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제천에서 충주를 거쳐 문경까지 갔다. 문경새재는 하루코스로 가기에 꽤 괜찮은 곳이다. 2관문에서 3관문에 이르는 길이 경사각 40도에 육박하는 가파른 길이긴 하지만... 다시 1관문으로 내려올 때 계곡 물에 발 담궜던 일이 지금도 꿈처럼 느껴진다. 약수물에 녹차까지 타서 마셨을 때 그게 바로 선경이었다. 내려오다 보니 왕건 촬영세트도 있긴 했지만. 사람들도 많고 볼거리도 없을 것 같아. 그냥 내려왔다. 가는 길에 풍물 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나 히치해서 문경 터미널까지 가다.. 가슴 뿌듯!!!
오늘은 문경새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대전까지 가는데 소비했다. 문경에서 대전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 청주를 거쳐 갈수 밖에 없었다. 더운 날씨에 괜히 의기소침해진 우릴 위해 L.. 자진해서 나에게 삼계탕을 바치다. 정말 맛있었다.
대전에 가서 만화방에 들르고 시간을 보낸 후에.. 잠들다. 낼은 변산이다.
힘내자 힘! 오롯!~
* 8월 5일 <채석강의 아픔>
아침에 비가 와서 잠시 공황에 빠졌다. 그래서 중간 일정에 넣었던 부여는 포기하고 바로 변산 반도로 향했다.
채석강까지 도착했을 때 우리의 L .. 끝없이 왠지 오기 싫었던 곳이라면서 끊임없이 궁시렁댄다....그래도 어쩔 수 있는가 억지를 쓰며 L과 난 채석강을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는 길에...L 은 핸드폰을 그만 바다에 빠뜨리고 말았다. 단숨에 폰은 고장나버리고 L 은 동시에 공황에 빠져버렸다. 이럼 안되겠다 싶어 그의 기분을 달래느라.. 난 그만 그에게 회를 사주겠노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질르고 말았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 난 살아오면서 그런 미소를 본 적이 없었다. 결국 나중 우리집에 들렀을 때 난 그에게 회를 사야 했다.
채석강을 돌아본 후 내소사에 들르러 하였으나.. 10km가 넘는다고 했다. 그래도 어떡해? 그냥 터벅터벅 걸어가려 했는데 운좋게 음료수 운반하시는 기사아저씨를 만나서 내소사까지 히치해서 가다.. 해안도로의 무서운 질주였다. 우린 화물칸의 비좁은 데 앉아서 갔는데...나름대로 잼있었다.
내소사 자체는 별로 볼게 없었다. 내소사 가서는 절 시설에 이것저것들에 대해 삐죽대기에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것은 입구에서부터 내소사에까지 이르는 휴양림이었다. 울타리지듯 들어선 나무들이 참 보기 좋았다. 내소사를 다 보고 나서 부안에서 자려고 했으나 방값이 넘 비싸서 전주로 주저 없이 이동...!! 전주에서 1박하다.!!
* 8월 6일 <신세계를 가다~!- 보성 차밭>
지기와 광주에서의 해후를 위해 이후 코스를 앞당겨서 가기로 했다. 간 곳은 보성 차밭...
아침 일찍 콩나물 국밥으로 끼니를 채우고 전주에서 보성으로 출발. 굽이굽이 남도 삼백리. 전날 일찍 잤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고 지루한 그길을 우린 못이기고 버스안에서 또 잠이 들었다. 그렇게 보성에 도착해서 다시 율포행 버스를 타다... 도중에 배낭 메고 혼자 여행길에 오른 듯한 여인을 보았으나..L 과 난 버스 타길 잘한 것으로 합의에 이르렀고... 우리끼리 자괴에 빠질 필요도 없다는 것에 동의했다. ^^*
다원 정류장에 내려 거기서부터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가다가 중간 휴게소에 들러 녹차 팥빙수를 먹었다. 우유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주변에 휴양림에 힙입어 본래맛의 두배 넘게 맛있게 먹었다. L은 계속해서 ' 하나만 더 사오지' 하는 아쉬운 소릴 해댔다. 팥빙수의 아쉬움을 끈적하게 남기고 차밭길에 다시 오르다...
그렇게 차밭에 도착했는데... 도착하고 나니.... 말이 필요없다...
그저 "와!~" 하는 탄성 밖에는 누군가 아틀란티스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부럽지 않을 상황이었다. 나름대로 이번 여행의 피크였다고 생각하지만. L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차밭을 둘러보고 난후 다원에 들러 '우전차'를 마시다. 우린 혹시 다도가 필요한게 아닌가 하고 삐죽해하며 들어갔으나, 주인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 알아서 다해 주셨다. 빈말이 아니라, 우전차- 우기가 오기전에 잎을 따서 만든 녹차- 는 정말 좋았다. 게다가 1인당 값도 1000원 밖에 안해서 더할 나위 없었다.
차밭을 내려와 읍내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다시 한 번 용달 트럭 히치에 성공하다.. 가슴 뿌듯!^^*
읍내에 들러 하룻밤 자려고 했으나.. 소도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스캔들 장소 같아 보이는 <마리아 모텔>을 확인하고는 주저 없이 광주로 향했다.
광주에 도착해 우린 숙소부터 정하기로 하고 1시간 반쯤을 배회하며 소비했는데 난 너무도 배가 고파 그만 공황에 빠져 버렸다. L은 왜 그러느냐며 추궁하기 시작했고 난 갖은 추태를 다보이며 그에게 내 공황의 미궁을 보이고 말았다. 결국 내 제안에 재즈바에 같이 가서 새벽 3시 까지 술을 마셨다. 어쨌든 내 미궁을 서로 확인하고 풀리긴 했지만 그날 술값은 정말 아까웠다. 뭔놈의 술집이 레드독을 6000원씩에 파냐? 블루힐 호텔에서 하룻밤을 청하고 담날 종범이 형의 첫 출범 홈경기를 기대하다..
* 8월 7일 <기아 출범식>
어젯밤의 술때문에.. 우린 11시 반쯤에 깨어났다. 그래도 종범이형의 첫경기를 보기 위해 만원짜리 암표사는 것도 주저 하지 않았다. 종범이 형이 안타 하나 치는 것에 그쳤지만..볼거리도 많았고.. 기아 희망을 안고 야구장을 나서다....
들뜬 기분에 이어 만화방을 찾다. 거의 세시간을 헤맨 끝에 양아치같은 젊은이들에게 물어 시내 구석의 만화방에 겨우 당도할 수 있었다. 광주는 참 이상한 도시다. 뭔놈의 도시길래 대학교 앞에 변변찮은 만화방 하나가 없단 말인가? 그리고 거리를 활보하는 웬만한 장정들은 왜 다 조폭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 거야? 뭔놈의 트렌드가 이래?
만화를 다보고 광주에서 1박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