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꿈꾸는 집>을 읽고
봄글밭
얼마 전 텔레비전의 오락프로그램을 보는데 글 소재가 있었다. 그 소재를 한 번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문득 예전에 읽은 이 동화가 기억나 다시 펼쳤다. 어떤 식으로 전개해야하나 막상 쓰고자 하니 막막해져 올 때는 이전의 책에서 작가들이 펼친 재능을 참고해 볼만하다.
그 프로그램은 고민을 얘기해주면 그 고민이 공감대 가는 사연에 패널이 판단하여 등수를 매기는 거였다.
특이하게 초등학생이 나왔는데 학원을 너무 많이 다녀 줄여달라는 하소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이의 시간표를 보여주었는데 하루에 학원이 네, 다섯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경제강의도 있었고 사회, 또 수학도 연산, 선행, 학교진도 따라 나뉘었다. 나도 내 아이를 키우지만 그렇게 따라갈 수 있나 의문이 들었다. 아이는 공부를 잘 하고 부모님 말에도 순종하는 아이 같았다. 아이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였는데 진짜 피곤해 보였다. 아이 엄마가 나와서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따라가지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나서 그렇게 하였다고 했다. 왠지 서글픈 현실을 마주한 것 같아 씁쓸했다.
이 아이처럼 이 동화의 진진도 그런 모범생이다. 주인공 진진은 엄마의 꿈이자 자신의 꿈이 되어버린 특목고, 서울대, 의사, 변호사의 꿈을 키우며 자신이 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엄마의 꿈을 쫒아가는 착한 아이이다.
그런 진진에게 다가온 한 장의 초대장이 발송되었다.
“꿈꾸는 집 캠프 참가자는 4월 1일, 오후 5시까지 999번 버스종점. 느티나무 아래로 오세요.”
진진의 엄마는 특목고에 가는데 도움이 될거라면서 진진의 등을 떠민다. 진진은 엄마의 권유로 무작정 캠프에 참가하게 되는데 자신을 데리러 나온 사람은 까무잡잡한 얼굴에 걸쳐놓은 빨간 뿔테안경을 쓴 올빼미같은 '이모'라는 여성이었다.
진진은 무뚝뚝한 이모를 따라 꿈꾸는 집으로 향하는데 그곳은 강아지가. 제비가. 두레박이. 거위가..그리고 수많은 책들이 종알종알 대는 통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캠프에서 또 한명의 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이름은 상수리였다. 소년은 자신의 꿈을 잃고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상수리와 진진의 대화중에서 이런 글이 있다.
"예전엔 내 피아노와 함께 꿈꾸는 게 참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너무 힘든 일이 되어 버렸어. 아마 꿈을 꾸는 것보다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그랬나봐. 꿈을 이루어야만 행복해지는 줄 알았는데, 꿈은 이루기 위해 있는 게 아니구나. 왜 그걸 미처 몰랐을까?“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사고가 넓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가슴 속에 늘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할 줄 알아야 되겠다.
주제를 잘 전하는 문장은 강의나 책을 읽거나 사고를 하여 좋은 메시지가 잡히면 잘 기록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막상 작품을 쓰려고 하면 좋은 단어, 문장들이 작품을 더 풍성하게 하고 격이 있게 하는 것 같았다.
이 글을 읽고 나는 꿈은 이루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을 꾸기에 행복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았구나 싶은 생각도 한 번 더 해 보게 되었다. 아이들도 이런 시간을 은연 중 가질 거 같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 인간은 가장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는 그 일의 성공여부를 먼저 묻곤 하고 있다.
상수리가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고 진진 역시 글자 한자 보이지 않던 책들이 이제는 자신에게 글자를 내보이기 시작하면서 어디에선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꿈꾸는 집에 초대한 인물이 바로 진진이 6살 때 감기에 걸려 며칠 동안 도화지에 그린 그림동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정말 행복했던 시절, 그 순간으로 돌아가 '분홍눈사람'과 해후를 하게 된다.
이 부분에 판타지의 설득력이 좀 덜어지는 면이 있다 하겠지만, 동화를 쓰는 다른 선생님과 이 동화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원래 판타지에 익숙하지 않았던 선생님이 설득력이 없다는 점, 어색하다는 말을 이 부분서 한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의 판타지라는 것은 꼭 논리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자신의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을 충분히 믿을 것 같다. 우리도 어린 시절 어딘가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적이 얼마나 많던가 말이다. 아이들을 그 순간의 어떤 것이 끌어내 준다면, 이 부분에서 작가는 설득력 있는 진행을 하였다고 보여진다. 누가 이렇게 초대장을 보냈냐는 부분은 상당히 처음부터 의문이고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이 설득력을 얻고부터 6살 때 그린 '분홍눈사람'과의 만남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 찐한 감동을 느꼈다.
공부밖에 모르고 즐거운 책보다는 목적을 위해 책읽기를 하면서 어느새 책을 읽는 즐거음도 꿈꾸는 즐거움조차도 잃어버렸던 한 작은 소녀가 자신의 꿈과 만나는 장면에서 왜 그렇게도 가슴이 찡했을까 생각해보면 그 속에 비쳐진 우리아이들의 모습 때문인지도 몰랐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재미가 없으면 던져놓았다가 다시 그 책을 읽고 싶을 때 다시 집어든다.
지금의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만을 내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기에 책을 읽는 즐거움에 마음껏 허우적거려 본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러한 시간을 뺏어서 우리는 어디로 몰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꿈이 아닌 누구나가 부러워하는 꿈을 위해
행복을 저당 잡힌 채 먼 훗날 행복을 보장한다는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아이들을 속이고 그러면서 내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것 아닌지 반문해보기도 했다.
자신의 꿈을 꾸게 된 진진이는 캠프에서 돌아와 엄마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이젠 내가 엄마의 진진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엄마도 진진의 엄마로 살 필요없다고."
진진의 말에 놀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엄마를 뒤로 한 채 진진은 자신이 보고 싶은 만화책을 사기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가다 서점유리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에 은하수의 별처럼 셀 수 없는 꿈들이 흐르고 있음을 보게 된다.
모든 만물이 소통하는 공간 "꿈꾸는 이모의 집" 그곳에서는 책들이, 동물들이,나무들이, 꽃들이 서로를 반겨주고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알아준다.
서로가 각자의 꿈을 꾸고 그리고 그 꿈을 꾸는 순간을 즐길 줄 알기에 꿈을 이루기 위해 아둥바둥 서두르지도 조급해하지도 않는다. 진정 우리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정옥 작가는 제6회 마해송문학상에 이모가 꿈꾸는 집이 수상작이 되면서 2010년 데뷔했다. 진보정당 운동, 여성운동, 환경운동을 하다가 38세의 나이로 아동문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화가 존재하는 까닭은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철학으로 이후에 나온 작품도 판타지를 담은 동화가 많았다.
<이모의 꿈꾸는 집>은 제 6회 마해송 문학상 당선평에서 참고할 만한 게 많다. 이상배는 주제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도 섬세하고 진지하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꿈꾸는 집이 꿈인 이모, 그 집에서 주인공 진진의 계획된 꿈을 황당해하는 이모가 진진에게 행복한 꿈을 심어 주는 과정이 경쾌하게 음악처럼 전개된다고 하고 있다.
최윤정은 톡톡 튀는 개성있는 이야기이다. 저학년 아이들한테나 통할 만한 물활론적인 세계가 아이자기한 매력을 발하며 사람을 잡아끈다.
꿈에 관한 통찰력 있는 문장이 도처에 포진하고 잇는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어른도 저절로 이모의 꿈꾸는 집에 가고 싶다는 꿈을 잠시 구게 된다.
아주 오랜만에 동화의 본령에 맥이 닿아 있는 작품이라고 하고 있다.
김서정은 가볍고 사랑스러운 판타지라고 이 동화를 평하고 있다. 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내놓으면서 이 작가가, 그리고 다른 작가들도 더 풍성하고 자유로운 책의 세계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라고 하고 있다.
이 동화를 통해 배우고 싶은 것은 끝없는 상상에 대한 고민이다. 이야기를 생활동화로 풀어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멋지게 상상력을 설득화하고 감동을 준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 상상력은 나이가 들어도 고갈되지 않을 정신인 것 같다.
*읽은 책
이모의 꿈꾸는 집, 정옥
책갈피 공부방, 서정희
부자 강의, 이영주
첫댓글 판타지 동화군요.
저도 읽어 봐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