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햇빛을 받아 붉은 색으로 변하는 울산바위(2016. 12. 16. 07:39)
아래쪽 능선으로 빛이 퍼져가고 있는 모습(07:42)
빛이 울산바위 전체를 비추고 있다(08:05)
70대 중반의 도반들이 모여 매주 토요일 팔공산 기슭을 오르내리는 산행을 하는 모임이 토요산방이다. 2007년부터 백수들이 우의를 다지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모임이 10여년을 지속해 온 셈이니 제법 끈질기고도 끈끈한 노년의 아름다운 모임이라 자부할 수 있다.
매번 팔공산 변두리만 오르내리기엔 때로는 지루한 느낌이 있어 1년에 2~3회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쏘이러 며칠씩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민어 철이 되면 신안군의 지도에 있는 송도어시장을 찾아가서 살아있는 민어로 회를 떠서 아이스 박스에 넣고 다니면서 경치 좋은 정자를 찾아 행복을 즐기기도 하고, 대구가 많이 나는 철에는 남해 거제도 외포항을 찾아 시원한 대구탕으로, 광어 철에는 서해 서산이나 태안지방으로 가서 입과 눈과 귀가 호강하는 여행을 즐긴다.
그 중에서도 겨울철이 되면 동해의 최북단에 있는 거진항을 찾는다. 그 이유는 그곳에 가면 복어요리를 싼값에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후한 인심이 몇 마리의 자연산 허드레 고기는 덤으로 담아 준다. 설악산을 비롯한 동해안의 절경도 도반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으니 올해도 해가 가기 전에 날을 받아 숙소까지도 예약을 하고는 초등학생이 소풍날을 기다리듯 가슴 설레는 나날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폭설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당황했다. 이왕 날을 받았으니 연기하는 것 보다는 남쪽지방으로 방향을 돌리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강원도 지방은 눈에 대한 행정관청의 대비가 잘 되어 있으니 간선도로는 이미 뚫렸을 것이며, 우리들의 여행기간 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니 예정대로 강행하자는 의견에 동의를 했다.
나도 걱정스럽긴 했지만 강원도 산간지방에 내린 설경을 보여주는 뉴스를 볼 때마다 그 설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차 이번 여행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언뜻 동의를 하고는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차를 달렸다.
문경 새재터널을 지나니 높은 산봉우리에는 설화가 피어 도반들의 환호가 절로 나온다. 영동고속도로에서 대관령 쪽으로 가는 동안 설경은 점점 더 점입가경이었다.
목적지인 거진항에 도착해서 우리들의 단골집인 자매식당에서 복어 회와 복어 탕의 진미를 만끽하고는 숙소인 설악산 대명콘도에 들어가니 눈앞의 울산바위 설경이 장관이다. 추운데 밖에 나갈 것도 없이 베란다에서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아침 일출 시간을 기다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 열심히 샷터를 눌렀다. 발이 시려오면 잠시 들어왔다가 장면이 바뀌면 다시 나가 마음껏 담았다. 하늘에 뜬 둥근 달도 산 너머로 숨기 전에 찍어달라고 유혹한다.
사진은 해가 뜰 때를 전후해서, 해가 지기 전후해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즉 변화하는 전후에 좋은 장면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발로 열심히 뛰고 내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끈기가 있어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사람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서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사진기를 들고 몇 년을 쫒아 다닌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들의 요리사가 어제 가져온 복어로 끊인 국 맛과 라면의 선택이 탁월하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으로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