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선택은 정우영이었다.
비록 한골 뒤지고 있지만, 이대로 버티면 반드시 기회는 올 거라 믿었다.
일단은 지키고 보자는 마인드로 황인범을 공격적으로 올리고 정우영-손준호 더블 볼란치를 가동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후반전이 시작하고도 20분이나 지난 시점까지도 한국은 추가 실점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여전히 호날두를 이 악물고 묶었으며, 손준호 정우영은 부르노 페르난데스를 더블팀으로 마크하면서
연결 고리를 끊으려 했다. 워낙 클래스가 좋은 선수들이라 그것마저 뚫어내고 공격했지만 골대를 맞거나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다.
그러자 점점 포르투갈의 슛팅수가 줄어들고 후방에서 볼을 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대로 경기를 끝내도 손해볼 것 없는 포르투갈이었다.
그 때, 시계를 쳐다보던 벤투가 결단을 내렸다.
분위기를 뒤집을 '슈퍼 조커'의 투입이었다.
첫번째로 강인과 인범을 바꾸었다. 이건 예상할 만한 교체였다.
해설진을 놀래킨 것은 그 옆에서 몸을 풀고 있던 이동준이었다.
전방에서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씨름을 해준 황희찬을 빼고 이동준을 투입했다.
국대 경력으론 신예라고 할 만한 이동준을 과감히 투입한 것이다.
락싸는 폭발했다.
[지금 이 타이밍에서 이동준..? 너무 과감한 거 아닌가?]
[평가전도 아니고... A매치 10경기도 안 뛴 선수를...]
[지금 대표팀 투톱인데 이동준은 윙어 아니예요..?]
[황의조는 어디다 팔아 먹었냐고 ㅡㅡ]
[동준아 긴장하지말고 잘하자 ㅠㅠ]
[이승우가 그리운 건 저 뿐인가요?]
역레발은 제대로 걸렸다.
자신을 괴롭히던 황인범이 나가자 주앙 팔리냐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손준호가 끊어냈고, 정우영에개 패스했다.
정우영...
대한민국 최고 재능 중 하나인 기성용가 비교 되면서 잘하든 못하든 욕을 먹던 인물 중 하나.
그가 발탁 됐을 때 네티즌들은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이유는 안정적인 횡패스만 한다는 것.
심지어 독우영인 줄 알았다가 코우영인 걸 알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여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우영은 전방을 향해 정확한 롱패스를 날렸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달리는 건 이동준이었다. 디아스라는 엄청난 존재의 뒷공간을 털면서 퍼스트 터치를 성공해서
골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옆을 쳐다봤다. 손흥민이 달리고 있었다.
페페는 이동준이란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생전 처음 보는 선수였고 심지어 전날 한국을 분석할 때마저도 언급조차 되지 않은 선수다.
당연히 손흥민에게 패스할 거라 생각하고 적당히 길목만 차단하고 있는데,
이동준은 과감히 한번 더 쳤다.
그리고 페페는 마치 몸이 반응하듯 발을 뻗었다.
퍽!!!
이동준이 나뒹굴었고, 심판은 단호하게 페페에게 옐로 카드를 꺼낸 뒤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냈다.
경고 누적 퇴장.
빈틈이 보이지 않았던 포르투갈에 균열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 균열은 감독이 수비수를 투입하기 위해 호날두를 빼면서 가속화 됐다.
호날두는 주장 완장을 던지고 감독을 무시한 채 경기장을 벗어났다.
생전 처음 보는 동양인 수비수에게 말려도 너무나 말려버린 경기였다.
한국은 정태욱을 빼고 드디어 황의조를 투입했다.
손흥민 황의조 이동준
이강인
정우영 손준호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
김승규
남은 시간, 한 골을 사냥하기 위해 다시 벤투가 자주 쓰던 포메이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역습도 만만치 않았다.
교체 된 주앙 펠릭스를 막기 위해 김진수는 유니폼을 잡아당겨야 했고, 이는 경고로 이어졌다.
이어진 프리킥에서 디아스의 헤딩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포르투갈이 한명 퇴장 당한 거 맞음..? 우리가 퇴장 당한 거 아님?]
[한명 퇴장 당하고 호날두도 빠진 팀 상대로 노답이네. 그냥 한골 더 먹혀버려라.]
[벌써 89분임... 이대로 끝날 듯. 아ㅡㅡ 포르투갈이랑 비길 절호의 찬스를...]
락레발은 과학이었다.
오히려 밀리던 와중에 찾아온 역습 상황,
줄 곳이 없던 황의조가 과감하게 중거리 슛을 때렸으나 파르티시우가 선방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벤투는 손준호를 빼고 오세훈까지 투입했다.
갑작스러운 거구에 등장에 포르투갈 수비수들의 시선이 쏠렸다.
이강인이 정교한 킥을 올리고 오세훈은 빈공간을 파고 들었다.
수비수들은 그런 오세훈에게 따라붙었으나 이강인의 타겟은 그가 아니었다.
뒤에서 달려들면서 머리를 갖다대는 김민재.
공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서 파르티시우의 손을 지나 골대 구석에 꽂혔다.
벤투는 조국인 포르투갈에 넣은 골이기에 100% 마음 껏 기뻐하진 못했지만, 미소를 지었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 됐고, 김민재는 MOM으로 선정 됐다.
각 세계 언론은 호날두를 교체 시켜버리고 헤딩골까지 넣은 김민재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반면, 스위스는 에콰도르를 1대0으로 격파했다.
포르투갈 승점 4점 골득실 +2
한국 승점 4점 골득실 +1
스위스 승점 3점 골득실 +0
에콰도르 승점 0점 골득실 -3
포르투갈이 스위스를 잡을 것이라 가정하면, 한국의 16강 진출이 매우 유력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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