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변해버린 나를 데리고 산다는 것 <어쩌다 어른>
[tvN '어쩌다 어른' 김미경]
얼마 전에 기사를 봤는데.. 혹시 샤론스톤이 중풍인 거 아셨어요?
원초적 본능.. 그 유명한 영화의 섹시한 여배우였잖아요?
여배우가 중풍에 걸렸다면.. 정말 어떨 거 같으세요?
인생 끝이다.. 삶의 의미가 없다.. 살고 싶지 않을 지도 모르죠.
샤론스톤은 '여배우로서의 자기'를 데리고 사는 법은 잘 알고 있었겠지만
갑자기 '중풍 걸린 나'는 어떻게 데리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죠?
갑자기 변화한 나를 데리고 사는 것은 정말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바로 못 내려와요. 내려오는 길이 말도 못하게 힘들어요.
샤론스톤이 침대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겠습니까?
'어쩌면 좋아.. 몸도 이렇고.. 인기도 떨어지고..'
사람들은 그럴 때 대부분 죽음을 생각해요.
데리고 살기 되게 힘들면 놓고 싶어요..
그런데 샤론스톤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그녀가 그렇게 괜찮은 사람인줄 몰랐어요.
인터뷰한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는 중풍이 걸린 이후에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나지 못 했던 저를 만났습니다.
한 번도 써보지 못 했던 내 마음을 쓰고 삽니다."
▶지금까지 살아냈다는 자신감
질문: "제가 늙어간다는 생각에 사실 어려움이 있거든요.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두려움도 있지만 기쁨도 많아요.
내가 안 늙으면 애들이 안 큽니다.^^
나는요, 늙는 게 너무 좋은 게.. 애들이 다 컸어요. ㅎㅎ
내가 나이 든 만큼 애들이 다 컸어요. 스물 일곱 살, 스무 살.
아, 이것이 나이 들었다는 증거로구나.. 너무 좋다..
그런데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우리 생각에 3,40대가 정말 좋은 일이 많을 거 같잖아요? 건강하고, 젊고..
착각이에요. 나이 들수록 좋은 일이 더 많아요.
6,70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거 훨씬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알고 보면 섹션별로, 나이별로 거기에 좋은 일이 늘 있어요.
가 보면 있는데, 결국 그것을 내것으로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예요.
그래서 늙는다는 것을 되게 좋게 생각해야 합니다.
진행되고 있구나.. 내 삶이..
더구나 내 아이들의 삶도 함께 진행되었구나 생각하면 좋은 거죠.
프랑스에 '잔느 모로'라는 여배우가 있습니다. 무척 당당한 여배우인데..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으면 늘 부탁하는 것이..
절대로 포토샵을 못 하게 한대요.
기자양반, 내 사진에 절대로 손대지 말라고..
이 주름 만드는데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고?
70년 넘게 고생한 거라고 ㅎㅎ
절대로 함부로 내가 고생해서 만든 거 없애지 말라고..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대요.
살아냈다는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