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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계산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본 부용산과 하개산. 멀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수되는 양수리 두물머리가 보인다. 두물머리 건너는 용마산·검단산·예봉산·운길산(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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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산이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시·성남시 경계를 이루는 청계산(615m)이다.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과 가평군 하면 경계를 이루는 청계산(849.1m)과 경북 상주시 화북면의 청계산(873m)도 잘 알려져 있다.
경기도 양평에도 청계산이 있다. 멀리 오대산 두로봉에서 가지를 쳐 양평 용문산(1,157m)으로 이어져온 한강기맥은 계속 서쪽으로 뻗어 유명산(864m)과 소구니산(800m)에 이르러 북쪽 중미산(834m)으로 능선 하나를 분가시킨다. 이 능선이 잠시 가라앉은 곳이 서너치고개다.
소구니산의 770m봉에서 계속 서진하는 한강기맥은 농다치고개를 지나 옥산을 올려 놓고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약 6km 거리에다 빚어 놓은 산이 청계산(淸溪山·656m)이다. 청계산에서 남으로 잠시 방향을 튼 한강기맥은 형제봉(兄弟峰·507.6m)~부용산(芙蓉山·362.8m)~하개산(荷開山·326m)을 일으킨 후 여맥을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수되는 양수리 두물머리에 모두 가라앉힌다.
양평군 서쪽 양서면과 서종면 경계를 이루는 청계산은 북한강과 남한강을 가르며 한강기맥 끝자락을 장식하는 산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양평군에는 유명한 산들이 즐비하다. 양평을 대표하는 용문산을 비롯해 유명산, 어비산, 중미산, 옥산, 가평의 고동산, 화야산, 북한강을 건너 운길산, 남한강 건너 정암산, 양자산, 앵자봉 등으로 에워싸여 있는 형국이어서 그 동안 등산인들로부터 외면당해 온 측면이 강하다. 이런 현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그토록 수많은 등산 가이드북에 다른 지역 청계산들은 소개돼 있어도 양평 청계산만은 쏙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랬던 이 산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대간과 정맥 종주 붐에 이어 기맥 종주산행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였다. 한강기맥의 경우 양수리가 기점이 되며 반드시 청계산을 경유해야 했다. 최근에는 “양평 청계산 가 봤어?”라는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로 이 산은 천지개벽 같은 인기몰이에 휘말리고 있다. 이유는 산행기점인 양수리역을 지나 국수역까지 전철이 개통되었기 때문이다(2008년 12월 29일).
전철 개통으로 편하고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자리 잡은 청계산은 또 다른 매력도 있다. 남녀노소 가족단위로 다녀오기 쉬울 정도로 산세가 부드러운 육산에다 위험지역이 거의 없고, 산행코스가 다양하다. 게다가 해발 600m급 산 치고는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을 즐기는 재미가 더해진다. 특히 남한강과 북한강 조망 풍광은 이웃한 다른 산들보다 한 수 위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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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동릉에서 남동으로 본 고현 마을. 2 고현 방면 복포천에서 본 청계산 동릉. 송전탑 위가 542m봉, 오른쪽은 된고개. 3 옛날 서종으로 넘나들던 된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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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가이드
청계산은 동쪽 고현 마을(증동1리)~동릉, 반월형 마을(청계2리)~동릉, 탑곡(청계1리)~남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남쪽에서는 국수역을 기점으로~정자동(국수1리)~형제봉 남릉, 신촌~형제봉 남릉을 경유하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도곡리에서는 형제봉 남서릉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신원리는 묘곡마을(신월2리)과 월계마을(신월1리)로 나뉜다. 기도원들이 자리 잡고 있는 묘곡마을에서는 형제봉 남서릉으로 오르는 길도 있다. 그러나 이 방면은 코스 이용도가 매우 낮다.
월계마을에서는 형제봉 서릉인 샘골고개와 부용산 남릉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이 코스들은 오르기보다는 하산 코스로 이용되는 정도다. 묘곡과 월계마을 방면 코스 이용도가 낮은 이유는 예전 기점이었던 신원역 역사 공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전철이 정차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계산 서릉 끝머리가 되는 양수역에서는 용담약수와 사자골 정창손 묘소(부용2리)에서 하개산~부용산~형제봉, 부용2리 끝인 사촌마을의 한음 이덕형 신도비~부용산 북릉~부용산~형제봉을 경유해 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다. 부용산 북쪽 마을인 목왕리에서는 동막마을에서 샘골고개와 비득고개로 오르는 짧은 코스가 있다.
팔당공원묘원 방면 서릉 코스는 최근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였지만, 팔당공원묘원 동쪽 계곡~송골고개~북릉, 팔당공원묘원 입구 북쪽 벗고개~송골고개~북릉 코스는 열려 있다. 이 외에 청계산 동릉 북쪽인 서후1리 송골에서 송골고개~동릉 구간은 최근 등산로가 폐쇄되었다. 서후2리에서 동릉 된고개 방면은 이용도가 거의 미미하다.
상기 코스들을 증동리 방면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소개한다.
증동리 고현~된고개~동릉~정상 된고개 방면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는 개울이 복포천이다. 이 복포천을 경계로 동쪽이 증동리, 서쪽이 청계리다. 복포천 끝머리가 증동1리 고현(高峴)마을이다. 국수역에서 고현까지는 약 4km. 역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쉽게 닿을 수 있다. 그러나 걸어 들어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국수역을 나와 주차장 동쪽 굴다리를 빠져나가면 바로 신촌 입구 ㅓ자 삼거리(←신촌 등산로 입구 490m, 정자동 600m→ 푯말)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직진해 약 8~9분이면 국수1리(정자동)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정자동 등산로 입구 1km→ 푯말)에 닿는다. 여기서 화살표 방면 오른쪽으로 약 400m 오르면 Y자 삼거리(←청계산 등산로〔정자동〕 입구 600m 푯말)가 나온다. 여기에서 오른쪽 마을길로 약 10분(약 800m) 가면 벌말 사거리(↓국수역 2km, ←반월형 1.7km, ←탑곡 1.3km 푯말)가 나온다. 고현 마을은 왼쪽 청계리 마을길로 탑곡 입구를 지나 반월형 마을에 이른 다음, 복포천을 건너가도 된다. 또는 벌말 사거리에서 복포천을 건너간 큰길로 나가 천변길로 약 2km 가면 된다. 어느 길로 가건 잰걸음으로 1시간10분 안팎이면 닿는다.
고현 마을회관 앞에서 10분 들어가면 보현사 입구가 나오고, 직진해 15분 더 들어가면 산나물 채취금지 안내판과 함께 있는 차단기가 나타난다. 차단기 이후로 차량 통행은 안 된다. 여기서 된고개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된다.
차단기를 지나 약 50m 가면 청계산 등산로 안내판(↑청계산 정상 3,420m 푯말)에 닿고, 하수관 다리 건너 잣나무숲을 지나 큰 노송 아래 묘를 지나면 길이 오른쪽으로 휘면서 억새밭 삼거리가 나온다. 이어 낙엽송 숲과 외딴 잣나무를 지나 합수점 두 곳을 지나게 된다. 두 번째 합수점에서 오른쪽 돌밭으로 변한 건천을 거슬러 4~5분 오르면 펑퍼짐한 분지인 묵밭으로 올라서고, 지그재그 길로 6~7분 오르면 벌통이 있는 바위에 닿는다. 여기에서 왼쪽 사면 길로 10분이면 한강기맥 능선 마루인 된고개(←청계산 정상 1,920m, ↓고현 등산로 입구 1,500m 푯말)에 닿는다.
아름드리 노송 세 그루가 있는 된고개는 옛날 서종면 서후리로 통하는 큰 고개로, 고개가 높고 되다 하여 된고개라 불렸다 한다. 이 고개 이름에서 고현마을의 이름이 생겼다. 이 된고개에서 정상까지는 대략 1시간이 걸린다.
된고개에서 왼쪽 정상 방면 동릉을 타고 25분 오르면 남쪽 반월형 방면 길과 만나는 542m봉 송전탑 삼거리(←반월형 2,080m, 청계산 정상 850m↑ 푯말)가 나온다. 송전탑 삼거리에서 계속 동릉을 타고 10분 오르면 송골 갈림길 안부에 닿는다. 송골 방면으로는 출입금지 푯말이 있다. 안부에서 8~9분 오르면 나오는 바위를 오른쪽 가파른 우회길로 오르면 두 번째 바위지대가 나온다. 오른쪽이나 왼쪽 우회길을 오르면 평탄한 능선길로 이어지다가 곧 급경사 밑에 닿는다. 약 30m 밧줄이 걸린 급경사를 7~8분 오르면 정상이다.
국수역을 출발해 고현~된고개~동릉을 경유, 정상에 오르는 산행거리 약 8km로 약 3시간30분 안팎이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