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치유> 중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명상 중에 일어나는 생각을 어떻게 다룰까?
신체적 불편함과 통증 외에도 명상 중에 호흡에 주의를 빼앗아 가는 요인들이 많이 있다. 그 중 중요한 것이 생각이다. 몸을 고요히 하고 순간순간 호흡을 관찰하려고 해도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안정시키기가 어렵다. 명상을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고 해서 생각이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우리는 좋든 싫든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의 흐름 속에 함몰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 클리닉에 온 환자들이 일주일간 혼자 집에서 명상수련을 한 후 돌아와 그간의 체험을 서로 이야기하고 나면 한결 안심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마음속에 수많은 생각이 폭포수처럼 흘러 넘쳐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체험이 오직 자기만의 체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수업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과 같은 체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한다. 이것은 바로 마음의 작용인 것이다.
스트레스 클리닉에 온 많은 사람들이 바로 위와 같은 사실을 발견한다. 이것은 명상수련이 깊어지는 단계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자기만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명상수련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의 하나다.
명상수련의 처음 단계에서는 생각이 호흡을 하면서 안정감과 집중력을 높이려고 하는 일과 과제로부터 의식을 계속 빼앗아가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수련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순간순간 계속하여 주의를 호흡으로 되돌리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제까지 보아온 것처럼 명상 중에 나타나는 생각들은 당신에게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잡다한 생각들이 당신의 삶을 휘젓고 다닌다.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시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또는 '꼭 그렇게 해야만 할까?', '그렇게 해서는 안 되지'라는 등 온갖 생각으로 가득찰 것이다.
그러나 별로 심한 스트레스가 없을 때는 마음속에 일어나는 불안은 다소간 없어질 수 있지만 호흡으로부터 주의를 빼앗아 가는 힘은 여전핟.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에 본 영화에 마음이 가 있거나 머리속에 계속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어떤 노래에 마음이 빼앗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당신에게 저녁식사 때의 일, 업무상의 일, 부모님 생각, 아이들 생각, 그밖의 여러 사람들에 대한 생각, 휴가에 관한 생각, 건강이나 죽음에 관한 생각, 청구서에 관한 생각 등 수많은 자질구레한 생각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당신이 앉아 있을 때 여러 종류의 생각이 마치 폭포수처럼 밀려오지만 대부분은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간다. 지금 내가 호흡을 지켜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이런 상태에 있었는지, 또는 내가 그 동안 무엇을 생각했는지도 잘 모른 채 오직 호흡에 대한 주의를 잊어버렸다는 사실만 알면 된다.
이 순간 당신은 '좋아, 비록 내가 무엇을 생각했든지 하고 있던 생각을 접어두고 바로 호홉으로 되돌아가자.'라고 해야 한다. 이 순간 당신의 자세를 다시 한번 체크하여 자세가 굽어 있다면 똑바로 펴는 것이 좋다. 의식이 흐려지면 자세가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명상 중에는 모든 생각들을 공평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의식한 후 그 생각의 내용이 어떠하든 조용히 주된 관찰대상인 호흡으로 주의를 되돌린다. 다시 말해서 그 생각이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우리의 주의를 끄는 각각의 생각을 조용히 놓아두는 연습을 의도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생각의 의식의 영역에 나타난 분명한 사건과 같은 각각의 생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의도적인 훈련을 하는 것이다. 생각들이 이미 그곳에 나타났기 때문에 그것을 의식은 하지만 그 순간 생각 속의 내용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따라서 생각의 내용에 끌려가는 정도를 감소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들을 우리의 의식세계에 제멋대로 떠오르는 단순한 생각으로 간주해야 한다. 우리는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는 생각의 강도가 약한지 강한지를 일단 알아보고서 비록 그 힘이 강하더라도 의도적으로 그 생각을 놓아버리고 다시 한 번 호흡으로 주의를 되돌리고 '나의 몸과 함께' 내가 존재한다는 체험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생각을 놓아버리는 것은 억눌러버리는 것과는 자못 다르다. 명상이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마음 속에 가두어두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은 나쁜 명상이며, 좋은 명상이란 생각을 적게 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 것이란 뜻으로 이애하는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명상하는 동안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은 나쁜 것도 아니고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문제는 명상하는 동안 당신의 생각과 감정을 의식하고 있는지 아닌지, 또한 그러한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생각을 억압하려고 애쓰게 되면 평온감과 안정감이 사라지고 긴장감과 욕구불만만이 더욱 강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문제를 야기한다.
마음챙김 명상을 할 때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억지로 밀어내버리려 하거나 생각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하면 안 된다. 생각들이 마음속에 나타나면 이 생각들을 붙잡아두려고 하지 말고 오직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갈 공간을 주면서, 생각을 생각으로만 관찰하며 그대로 놓아주면 된다. 그리고 주된 관찰 대상인 호흡으로 되돌아와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고 조용히 머물면 된다.
이러한 태도를 계속 진행해 나가면 명상을 할 때마다 무언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어떤 때는 잡다한 생각들이나 강력한 강력한 감정에 이끌려가지 않고 비교적 안정되고 이완된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생각과 감정이 너무나도 강력하고 반복적으로 떠올라 기껏해야 생각과 감정을 살피는 데 급급할 뿐 호흡의 관찰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명상중에느 아무리 여러 생각이 떠올라도 명상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다. 한 순간 한 순간의 의식 영역에 얼마만큼의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가가 문제다.'
당신의 생각은 오직 생각에 불과할 뿐 그 생각이 '당신 자신의 것' 도 아니고 '현실'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생각에서 벗어나 무한한 해방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이 '오늘 중에 몇 가지 일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당신은 그것이 단지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행동한다. 따라서 당신은 오늘 그러한 일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 믿고 이런 믿음이 자신의 현실이 되어 순간순간 그러한 현실에 따라 살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우리는 피터의 이야기를 했다. 피터는 심장발작이 일어난 후 다음 발작을 예방하기 위해 스트레스 클리닉에 찾아온 환자였다. 그는 어느 날 밤 10시 경에 도로 위에서 전조등을 켠 채 세차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는 '지금 내가 이짓을 해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모든 일들을 그날 중으로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밤중에 세차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지금 세차를 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서 그는 '오늘 해먀만 한다'고 하는 마음에 너무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어서 그러한 신념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 더 이상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만약 당신도 과거에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면 피터처럼 그 이유도 알아보지 못한 채 마냥 쫓기고, 긴장하고, 불안해 했을 것이다. 만약 명상 도중 이것저것 오늘 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이 일면 그것은 단순한 '생각'일 뿐이라고 의식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그것을 알아보지도 않고 우선 일어나 그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생각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면 명상을 걷어치우고 일어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면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그 생각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의 우선 순위를 알 수 있고 정말 해야 할 일에 대한 분명한 선택도 가능하게 된다. 또 이렇게 하면 하루중 언제쯤 그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당신의 생각을 오직 '생각'에 불과하다는 단순한 인식을 해나가는 것은 왜곡된 현실로부터 당신을 해방시켜 주고, 당신의 인생을 보다 명쾌하게 전망하고 보다 의미 있게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명상수련을 함에 따라 생각이 마음을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매일 일정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호흡의 드나듦이나 몸과 마음의 활동만을 관찰하고 있으면 날이 갈수록 안정감과 집중력이 길러진다. 마음이 안정감을 얻고 생각의 내용에 끌려가지 않으면 집중하거나 안정을 이루는 능력이 저절로 강화된다. 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그 생각은 단순한 생각에 불과할 뿐이라고 인지하고 생각의 내용은 마음에 새겨두되, 그 생각의 강도나 정확성 따위에는 끌려가지 않고 가만히 놓아버리고 호흡이나 신체의 감각에 의식을 되돌림으로써 당신의 주의집중력은 더욱 강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마음에 드는 자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고 보다 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첫댓글 자리틀고 앉으면 올라오는 무수한 생각들 속에서 나 또한 이 글을 읽으며 상당히 위로가 되네요~~~
알아차리고 꾸준히 하다 보면 ...... 수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로움이 가득하길....
뭐가, 어떤 부분에서 위로를 주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더 샘께 유익해지실듯...^^ 반가워요. 은아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