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집(063-287-2787)을 찾는 손님들은 안주를 먹으러 오지 않는다.
귀로 들으려 온다. 막걸리 한 주전자(9000원)를 주문하면 안주가 열 가지 넘게
나온다. 전주의 여느 막걸리집과 달라지는 건
이 집 ‘임플로이’(종업원) 김형남(53·여)씨가 안주를 손님상에 내려놓으면서부터다.
"이것은 '아나다라 그라노사'." 저도 꼬막 영어이름은 처음 알았습니다.
“이것은 빈 커드(두부), 이것은 스트로베리(딸기), 이것은
드라이 스위트포테이토(마른 고구마), 이것은 쉬림프(새우),
이것은 시위드(미역)”
김형남씨는 이런 식으로 손님상에 내는 안주를 영어로 술술 설명했다.
“이것은 ‘아나다라 그라노사’(anadara granosa). 영어로 꼬막이란 뜻이지.
나의 ‘익스피리언스’(경험)에 의하면 이게 제일 어려웠어. 삼일 동안 외웠다니까요.”
‘김형남식 콩글리시’의 진가는 영어로 부르기 난해한 토속 안주에서 드러난다.
“이것은 ‘노스 피시 수프’(north fish soup). 북어탕(北魚湯)이란 뜻이에요.
이건 ‘오이스터 공구리’. 굴 무침을 영어로 부르기가 영 마땅치 않아서.
이것은 ‘피그 헤드(pig head) 살로우만’(돼지머릿고기).”
전주사람들은 김형남씨를 “콩글리시의 대가”라고 부른다.
김씨는 자신을 “영어 아줌마”라고 부른다.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시작했다”는 콩글리시는 김씨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제 ‘전국구 스타’다.
서울, 부산, 대전 손님들이 김씨의 콩글리시를 들으러 한울집을 찾는다.
외국인들도 종종 온다. 김씨는 “콩글리시를 쓰면 외국 손님들과도 의사소통이
웬만큼은 된다”고 했다.
손님들은 ‘쓰리걸리 원스타’(1만원)를 주문한다.
막걸리 세 병에 사이다 1병을 섞은 일종의 칵테일. 이름은 김씨의 작품이다.
막걸리는 한 병(750㎖)에 3000원. 김씨는 “스네이크(뱀)띠 동갑에다 생일까지
같아 친했던 한청고(여)을 찾을 수 있도록 기사에 이름을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동부시장 근처 복개도로에 있다.
/먹는 재미보다 듣는 재미로 가는 막걸리집, 한울집.
자신을 '임플로이'라고 소개하던 김형남 아주머니 생각만하면 웃음이 나네요.
사진은 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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