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계 치료제로 빈도높게 사용되고 있는 진해거담제인 암브록솔이 전임상 시험에서 신경계 보호작용이 입증됨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착수될 예정이어서 추이를 예의주시케 하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연구진흥단체 파킨슨병 치료 트러스트(The Cure Parkinson’s Trust)는 미국 미시간州 그랜드 래피즈에 소재한 밴 앤델(Van Andel) 연구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연계 임상시험’(Linked Clinical Trials) 플랜의 일환으로 임상시험이 착수될 것이라고 22일 공표했다.
연계 임상시험 플랜에서 국제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패트릭 브런딘 박사는 “이 임상시험을 통해 파킨슨병의 제 증상을 치료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증상의 진행속도를 지연시키거나 중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암브록솔이 전임상 단계에서 이례적인(exceptionally) 효과를 나타냈을 뿐 아니라 이미 다른 용도로 허가를 취득한 약물이라는 점은 고무적인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시험을 통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신약을 선보이는 데 필요로 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파킨슨병 치료 트러스트의 설립자인 톰 아이작스 회장은 “이번에 착수될 임상시험이 700만~1,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켜 줄 신약의 출현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희소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임상시험은 영국 런던에 소재한 왕립자유병원에서 착수될 예정이다.
임상시험을 총괄할 앤서니 샤피라 박사는 “초기단계의 연구에서 암브록솔이 세포 내 정화(trash removal)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한 단백질의 기능을 향상시켜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연구에서 이 단백질의 기능에 결함이 발생하면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하고 진행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시사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단백질의 발현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나타나는 변이가 파킨슨병이 발생하는 데 가장 커다란 유전적 위험요인으로 사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샤피라 박사는 “전임상에서 암브록솔이 유전성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유전적 변이와 관련해 흔히 눈에 띄는 단백질 기능의 결함을 개선하는 기전을 통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임이 시사됐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고무적인 것은 암브록솔이 이 같은 유전적 변이를 동반하지 않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경우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라고 샤피라 박사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파킨슨병은 현재 최고의 표준요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약물인 레보도파를 제외하면 지난 50여년 동안 치료제 개발에 별다른 진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냈더라도 정작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 수반되는 뇌세포들의 괴사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중지시키는 약물은 아직까지 개발되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연계 임상시험 플랜은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심바스타틴)과 항당뇨제 ‘바이에타’(엑세나타이드)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