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夜喜雨
杜甫
好雨知時節 좋은 비 시절을 알아
當春乃發生 봄을 당하니 이에 생겨난다
隨風潛入夜 바람을 따라 밤으로 들어와
潤物細無聲 만물을 적시나 가늘어 소리가 없다
좋다[好호]는 善惡선악의 善선과 같이 윤리적인 의미에서의 善선과 같이 좋다는 것이 아니다. 때와 곳에 적절하게 맞음을 뜻하는 것. 時節시절을 안다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떤 정해진 때를 안다는 것. 흘러가는 시간도 알고 그 정해진 때도 안다는 것. 기다림도 알고 나서야 할 때도 안다. 봄을 당하자 곧바로 비가 생겨난다. 혹은 봄을 맞아서 만물이 생겨나게 한다고 볼 수도 있다. 好雨호우와 만물이 함께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바람을 따라 밤으로 남몰래 들어오는 비는 밤에 소리도 없이 만물을 적신다.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따라 와서 소리도 없이 자기의 할 일을 한다. 없는 것 같으나 있고 만물을 생겨나게 해주는 것.
野徑雲倶黒 들길에 구름 모두 검고
江船火獨明 강 배의 불 홀로 밝다
曉看紅濕處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花重錦官城 꽃이 금관성에 묵직하다
들길과 강의 배가 나온다. 시인이 들길을 걸어 배로 가고 있는 것. 배에 올라 금관성, 즉 成都성도를 바라보는 것. 시인 두보가 배에서 거주한 적이 있는데 이 시는 배에서 거주할 당시에 지은 시일 수도 있고, 거기에서 살던 경험을 반추하면서 지은 시일 수도 있다. 들길에 구름이 모두 검고 강도 밤이 되어 검은데 배의 불빛이 홀로 밝으니, 그 밝음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그 불빛은 희미한 빛일 것이므로 화려함이나 휘황한 광채와는 거리가 멀고 어둠을 간신히 밝히고 있는 불빛으로 보인다. 그래도 빛은 빛나고 있는 것. 밤에 바람을 따라 들어온 好雨호우처럼 온통 어둠의 세계에서 미약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가는[細세] 비가 만물을 적시고 생명을 움돋게 하는 것처럼 저 배의 미약한 빛이 세상에 생명의 기운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밤이 지난 새벽은 호우가 지나간 시간으로 가는 비가 적시고 간 곳에는 벌써 붉은 기운이 역력하다. 그 붉은 기운만으로도 금관성에 꽃이 많이 피어날 것을 알 수 있겠다. 錦官城금관성은 두보가 거주하던 成都성도의 다른 이름. 꽃[花화]과 비단[錦금]을 힌 자리에 놓았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을 상상한다. 붉게 젖은[紅濕홍습] 것과 비단[錦]이 서로를 보충하고 있다. 비단은 물기가 없는 마른 상태를 생각나게 한다. 봄비가 적셔주어 붉게 젖은 꽃의 이미지에닥 비단의 이미지가 더해져서 꽃은 생기를 띠면서도 채색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꽃이 무겁다는 뜻을 가진 ‘花重화중’은 꽃이 제대로 잘 피어서 묵직한 것을 뜻하기도 하고, 꽃이 겹겹이[重疊중첩] 피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다. 가는 비의 미미한 적셔줌이지만 그 결과는 묵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