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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숙이 굳게 믿는 것. 일단 이 사람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서선생이 몇 년 전 회식 자리에서 자기 옆에 앉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자기 옆에 앉았으니 자길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 사람의 행동 목표는 서선생이 아니라 동료 러시아어 교사인 이유리입니다. 이유리 때문에 자기가 중학교 영어교사로 밀려났다고 믿고, 이유리와 서선생 사이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양미숙은 이 둘을 떼어놓기 위해 서선생의 딸이고 전교 왕따인 서종희와 동맹을 맺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이 영화에서 벌이는 소동 중 상당 부분은 심각한 범죄입니다. 정말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들의 방향은 대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일단 비호감 주인공이 안경을 벗거나 신데렐라가 되고 주변 사람들과 화해하는 설정을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양미숙 수준의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위험한 정사]의 글렌 클로스처럼 미치광이 살인마가 되어 칼을 휘둘러대는 거죠.
놀랍게도 [미쓰 홍당무]는 어느 쪽도 택하지 않습니다. 양미숙은 영화가 끝날 무렵에도 시작할 때와 똑같이 비호감입니다. 그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비호감인 서종희도 마찬가지죠. 그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멸시하고 조롱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악당이 되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 위치에 그냥 있습니다. 이렇게 써놓으니 거의 시지프스 이야기를 하는 것 같군요. 암담합니다.
[미쓰 홍당무]에서 특별한 점은 바로 이 위치 선정에 있습니다. 영화는 그들에게 투항을 강요하지도 않고 그들의 상황이나 캐릭터를 미화하지도 않으며 악당으로 처벌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죠. 많은 관객들은 그러는 과정 중 이들에 감정이입을 하는 데 성공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죠. 특히 실제 생활에서 양미숙과 같은 사람들에게 말려든 경험이 있다면요. 이해하지 않으려 해도 이해하겠습니다. 어떻게 이런 영화가 모든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겠습니까. [미쓰 홍당무]는 그렇게 보편적인 취향에 호소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의 코미디 역시 이런 위치에서 나옵니다. 서글픔, 연민, 불쾌함, 공포, 혐오감이 규칙없이 섞여 있고 영화는 이 모든 것들을 순서에 신경쓰지 않고 마구 다룹니다. 가끔 사방에서 뭔가 터지긴 하는데, 이 코미디가 어느 감정을 건드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죠. 심지어 영화의 코미디는 종종 스토리의 방향성도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이 한심한 주인공들은 종종 자기네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고 중반 이후엔 관객들에게 동정을 호소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영화는 두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때 가장 잘 먹힙니다. 연기하는 배우들도 이해가 어려웠다고 불평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다보면 이 처절하게 매력없고 불쾌하면서도 징그러울 정도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틱하고 와닿는 때가 있습니다. 관객들 중 이들의 망신과 좌절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삶을 산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들을 받아들이기 싫은 사람들도 몰라서 거부하는 건 아닐 겁니다. 그냥 싫은 거지요. 배우들 역시 연기를 하는 동안 이해가 갔을 겁니다. 결과를 보면 알지요.
[미쓰 홍당무]는 좋은 코미디입니다. 농담은 날카롭고 감상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며 종종 무모할 정도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요. 그 선택이 늘 성공적인 건 아닙니다만, 이 영화의 농담 성공률은 굉장히 높습니다. 속도도 빠르고, 타이밍도 정확하며, 결정적으로 '민망함'을 다루는 방식이 절묘합니다. 마지막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전 이보다 훨씬 견디기 힘든 영화를 상상하고 극장에 왔습니다.
물론 조금 더 냉소적으로 본다면 영화의 결말도 타협적인 판타지일 수 있겠습니다. 다소 긴 연극조의 시퀀스로 꼼꼼한 상황정리를 시도했지만 캐릭터들의 감정이 제시된 결말에 이를 정도로 완벽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전 이 정도 결말도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냉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양미숙이나 서종희와 같은 대책없는 사람도 서로를 위해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가벼운 희망마저 심어주지 못할 정도로 세상이 박해지지는 않았잖아요.
기타등등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카메오가 있다는 건 아시죠? [잘돼가? 무엇이든]의 배우들도 찾아보세요.
첫댓글 요고 꼭 바야지 재밌을꺼 같아요 ㅎㅎ
귀여운 공효진의 연기가 기대되네요.
저도 기대하고 있는 영화 중 하나예요ㅋ
포스터에 공효진 얼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대되요
꼭 보고 싶은 영화예요, 꼭 봐야지!
평점이 생각보다 높은데요?급기대~~ㅎㅎ
흠..볼만한 영화인가부네요..그래도..볼 영화가 없더..
이거 진짜 보고싶다 ㅋㅋㅋㅋ
박찬욱감독이 인터뷰를 했는데 "다시는 제작 안하겠다"라고 했다네요.... 제작하면서 많이 힘들었는지...
공효진드라마에도 잘나왔으면 좋으련만 ..
왠지 보고싶어지는 영화~^^
저두 보고 싶은 영화이긴 한대 여자친구가 없어서 ㅜ.ㅜ 극장은 무리~~~ ㅜㅜ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는데, 영화제 영화보면서 웃기는 첨이었어요.
이거봣는데 짱재밋어욬ㅋ 여자친구 필요없음 걍 친구들이랑 가서 봐도 재밋음
ㅋㅋ 너무 웃겨요~ 역시 공효진~
이거 시사회 당첨되서 공짜로 봤는데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공효진 완전 웃겨요 ㅋㅋㅋ
공효진 때문에 봐야겠군요 ㅋ
보고싶은데~~~~
보고 싶은데 꼭봐야지
공효진 때문에 봐야지.(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고 연기도 잘해서요)
..아 안면홍조; ...가슴아프다..
보고싶네염 ㅋㅋㅋㅋㅋㅋㅋ
공효진이라.. 보고파요 ㅋㅋㅋ
여러번 바도 재미써요.ㅋㅋ
ㅋㅋㅋ
ㅋㅋ 이거 좀 웃깁니다.. 함 보세요..
ㅎㅎ 재밌게 봤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