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의 2층 창문이 열렸다. 어린 시절의 셰익스피어가 창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다. 이 마을 ‘헨리 거리’에는 그가 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생가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16세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셰익스피어’ 하고 부르면 금방이라도 그가 창문을 열고 대답할 것만 같다.

생가 입구에 꾸며진 정원, 히말리야시다인지 구상나무인지 소나무(?) 비슷한 나무가 동양적인 느낌을 주어 반가웠다.
사진 : 셰익스피어 생가 입구와 내부, 흉상 앞에서(찍지 말라고 했는데 후레쉬 안 터트리고 기어코....)
생가 입구를 들어서면, 그가 다녔던 학교(Grammer School)에서 사용된 책상, 1판 희곡작품이 전시되었다.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거실(parlour), 홀(hall)이 나오고, 한쪽에는 그의 아버지(John Shakespeare)가 가죽장갑을 만들어 팔았다 하여 가죽과 장갑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부친은 양모와 옥수수도 팔아 장사했지만 주 업종은 장갑을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한다. 생가 1층에는 넓은 쇠가죽 몇 장을 걸어놓고 장갑을 전시해놓았다. 삐걱대는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2층에는 그가 태어난 곳(Shakespeare's birthroom)과 그와 관련된 유품과 당시 시대상을 재현해놓은 전시물들이 있다. 특히 이곳 생가를 방문한 유명인사들의 사인이 전시되어 있다. 그것도 유리창에 철필(?)로 그들의 이름을 긁어서 써놓은 것(scratching)이다. 사람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는가 보다. 하기야 조선시대 선비들도 명산대천을 순례하면서 바위에다가 자기 이름을 새기기도 하는데, 다산 선생도 유배지 강진에서 해배되면서 정석(丁石) 두 글자를 집 뒤 바위에 새기고 가지 않았는가 ? 토마스 카알라일, 월터 스코트, 죤 키츠, 나다니엘 호돈, 마크 트웨인, 헨리 롱펠로우, 챨스 디킨스 등이 이름을 남기고 갔다.
생가를 나오면 정원이 또 있다. 생가에 있는 심어있는 꽃과 나무들의 대부분이 그의 연극이나 시에서 등장했던 종류라는 것이라는 점이 새삼스럽게 흥미로웠다. Shakespeare's flowers라는 책에 보면 ‘로즈마리(rosemary)'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어놓고 있다. 로미오와 쥴리엣 4막 5장(Romeo and Juliet Act IV scene V).
Friar Laurence. peace, ho, for shame. confusion's cure lives not in these confusions. Heaven and yourself had part in this fair maid; now Heaven hath all. and all the better is it for the maid; your part in her you could not keep from death; But Heaven keeps his part in eternal life. The most you sought was-her promotion; for it was(?) heaven, she should be advanced: and weep ye now, seeing she is advanced, and the cloulds, as high as heaven itself;.......
정원 한쪽 모퉁이에는 인도의 시인, 화가, 극작가, 철학자, 교사, 인도의 목소리였던 타고르의 흉상이 서있다. 그는 벵갈어로 셰익스피어에게 바치는 소넷(sonnet, 14행시)을 지었다고 한다.
사진 : 셰익스피어 생각 옆의 도서관, 여기서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생가를 나와 잠시 돌아다니다, 셰익스피어의 생가에 지금 와 있다는 감격적인 사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어, 바로 근처 도서관에 들러 이메일을 보냈다. 물론 한글은 쓸 수 없고, 영어는 표현력이 달려서 다만 몇 글자로써만... 자판기에서 뽑은 코코아 맛이 좋았다.
사진: 생가를 나와서 돌아다니다 우연히 들어가 본 골동품 가게
영국에는 골동품(antique)이 상당히 발달한 느낌이 든다. 서점에도 골동품에 관한 책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애호가들 또한 많고, TV의 골동품 경매 장면에서 몇 백년이 된 골동품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면, 골동품에 대한 애착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선가게(charoty shop)나 벼룩시장(카부츠)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좀 싼티가 나는 것들이 많지만, 골동품 가게에서는 품위있는 오래된 물건들이 꽤 많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셰익스피어 호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텔 중의 하나라고 한다.
셰익스피어 호텔을 좀더 지나 ‘내쉬 하우스’로 가다보면, 오른쪽 길가에 ‘Harvard house'가
나온다. 이것은 미국의 명문 하버드 대학 설립자인 John Harvard의 어머니인 Katherine Rogers의 집이다. 아담한 집이지만 나무 기둥에 동물을 생겨놓을 정도인 것을 보면 상당히 부유했던 집안인 모양이다.
호프집 들어가는 길도 멋있다. 머시기가 이쁘게 보이면 무슨 말뚝도 어쩐다던데....
사진 : 곰 인형가게, 조그만 골목까지도 상가를 이쁘게 꾸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 내쉬 하우스 전경
 사진 : 내쉬 하우스의 정원
그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은 '내쉬하우스'다. '내쉬하우스'는 셰익스피어의 손녀(Elizabeth Hall)와 결혼한 사위(Thomas Nash) 가족이 살았던 곳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이라고 해야, 작은 집 한 채의 1층에는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의 궤나 장 그리고 탁자와 같은 고풍스런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어 옛 빅토리아 왕조시대를 잠시 엿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미니 민속 박물관 내지는 미니 역사박물관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매표소 입구에 두명이 있고, 또 내부에는 두 명의 해설사가 번갈아 가면서 설명을 해주었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설명 내용을 모르니 감동은 반감되었다.
내쉬 하우스에서 셰익스피어가 죽은 곳 쪽으로 나오다가....
‘뉴 플레이스’는 셰익스피어가 말년을 평화롭게 보낸 곳이자 그가 마지막 눈을 감은 곳이다. 지금은 아름다운 정원만이 남아있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내쉬 하우스’를 보고서 나서면 ‘뉴플레이스‘의 정원이 이렇게 펼쳐진다.
셰익스피어는 런던에서 작가, 연극인, 극장주로서 엄청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재에도 밝았다고 한다. ‘뉴플레이스’는 그가 런던극장에서 번 돈으로 삼십대 초반에 샀다고 하는데, 그는 은퇴한 후부터 죽을 때까지 이 곳에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이 곳에는 두 개의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Great Garden에는 아름다운 화단이 조성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조각가 Grey Wyatt가 제작한 쥴리어스 시저 등의 동상이 갓길을 따라 서있다. Knot Garden은 셰익스피어 시대의 삽화를 바탕으로 재현한 정원이다. 여기서 나는 로즈마리(rosemary)를 보았다.
셰익스피어의 생일(4월 23일)을 기념해서 그 주간은 축제가 열린다. 누구도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날은 원래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축제기간 중에 열린 셰익스피어 가문에 관한 전람회에서 세례명부에 1564년 4월 26일에 세례를 받았다고 나온 기록을 볼 수 있었다. 라틴어로 기록된 교구 등재부에는 the baptism of Gulielmids filius Johannes Shakspere(William son of John Shakespeare)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보통 태어난지 3일만에 세례를 주니까, 자연스럽게 4월 23일을 태어난 날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관련 유적지에 있는 해설사들은 모두 무슨 풀(?) 같은 것을 오른쪽 가슴에 달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 그렇고... 내쉬 하우스에서 현장에 있는 해설사는 호기심 많은 동양인이 ‘왜 가슴에 풀을 달고 있느냐, 그 풀이름은 무엇이냐’는 시시콜콜한 질문에, 영어가 짧은 나를 데리고 직접 정원에 까지 데리고 가서 허브의 일종인 ‘로즈마리’ 실물을 보여주었다. 그 정성에 감동해서인지, 그 향이 무지 좋았다.
그러나 정말 나를 완죤히(?) 감동 먹게 해버린 사건은 바로 다음이다. 10분을 넘게 이 책 저책을 뒤져서, 결국에 찾아서 보여준 책의 내용. 그것은 햄릿 제4막 5장 174절에 나오는 글이었다. 햄릿이 오필리어에게 한 말이다. ‘There's rosemary, that's for remembrance; pray, love, remember and There's pansies, that's for thoughts' 로즈마리를 가슴에 다는 것은 셰익스피어를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셰익스피어 축제기간 일주일동안 그런다고 했다. 그의 비극 햄릿에서 ’로즈마리‘는 누구를 기억하기 위한 꽃이라고 기록되어 있기도 했지만.....
셰익스피어의 생일날과 똑같은 날이 잉글랜드 수호성인 St.George'day이다. 그날 나는 버밍햄 시청앞 빅토리아 광장에서 잉글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두 사람의 분장을 보았다. 한 사람은 넬슨제독, 다른 한 사람은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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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세익스피어를 끼고 다니던 여대생시절이 절로 떠오릅니다. 서교수님의 글 덕분에 자세한 세익스피어를 알게 되어 즐겁습니다. 그런데 제 생일이 4월 23일입니다.물론 음력이지요. 서교수님 미당 서정주 시인님이 12월 24일 돌아 가셨습니다. 제게 신춘문예 통보가 12월 24일 밤이었습니다.
그림이 또 잘 아나온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