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자성어(15)>
인욕이대(忍辱而待)
참을 인(忍), 욕될 욕(辱), 인욕이라함은 ‘욕됨을 참는다“라는 의미이다. 말이을 이(而),기다릴 대(待), 이대(而待)라함은 ”그리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욕이대라 함은 “욕을 당하더라도 참고 기다린다”라는 의미이다. 즉 누가 창피를 주더라도 참고 기다리면 화(禍)를 면하고 좋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인욕이대(忍辱而待)라는 말은 조선 세종때 문신인 윤회(尹淮)와 얽힌 일화(逸話)가 재미있다. 윤회가 소년시절에 고향으로 가다가 날이 저물어 여관에 투숙하려 했다 그러나 주인이 방을 허락치 않아서 뜰에 앉아 있었다. 그때 주인집 아이가 큰 진주를 가지고 놀다가 땅에 떨어뜨렸는데 마침 거위가 집어 삼켜버렸다.
주인이 진주를 찾다가 없으니, 윤회가 훔친 것으로 의심하고 윤회를 기둥에 묶고 아침에 관가에 끌고가서 고발하려고 했다. 윤회는 변명하지 않고 “다만 저 거위도 내곁에 묶어 달라”고 간청했다.
다음날 아침 진주가 거위의 꽁무니에서 나왔다.
주인이 면구스러워 사과하면서 말했다.
“아니, 어제 왜 거위가 진주를 삼켰다고 얘기하지 않았는가?”
윤회가 말했다 “ 어제 만약 말했다면 주인께서 필시 거위의 배를 가르고 진주를 찾았을 겁니다. 그래서 거위를 살리려고 욕됨을 참고 기다린 것입니다.”
어린 소년으로서 신체가 결박되어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아침에 거위 똥과 함께 나온 진주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그 인내심이 대단하다.
옛말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蔬之將善 兩葉可辨:소지장선 양엽가변)고했다.
과연 어려서부터 신동(神童)소리를 듣던 윤회는 문과에 급제하고 병조판서를 거쳐 대제학까지 오른다. 그리고 팔도지리지(八道地理志)를 편찬하는 등 명신(名臣)의 반열에 오른다. 지금 필자가 열거한 내용도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에 나온 글을 인용한 것이다..
이후 ‘거위의 진주’라는 뜻의 아주(鵝珠)는 생명존중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초계(草繫)라는 말도 생명체 존중의 의미로 쓰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풀초(草), 맬계(繫), 초게(草繫)는‘ 풀로 묶는다“라는 뜻인데, 이 말이 생긴 연유는 다음과 같다. 옛날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도둑을 만나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털리고 심지어 입고 있던 옷마져 빼앗겼다. 도둑은 벌거벗은 나그네를 긴 풀로 묶어 놓고 떠나버렸다. 다음날 아침, 지나가던 행인이 묶은 풀을 풀어주어 나그네는 몸이 풀렸다.
행인이 나그네에게 ‘풀을 끊으면 묶인 몸이 자유롭게 될 터인데, 왜 밤새도록 그 자리에서 고생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나그네는 “내가 일어서서 묶은 풀을 끊으면 풀들이 아플가 하여 차마 일어서질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초계(草繫) 라는 말이 생겨났다.
뭐 풀까지 그렇게 아길 필요가 있을 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무릇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 생명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동식물보호를 아주(鵝珠)와 초계(草繫)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말은 고급 한문이므로 타인에게 사용하면 알아듣기 어려우니, 자기만 알아두고 동식물 보호에 유념하면 족하다.
하여튼 진주를 삼킨 거위를 살린 윤회는 인내심이 대단한 인물이었다.
불가에서도 부처에 이르는 여섯가지 닦음 중에 인욕(忍辱)을 꼽고 있다.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는 곳에 화평과 복락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백번 참는 집에 큰 화평스러움이 있다(百忍堂中有泰和:백인당중유태화)고 한다.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장자크 루소도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고 말했다. 참을 인(忍)자 백번 쓰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고 한다.
모름지기 참고 기다릴 뿐이다. 인욕이대(忍辱而待)일 뿐이다.
혹시 집사람이 화를 내더라도 그저 “인욕이대,~인욕이대~”,라고 되풀이 하면
그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고, 가정평화가 이루어 질 것이다.(2022.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