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37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이기영 시인의 디카시집 『인생』을 소개한다.
[저자의 말]
‘디카시, 일상의 예술화 예술의 일상화’
이기영(시인)
디카시는 내게 일상을 예술화하고 예술을 일상화 할 수 있는 최적의 문학 활동이 되었다. 내가 보고 느낀 매순간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문자시로는 다 표현해 낼 수 없는 부분들까지 담아내기 때문에 사진과 함께 짧은 5행 이내의 문자들로 표현한다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나는 2013년 시로 등단을 하고 그때 한창 유행하던 DSLR 카메라를 장만하여 매일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아니면 조용히 앉아 있다가 움직이는 것들이든 정적인 풍경이든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럴 때는 ‘아 이건 시다’라는 경험을 할 때가 많았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더 자주 이런 순간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 순간이 아니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장면을 보고 이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운가 매순간 감탄하면서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문자시로 쓰고 있었는데 시로는 다 표현해 낼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 답답하기도 하였다. 아무리 많은 문자를 가져다 붙여도 순간의 생생한 느낌을 도저히 표현해낼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때 디카시를 알게 되었다. 2014년이었다. 사진 한 장과 몇 줄의 시적인 문장으로 완벽하게 그 느낌과 전달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다. 미친 듯이 디카시를 썼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디카시의 소재가 되었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일상들이 모두 예술이 되었다. 내 삶의 방향이 바뀌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렇게 디카시와의 인연을 맺은 지 6년이 지났다. 내 디카시가 처음으로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진 건 한국디카시연구소 부대표이며 현재 두원공과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최광임 교수님을 통해서다. 교수님이 <머니투데이>신문에 내 디카시 ‘인생’을 소개하셨고 그 ‘인생’이 디카시로는 처음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 메인 화면에 올라오는 영광을 얻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쓴 수 백편의 디카시 중에서 53편을 골라 첫 디카시집 ‘인생’을 출간하게 되었다.
인연이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첫 발을 들여놓는 순간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디카시와의 인연으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매 순간을 감사히 여기게 되었다.
풀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한 점도, 이른 아침 이슬이 만들어 놓은 세상도, 거미줄 하나도, 일렁이는 물속의 음영조차도 다 이 순간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디카시로 썼고 사소한 것들이 이제 사소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첫 디카시집을 준비하면서 나의 대표작 ‘인생’을 표제작으로 삼았다. 53편의 디카시는 사계절과 함께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표현되어 한 사람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카시
몸 시위
온 몸으로 사력을 다해 몸의 시위를 당긴다
쏜살같이 튕겨나가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위 디카시를 통해 나의 모든 순간들은 다 내게서 나온 것이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이 내게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매 순간 사력을 다해 나의 삶을 쏘아 올리는 것이라고,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삶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시는 체험인 동시에 상상이며, 반성이고 고백이다. 내 디카시에서 보여주는 사진은 나의 자화상이고 시적문장은 나의 마음이다. 드러나는 것과 드러나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내가 얼마나 가까이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을 지는 순전히 독자들의 몫이고 나는 다만, 내 디카시에서 어떤 작은 울림을 발견하고 누군가 그 끌림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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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는 가장 짧은 한편의 단편영화다. 디카시인은 디지털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영상을 기본 구성 비율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카시는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희망 메시지다."
[금주의 디카시]에 김병수 님의 <위로>를 선정한다.
#금주의디카시
위로 / 김병수
김병수 님의 '위로'는 치열한 삶 속에서 전하는 축복의 메시지다. 모진 혹한을 견디고, 틈 바구니로 생명의 초록 음표와 노란 기표를 선보이고 있다. 그 많은 공간 중에서 콘크리트 보도블록 좁은 틈을 비집고 태어난 민들레꽃의 존재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영상, 디지털 글쓰기, 디지털 제목 3종 세트를 융합시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노래하고 있다. 또 작은 꽃 한송이를 통해 끈질긴 생명력을 발견해내는 관찰력도 높이 살만 하다.
디카시로 자연 속에 깃든 순리를 찾아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디카시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디지털 보물이다. 스마트폰이 켜져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신앙처럼 여기는 존재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