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신 돈을 버려라
瓦也 정유순
나일론,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제품이 보편화되기 전인 1970년대 전만 해도 농촌에서는 쓰레기란 용어는 별로 사용한 기억이 없었다. 대신 ‘두엄’이란 말을 썼는데, 두엄이란 구덩이를 파고 잡초나 낙엽 따위와 쓸모없는 물건들을 한데 섞어 썩힌 거름(퇴비)으로 마당의 한쪽 구석에는 두엄자리가 꼭 있었다. 집 안에서 버려지는 모든 물건은 두엄자리에 모아 퇴비로 만들었다.
<두엄(퇴비) - 네이버 두산백과>
심지어는 집밖에서 나오는 것조차 집어와 자기 집 두엄자리에 모아 넣곤 하였다. 부엌에서 나오는 쌀 씻은 물이나 남은 음식물은 가축에게 먹이로 주었고,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糞尿)도 따로 한곳에 모아 두었다가 거름으로 사용하였다. 집 안에서 나오는 허드렛물도 흘러 모이는 시궁창 밖에 미나리를 심어 깨끗하게 자연 정화된 물이 흘러 나가게 하였다.
<미나리>
버리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을 땅으로 되돌려 주어 비옥하게 하고, 땅은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여 보답하였다. 또한 도시에서 나오는 잔반(殘飯)이나 분뇨 등도 수거하여 가축의 사료나 농작물의 거름으로 활용하였다. 한마디로 철저한 자연 순환 형 생활문화였고, 친환경적 이었다. 무엇이던 버리는 그 자체가 돈을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림 - 장영철화백>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자연분해가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과 비닐류 등 석유화학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쓰레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특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이루어지면서 쓰레기도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농촌에서도 씨를 뿌린 다음 비닐로 멀칭(mulching)을 하여 농작물의 조기제배에 이용하기도 하는데 폐기(廢棄)되어 나오는 양이 많다.
<멀칭 - 네이버캡쳐>
어촌에서도 고기 잡는 그물을 식물성섬유로 만든 끈 대신, 질기고 잘 찢어지지 않는 나일론 끈을 사용하여 만들기 때문에 바다 속에 방치될 경우 어장에 손해를 끼치고 선박의 항해에 방해가 되기도 하며, 어촌마다 폐그물이 쌓여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다. 대량으로 쏟아지는 쓰레기를 매립도 하고, 소각도 해 보지만 처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지하수나 토양이 오염되고 공기도 더러워지거나 뜨거워지는 것에 여간 신경을 써야 한다.
<폐그물에 걸린 바다거북-오마이뉴스>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생활범위가 넓어질수록 비례하여 늘어나는 것이 쓰레기다. 요즈음은 편리함과 빠름을 쫒는 사람이 많아 일회용품이 급증하여 쓰레기 발생량은 더 늘어났다. 고속도로휴게소 등의 휴지통에 담겨 있는 쓰레기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일회용품이 아니더라도 색상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물건들도 많다.
<패트병쓰레기>
쓰레기는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버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물건의 용도나 새것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대형 마트나 할인점들이 동네 곳곳에 들어서면서 조금 싼 맛으로 충동구매가 대량으로 이루어지는데, 특히 식품의 경우 다 먹어 보지도 못하고 보관만 하다가 사용기한이 지난 것은 포장이 뜯겨지지 않은 채 통째로 버려지는 것도 있다. 충동구매는 낭비의 요인이다. 또한 상품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과대포장이 쓰레기문제가 된다.
<쓰레기분리수거장>
이렇게 발생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일반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시청이나 구청 등에서 판매하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내 놓으면 이를 수거하여 처리하는데, 이는 모두 주민의 세금으로 처리한다. 심지어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 나오는 쓰레기의 처리비용도 그제품의 소비자가격에 포함하여 시장에 나온다.
<구리시 자원회수시설>
요즈음은 제품이 생산되어 수명이 다 될 때까지 유통과정을 추적해 생산자가 다시 회수하여 처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도 제품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에 모두 소비자의 몫이다. 한마디로 생산자는 손해 보는 장사를 안 한다는 것이다.
<대구염색공단열병합발전소 - 네이버캡쳐>
결과적으로 자연으로 되돌릴 수 없는 쓰레기가 많이 발생함으로써 모든 비용은 비용대로 소비자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하고, 만에 하나라도 잘못 처리될 경우에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되어있다. 다시 처리하기 위하여 드는 비용은 주민세금이나 기업에서 부담하게 되는데, 기업의 경우에는 생산원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수도권광역쓰레기매립장>
우리가 생활을 하면 할수록 쓰레기를 생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쓰레기 발생량을 가장 적게 하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쓰레기종량제’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쓰레기를 버린 만큼 비용을 내는’ 것으로, 쓰레기가 발생된 만큼 일정한 규격으로 만들어진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구입하여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발생량과 비례하여 봉투 값이 많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수도권매립장의 드림파크CC>
이 제도는 배출자부담원칙을 적용하여 쓰레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다시 쓸 수 있는 물건은 분리하여 배출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가전제품이나 덩치가 큰 쓰레기는 별도의 스티커를 구입하여 붙여서 지정된 장소에 내 놓으면 수거해 가고 있다. 일종의 ‘경제적 유인제도’다. 그러나 봉투 값을 아끼기 위해 사람의 발길이 뜸한 한적한 곳에 버리는 사람이 있고, 쓰지 않는 가구나 가전제품 등이 이런 곳에 버려져 나뒹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참으로 양심 없는 사람들의 소행이다.
<버려진 우산>
<버려진 캔>
요즈음 쓰레기는 발생에서부터 완전소멸 될 때까지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는 물질이다. 발생량에 비해 처리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잘 분해되지 않는 ‘난분해성’물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모든 과정이 비싼 돈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매탄가스저장고>
따라서 쓰레기는 발생하는 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역설적으로 차라리 쓰레기를 버리는 대신 돈을 버리는 것이 더 경제적인지도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위인 반열에 오르거나 인간적으로 훌륭하신 분들은 ‘자기 쓰레기를 자신이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닌 가 생각도 해 본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 쓰레기 처리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수목원이 된 해운대매립장 - 네이버캡쳐>
https://blog.naver.com/waya555/223072824962
첫댓글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