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솜의 할례
(탈출 4,24-26)
할례는 히브리말로 “브릿트 밀라”이다. “브릿트”는 계약이란 뜻이고 “밀라”는 할례를 뜻한다. 고대 근동에서 널리 행해지던 이 관습은 히브리인들은 종교적 신앙적 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하였다. 인간을 포함한 세상 모든 존재가 하느님의 창조물임을 인식한 것이다. 그래서 여자를 뺀 이스라엘의 모든 남자는 태어난 지 8일 만에 할례를 받으며 ‘자신은 하느님의 것’임을 생명을 잉태하는 통로인 중요 부분인 생식기 음경에 각인시켜야 했다.
히브리인들의 새로운 구원자 모세는 국제결혼을 하였다. 아내는 미디안의 사제이며 목자인 이트로)르우엘의 딸 치포라이다. 그리고 미디안에서 아들 게르솜을 낳았다. 아들 이름의 뜻은 이방인이란 뜻이다. 모세는 히브리인들을 구출하라는 하느님의 사명을 받고 미디안을 떠나 다시 이집트로 내려갔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하느님은 모세에게 달려들어 그를 죽이려 하였다. ‘엄청난 사명을 주고받은 사이인데 왜 죽이시려고 했지?’ 질문에 대답은 치포라의 행동이 밝혀준다. 모세가 누구인가?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이루어가는 위대한 사명을 받은 인물이다. 그의 적통성과 가계는 야훼 신앙의 정통성을 준수하고 계승해야 한다. 그 방법은 할례이다. 모세는 정통 레위지파 순혈자이지만 그의 아들은 혼혈이다. 할례를 태어난 지 8일 만에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문맥의 정황상 미뤄지고 있었지 않나 싶다. 할례를 받지 않은 자(또는 시행하지 않는 자), 엄중한 하느님과의 계약을 깨트린 자는 하느님과 자기 백성에게서 잘려 나가야 한다.(참조: 창세 17,14)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창세기 위대한 다른 여성 고엘 들처럼 치포라도 아들 게르솜의 할례를 서둘러 치러내면서 하마터면 죽을 뻔한 남편의 피의)생명도 살려내고, 아들도 ‘하느님의 사람’으로 반듯하게 세운다.
입력:최 마리 에스텔 수녀/2024년 11월 08일 PM 23:02분
덧붙임:일부 내용은 개인적 해석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