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四神)은 동쪽의 청룡, 남쪽의 주작, 서쪽의 백호, 북쪽의 현무로 , 사방을 상징하고 수호하는 방위신을 말한다. 사신의 개념은 동서남북 사방의 성좌를 상징하면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계절, 하늘 사방의 28별자리와 관련 있는 상상 속의 존재이다. 각각 용, 주작, 호랑이, 거북과 뱀이 뒤엉킨 현무 등의 동물에 연결시키고 거기에 오행의 색, 즉 푸른색, 붉은색, 흰색, 검정색을 배치하면서 등장하였다.
고구려에서 사신은 사신도 중심의 고분벽화에서는 처음부터 독자적인 제재로 표현되지만, 생활풍속계 고분벽화에서는 하늘세계로 여겨지는 무덤 칸 천장고임의 여러 제재 중 하나로 나타난다. 천장고임에 나타나는 시기의 四神圖은 모두 쌍(雙)으로 표현된다. 그 형태도 몸의 각 부분 사이에 비례와 균형이 맞지 않아 어색한 감을 주며, 벽화에서의 비중 역시 매우 낮다. 그러나 점차 벽화 내에서의 비중이 높아질 뿐 아니라 표현도 세련되고 자연스러워진다. 후기에 이르면 청룡과 백호는 홀수, 주작은 암수의 쌍으로, 현무는 뱀과 거북의 자웅합체로 그려진다. 이것은 사신 가운데 청룡과 백호는 벽사의 영물로, 주작과 현무는 음양조화의 신수로 여겨진 때문이다.
이것은 일찍이 중국에서 유행한 것으로 당나라 때까지 구리거울, 벽돌, 기와, 묘지, 벽화,고분등에 자주 등장한 소재였다.
사신에 대한 사상이나 도상(圖像)이 언제부터 유래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에서 진한시대(秦漢時代)에 걸쳐 정착된 것으로 보이며, 오행설(五行說)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에서는 삼국시대 고분 벽화에서 최초로 나타나며, 이러한 사상이 계속해서 전해 내려와 조선시대의 민화(民畵)에서까지도 보인다
1) 청룡(靑龍)
청룡은 황도상의 동방 7별자리를 대표하는 영물이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초기의 청룡은 뿔은 사슴, 머리는 낙타, 눈은 귀신, 이마는 뱀, 배는 대합, 비늘은 물고기, 발톱은 매, 발은 호랑이, 귀는 소 같이 그려져 9가지 동물이 억지로 합성된 어색한 모습이다. 용을 상징하는 신체의 일부인 뿔은 초기에는 사슴뿔의 형태가 나타나지만 후기로 갈수록 고사리순의 형태를 띤다. 이것은 청룡이 일반적인 관념의 용이 아니라 봄을 상징하는 새끼용(규룡)이라는 인식으로 분화되어 갔다는 증거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강서대묘의 청룡은 백호와 외형이 비슷하나 신체의 비늘무늬와 두부(頭部)의 모양으로 구분된다.
2) 백호(白虎)
백호는 자연계에 실재하는 호랑이를 영물시 하면서 등장한 신수(神獸)이다. 황도상의 서방 7별자리를 대표한다. 우리 민족에게 호랑이는 우둔성, 희화성, 보은형, 호식형, 변신형 등으로 구분되며 척사의 영물로 인식되고 있다. 호랑이의 용맹함과 흉포함을 빌어 삼재(風, 水, 火)의 재난을 피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산신도(山神圖)에서 산신의 옆에 앉아 있거나 단군신화에서처럼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고 본다. 고분벽화에서 백호는 초기에는 머리와 세부적인 형상이 호랑이와 같았으나 점차 몸체는 청룡처럼 목과 몸통, 꼬리가 가늘고 긴 파충류와 같이 그려졌다. 6세기의 사신계 고분벽화에서 백호는 관장된 아가리와 부릅뜬 붉은 눈, 위와 아래로 뻗은 희고 날카로운 송곳니, 앞으로 내밀어 쳐들어 올린 앞발 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신수 특유의 사실성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3) 주작(朱雀)
주작은 황도상의 남방 7별자리를 상징한다. 고분벽화에서 주작은 거의 예외없이 암수 한 쌍이 함께 그려진다. 주작은 신조(神鳥)인 봉황에 그 형상과 관념의 기원을 둔 신수(神獸)로 무덤의 입구를 지키는 존재이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주작은 초기에는 장닭 형상으로 그려지기도 하였는데 '봉황의 형상이 장닭 과 같다'는 옛 문헌에 비추어 고구려인의 전통적인 닭 신앙에 근거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5세기 전반에 축조된 덕흥리 벽화고분에는 '陽光의 새'(도판 17)로 기술된 불멸의 새가 그려져 있는데 주작으로 여겨진다.
리그베다에서 우뢰와 비의 신인 인드라(Indra)는 공작으로 나타나며, 서양에서는 태양에 속하며 현세의 영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공작을 그린다. 페르시아에서는 왕좌를 공작의 왕좌라고 하였다. 불멸성을 상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리스도의 표상물이기도 하다. 공작은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주작과는 그 모양이 다르나 주작의 다른 명칭인 봉황과는 그 생김새가 비슷하다. 오늘날의 봉황은 주로 공작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공작의 형상이 많이 전해지면서 그 화려한 모습에 주작의 모습이 대입 된 것으로 여긴다.
4) 현무(玄武)
현무는 황도상의 북방 7별자리를 상징하며, 뱀이 거북을 감은 형상으로 그려진다. 동양에서 거북이 지니는 근원적 상징은 우주적인 심상이다. 이는 거북의 생김새가 위는 하늘처럼 둥글고 아래는 땅처럼 편편하여 우주의 축도와 같으며, 오랜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에서는 거북이 세계를 떠받치는 우주적 안정성의 기반으로 인식하는 관념도 형성되어 있었으며, 고대 인도의 그림에도 우주를 받치는 거북의 형상이 나타내는 존재이며, 거북은 암컷 즉 태음(太陰)을 나타내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