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7.
회식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한다. 불경에 나오는 말인데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을 언급한 말이다. 삶의 진리가 담긴 말이라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會者定離 去者必返(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나면 헤어짐이 있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
生者必滅 事必歸正(생자필멸 사필귀정)
생명은 반드시 죽고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온다.
교육생들이 식구가 되고자 한다. 식구라 하는 것은 밥을 같이 먹는다는 뜻이다. 얼굴을 맞대고 밥 먹기를 함께 한다는 것은 많이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고, 가까워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회식한다. 밥상이나 술상을 사이에 두고 마음을 여는 대화로 나를 보여주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한다. 친밀감이 높아지고 동질감이 생겨 하나가 된다. 식구가 되면 인사도 쉬워지고 대화에서 소재도 늘어난다. 그래서 회식이 중요하다.
거자필반을 이야기하고 싶다. 혹시나 이 회식이 헤어졌다가 다시 돌아온 옛사람들의 자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들의 목적은 귀농 귀촌으로 똑같다. 모두가 구례 땅으로 모였다. 뭔지 모르지만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 듯한 느낌이 든다. 회식하는 동안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동질감은 오래전의 환영 같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일이 뭐 그리 크게 다를까마는 모두가 똑같지는 않다. 엇비슷해 보이지만 천차만별이고, 조그마한 것까지도 다 달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거나 저거나 이치는 같다고들 한다. 여기 모인 모두가 오래전에 친구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전생에 한 지붕 아래 같이 살았던 식구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다가 지금에서 거자필반인 것은 아닐까.
사람과의 관계는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다르게 표현하면 존경, 배려, 봉사와 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사랑은 감싸 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무던히 기다리며 지켜보는 인내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사람에게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사랑 없는 삶에는 하루를 살아야 할 의미조차 없다. 맑은 하늘과 바람결에 살랑이는 꽃들과 흔한 잡초들까지도 사랑이 담겨야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우리는 귀농귀촌센터의 가족이다. 식구!
첫댓글 치열하게 살다 편안한 끝자락에 만난 사람들이니 욕심을 내려놓고
삶의 독기도 내려 놓았으니 좋은기운이 넘쳐 편안한 인연일수 밖에
그래요. 삶의 현장을 뒷전에 두고 떠나온 사람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