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와 심화,
혼란과 좌절의 1930년대, 일제 말 암흑기의 시문학사
양상들
1. 문단 내외의 상황
2) 프로문예운동의 변모와 확산, 퇴조
1928년, 조선공산당이 붕괴되자 당대 조선의 프로문인들은 그들이 처한 현실과 이념 사이에서 상당한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혼란은 종래 그들이 추구해왔던 문학 활동에 대한 진지한 반성적 검토를 요하게 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양상이 대중화론의 형태로 나타났던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라 하겠다. 대중화 방안을 둘러싼 1929년에서 1930년까지의 조직 내 논쟁기를 거치면서, 카프를 중심으로 한 1930년대 전반의 프로문예운동은 일견 상당히 활성화된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⁴ 인민대중의 성격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과 함께 이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다가서기 위한 양식적 실험과 모색들이 다양하게 전개되었으며, 그러한 노력들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작가군의 등장과 더불어 프로문예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내외의 정세 변화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신장세를 기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팽창이 곧 프로문예운동 자체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식민 지배국이었던 일본에서의 예가 그러하듯이, 당대 조선의 프로문예운동 역시 점차적으로 조여드는 시대적 상황과 제반 여건의 제약 속에서 활동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중화론을 비롯하여 이 시기에 있었던 프로문예의 활성화를 위해 시도된 일련의 노력들 또한 이들 프로진영 문인들이 경험하였던 시대적 위기의식과 밀접한 상관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들의 활동이 1935년 카프 해산이 있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한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면에는 계급의식에 기초하여 시대의 열악함을 타개해 나가고자 했던 당대 문학인들의 역사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던 점만은 분명하다.
프로문예운동의 사적 전개에 있어 1931년은 이념적으로나 객관적 상황 조건면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이해에 만주사변과 신간회 해산이라는 굵직한 사건들이 국내외에서 벌어졌으며, 프로문학 내부에서도 카프 맹원에 대한 제1차 검거 사건과 소위 '『군기群旗』사건'으로 지칭되고 있는 카프 쇄신 동맹사건, 그 뒤를 이은 조직의 제2차 방향전환, 『카프 시인집』, 『카프 소설집』 출간 등과 같은 중요 사건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던 것이다. 카프를 중심으로 한 당대 조선의 프로문예운동은 이 시기를 전후하여 한 차례 중대 고비를 맞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같이 조직의 뿌리를 뒤흔들 만한 거듭된 외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외견상으로는 이들 프로 문인들의 활동이 별 위축의 기미 없이 이어져 내려갔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카프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소장파들은 기관지의 발간을 시도하는 한편 프로문예운동의 노선 정비 및 저변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등 시종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했던 것으로 기록된다. 그런 노력은 많은 경우 이들에 대한 식민 당국의 통제정책과 정면 충돌했으며, 이 경우 조직에 대한 강도 높은 탄압과 맹원들의 대량 검거 사태 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프 해산 이전까지 이들 프로문예운동 참가자들의 면면과 그 문학사적 위상은 당대 문단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 이 당시 많은 프로문인들의 작품이 아예 활자화되지 못했다거나 혹은 배포 직전 단계에 압수되었던 점 등을 상기한다면, 질적·양적인 면에서 이들의 활동은 좀더 풍부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겠다.
1935년 카프의 해산은 식민지 조선에서 프로문예를 계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공식 통로가 사실상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록 개별 차원에서이긴 하지만, 이후로도 프로문인들의 활동은 1930년대 후반기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1930년대 프로문예운동, 특히 프로시단의 변모 양상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같은 기간의 시문학사를 재구성하는 데 보다 기초적인 이해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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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용직, 『한국현대시사』 1, 한국문연, 1996, 452쪽.
『한국 현대 시문학사』 이승하 외 지음
2024. 11. 1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