 遍訪域內古家名勝而歸曰 道在六經 爲之在我 何必遠求哉 乃更取群經諸書 而兀然端坐 苦心沈思 殆忘寢食者數年 經旨之奧 義理之微 無不融會貫通 於是 聖名溢乎省鄕 質疑請業者甚衆 而公則益自韜晦 謙謙自持 惟以實踐爲務 每接人雍容慤實 言不出彛倫之外 以故人益敬重之 閨庭之間 亦雍雍睦睦 其子孫之有感物斫指之孝 亦皆原於此也 壬子丁司果公憂 抑哀俯從 罔或闕失於禮制 英宗丁亥 以耆老蒙僉樞 兼承賜帛之恩 前此累有士林薦剡 而公皆辭避 至是有此恩命 公作感恩詩二首 享年八十五之辛卯二月五日 考終于閒說堂 是年九月 多士會葬焉 淑夫人完山李氏頤培女 天黙齋尙馨玄孫 生肅宗辛未 卒正祖丁酉 墓用魯禮 二男一女 男處成 號无必齋 養親極誠 有臘瓜冬梨之瑞 次處壽 有文學孝友之行 期望甚重 而不幸早夭 女適李行敏 孫命鯤 誠孝根天 三度斫指 累登道薦 女爲宋明佐妻 長房出 命澈次房出 公之所著遺文 散逸殆多 只有略干篇 而議論正大明快 儘覺其出於躬行心得之餘 非俗儒記誦詞章之所可比 則足爲後學之津筏 無疑矣 竊嘗聞之 吾儒之學 須得淵源之正 然後可以路脈不差 故必以擇師爲先 而公則不由師承 而其所成就 如是卓卓 其天稟之高 固可想 而其曾祖通德公 嘗學於其從祖隱峰先生 則其家學淵源之正 亦不可誣也 嗚呼 其賢乎哉. 

庚午二月 日 隱峰先生 十一代孫 鍾宣 謹述 

---

(번역문) 

아! 우리 선조 둔암공(鈍庵公)의 만년의 집[萬年之宅: 묘소를 말함]이 군(郡)의 노동면 감정동(甘井洞)에 있는데, 그 아래 계좌원(癸坐原)에 말의 목덜미처럼 생긴 봉토(封土)가 그 큰아들의 7대손 한설당(閑說堂) 첨추공(僉樞公)의 묘지이다. 공이 세상을 뜬 지 어언 200여 년이 흘렀건만, 묘소에는 아직도 학덕을 알리는 글이 없다. 9대 종손 승렬(升烈)이 그의 재종제 금섭(金燮)과 함께 나를 찾아와 공의 유고(遺稿)를 보여주면서 묘표(墓表)의 글을 부탁하니, 아! 내가 비록 늙어 정신이 흐리지만, 같은 할아버지라는 정의(情誼)가 있을 뿐 아니라, 특히 그의 어진 덕이 오래도록 묻혀 드러나지 못함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여 다음처럼 적는다.

공의 휘는 창후(昌後)요 자는 계중(繼仲)이요 한설당(閑說堂)은 그의 자호(自號)이다. 아버지 세헌(世獻)은 부사과(副司果)요 호는 지재(止齋)이며, 할아버지는 여상(汝相)이다. 증조 욱(彧)은 통덕랑(通德郞)으로 종조(從祖) 은봉(隱峰)선생을 따라 배웠으며, 병자호란(丙子胡亂)에 선생을 모시고 의병을 일으켜 여산(礪山)에 이르렀다. 그러나 화친(和親)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돌아와, ‘오랑캐와 함께 하늘을 일 수 없다[不可共戴胡天]’는 여섯 자를 벽 위에 써 붙이고, 문을 닫은 채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고조는 효립(孝立)으로 선교랑(宣敎郞)이다.

대개 우리 죽산안씨(竹山安氏)는 본래 순흥(順興)에서 나왔는데, 상계(上系)는 묘갈명(墓碣銘)에 상세히 나와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려 한다. 어머니 함풍이씨(咸豊李氏)는 상주(相周)의 딸로, 숙종 정묘년(1687) 5월 10일에 공을 낳았다. 천성이 학문을 좋아하여 덕기[德器, 덕행(德行)과 기국(器局). 착한 행실과 뛰어난 재능. 행(行)의 이룸을 덕(德)이라 하고, 재(才)의 이룸을 기(器)라 함.]가 일찍 성취되었다. 어려서부터 효도하고 우애하고 돈독하고 화목한 행실이 있었는데, 재물을 다투는 노복(奴僕)의 형제를 보고 『소학(小學)』 책 속에 나오는 “형제는 얻기 어렵고 재물은 구하기 쉽다[難得易求]”는 가르침을 가지고 깨우치니, 종들이 곧 부끄러워하며 복종하였다.

성동(成童: 8세 이상의 소년)이 되기 전에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두루 읽고, 문장의 뜻을 세밀히 탐구하여 견식이 고명해졌다. 15세 되던 신사년(1701)에 어머니의 상을 당해 애훼(哀毁)가 예절[애훼골립(哀毁骨立)의 준말임. 부모의 죽음을 슬퍼하여 몸이 바싹 여읠 정도로 손상을 입는 것.]에 지나치니, 사과공(司果公)이 상효[傷孝, 상을 당해 효성이 지나쳐 몸을 상하는 것은 오히려 부모가 물려준 소중한 육체를 해치는 행위이므로 불효(不孝)가 된다는 것.]의 훈계로 일깨워주며 책망하였다. 약관(弱冠)에 이르러 지역 내의 고가(古家)와 명망이 있는 선비를 두루 찾아보고 돌아와 말하기를, “도(道)는 육경[六經, 여섯 가지 경서(經書). 곧 『역경(易經)』․『서경(書經)』․『시경(詩經)』․『춘추(春秋)』․『예기(禮記)』․『악기(樂記)』. 『악기』는 진시황(秦始皇)의 분서(焚書)에 없어지고 지금은 오경(五經)만 남아있음.] 속에 들어있고 그것을 행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는데, 하필 멀리서 구하랴?” 하며, 곧 다시 여러 경서(經書)들을 가져와 홀로 단정히 앉아 고심하고 깊이 사색하느라, 거의 잠자는 것도 먹는 것도 잊은 채 여러 해를 보냈다. 경전의 오묘한 뜻과 의리(義理)의 미묘함을 소상히 이해하여 꿰뚫어보지 않음이 없었다. 이에 명성이 고을에 넘쳐 의심난 것을 묻고 학업을 청하는 자가 매우 많았는데, 공은 더욱 자신을 감추고 겸손함을 지키며 오직 실천(實踐)에 힘썼다.

항상 사람을 접대할 때는 화락(和樂)한 얼굴로 진실하게 맞이하되, 말이 인륜(人倫)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이 더욱 존경하고 소중히 생각하였다. 집안에서도 또한 화목한 마음으로 대하였으니, 그 자손들이 사물을 감화시키고 손가락을 자르는[感物斫指] 효행을 나타낸 것도 모두 여기에서 연유하였다. 임자년(1732)에 사과공(司果公)의 상을 당해 슬픔을 억누르고 몸을 굽혀 따랐으나, 예법을 빠뜨리거나 실수를 범한 적이 없었다.

영조(英祖) 정해년(1767)에 기로(耆老: 60세 이상의 덕이 높은 노인)라 하여 첨추(僉樞)의 벼슬을 받았고, 아울러 비단을 하사하는 은전(恩典)을 입게 되었다. 이에 앞서 여러 차례 사림(士林)들의 천거가 있었지만 공이 모두 사양하고 피했는데, 이에 이르러 이러한 은명(恩命)이 있었으므로 공은 ｢감은시(感恩詩)｣ 두 수를 지었다. 향년이 85세 되던 신묘년(1771) 2월 5일에 한설당(閑說堂)에서 세상을 마쳤다. 이 해 9월에 많은 선비들이 모여 장사를 치렀다.

숙부인(淑夫人) 완산이씨(完山李氏)는 이배(頤培)의 딸이요 천묵재(天黙齋) 상형(尙馨)의 현손으로, 숙종 신미년(1691)에 태어나 정조 정유년(1777)에 돌아갔다. 묘소는 합장으로 모셨다. 2남 1녀를 낳았다. 장남 처성(處成)은 호가 무필재(无必齋)인데 지극한 정성으로 어버이를 모셨으므로, 섣달에 줄[苽, 포아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수초(水草). 잎은 자리를 만드는 데 쓰이고 열매와 어린 싹은 식용함. 『예기(禮記)』에 “고식치갱(苽食雉羹)”이라 함.]이 피고 겨울에 배[梨]가 열리는 상서로운 징조가 있었다. 차남 처수(處壽)는 문학(文學)과 효우(孝友)의 행실이 있어서 기대와 희망이 매우 컸으나, 불행하게도 일찍 죽었다. 딸은 이행민(李行敏)에게 시집을 갔다. 손자 명곤(命鯤)은 타고난 효성으로 세 번이나 (피를 넣어드리기 위해) 손가락을 베어 누차 도백(道伯: 감사 또는 관찰사)의 천거에 올랐고, 딸은 송명좌(宋明佐)의 처가 되었는데 이들은 큰아들의 소생이다. 명철(命澈)은 둘째 아들의 소생이다.

공이 저술한 유문(遺文)은 대부분 흩어져 없어져버려 겨우 몇 편만 남아있지만, 논의(論議)가 정대하고 명쾌하여 참으로 몸소 실행하고 마음으로 이해한 끝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속된 선비들이 경전을 암송하거나 시문을 짓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으니, 족히 후학(後學)의 진벌[津筏, 원래는 물을 건너는 설비로 나루와 뗏목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유학(儒學)의 도를 전해주는 ‘교량’으로 비유함.]이 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용히 듣건대, 우리 유가(儒家)의 학문은 반드시 연원(淵源)의 올바름을 얻은 뒤에 길이 어긋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스승을 선택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아야만 한다. 그런데 공은 스승을 잇지 않고도 성취한 바가 이처럼 탁월하였으니, 그의 타고난 자품이 높았음을 참으로 상상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의 증조 통덕랑공(通德郞公)이 일찍이 종조(從祖) 은봉(隱峰)선생에게 배웠다면, 그 가학(家學)과 연원(淵源)의 올바름을 또한 속일 수 없다. 아! 현명하도다.

경오년 2월 모일에 은봉(隱峰)선생의 11대손 종선(鍾宣)이 삼가 기술함.

자신이 한설당(閑說堂)이라 자호하고 편액을 붙이면서 지은 한설당 기문(閑說堂記)

한설당 기문(閑說堂記)

夫人之生於世 各有其職 士農工賈四民 是也 學爲士之職 耕爲農之職 工以贍器用爲職 賈以通有無爲職 此其隨分 而各職其職者也 顧余平生所職 何事 工之巧 賈之貨 曾未之學 今不必强 農是民之天 非不欲學 而常失於緩 終不如老農 然則非工非賈 而又違於農 惟士之職 聞於人 見於策者素矣 只聞其說 而不思其旨 只見其辭 而不究其蘊 身厭拘束 耽好安逸 心馳耳目 歆艶富貴 誠知其知不明行不篤 而優遊以至老焉 則六十年聞而見之者 徒爲口話資而止 其於四民之中 誰與之友乎 誰與之遊乎 是余之所以非弔慶 則無意於出入 非子姪 則無心於評品 與兄弟相對答問者 閑說而已 接親知相訪談論者 閑說而已 其所謂閑說者 非淸虛放浪之謂 只是養吾眞保吾拙 而無紛競之意也 吾以此閑說自號 而不知聽之者 亦以爲眞閑耶 非閑耶.  

---

(번역문)

대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 각각 직분을 갖게 되니, 선비[士]․농부[農]․장인[工]․상인[賈] 등 사민(四民)이 여기에 해당한다. 학문은 선비의 직분이요, 경작은 농부의 직분이요, 장인은 생활도구를 넉넉하게 만드는 것을 직분으로 여기고, 상인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교환함을 직분으로 생각한다. 이는 분수에 따라서 각각 그 직분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다.

돌아보건대, 내가 평생동안 직분으로 여긴 것은 무엇이었던가? 장인의 기교(技巧) 상인의 재화(財貨)는 일찍이 배우지 못했으니, 이제 와서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농사는 백성의 천직(天職)이기에 배우고 싶지 않음이 없지만, 항상 더듬거리다 시기를 놓쳐 끝내 노숙한 농부처럼 되지는 못하였다. 그렇다면 장인도 아니고 상인도 아니며 또 농부도 틀렸다.

오직 선비의 직분은 사람에게 듣고 책에서 보는 것이어서 평소에 익숙한 일이다. 다만 그 설명만 듣고 그 뜻을 생각해 보지 않거나, 그 말만 보고 깊은 뜻을 탐구해 보지 않으면서, 몸은 구속을 싫어하고 안일함을 즐기며, 마음은 이목(耳目)으로 달려가고 부귀(富貴)를 부러워하여, 참으로 그 앎이 밝지 못하고 행실이 돈독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하는 일 없이 늙어버린다면, 60년 동안 듣고 본 것이 한낱 이야기 밑천에 불과하게 된다. 사민(四民) 중에서 누가 함께 벗할 것이며, 누가 더불어 교유하겠는가?

이 때문에 나는 경조사(慶弔事)가 아니면 출입에 뜻을 두지 않았고, 아들이나 조카가 아니면 품평(品評)하는데 마음을 두지 않았다. 형제와 마주하여 문답할 때에도 한가로운 말뿐이었고, 친지를 찾아 담론할 때에도 한가로운 말할 뿐이었다. 이른바 한가로운 말[閑說]은 맑고 허하여 정처 없이 떠돌아다님[淸虛放浪]을 말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나의 참된 본성(本性)을 기르고 나의 졸눌(拙訥)한 말을 지켜서 어지럽게 다투는 뜻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로 해서 ‘한설(閑說)’이라 스스로 호를 지었는데, 이 말을 들은 사람도 또한 참으로 한가롭다고 생각하는지, 한가롭지 못하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

대표작품

인(人)이 인(人)이라 한들, 인(人)마다 인(人)일소냐

인(人)이 인(人)이라야 비로소 인(人)이어니

진실로 인(人)이고자 할진댄 반구저기(反求諸己,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라는 뜻) 하였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