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글>
Chantry flat 산길 중에서
잘 알려지지 않아 사람이 드물고 숨은 명소,
덜 다듬어지고 정리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산길,
시작은 부드럽고 평탄한 길로 그럭저럭 경치 구경하며 오를 만하지만,
얼마 후면 생각이 틀림을 깨우치게 하는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은 체력을 서서히 깎아내리고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난코스..
산자락에 길게 드리워진 안개로 건너편 능선이 보이지 않고,
울창한 숲과 한적한 산길은 멋과 낭만을 즐기기에 넉넉하고,
연둣빛 초록으로 물든 나무들이 살랑살랑 바람결에 흔들리고,
숲의 터널에서 들리는 계곡의 물소리가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으며 흥얼흥얼 콧노래가 절로 나오고..
벌써,
여름 더위에 지쳐 바짝 말라버린 풀숲에서 살며시 고개 내밀며 핀 작은 보라색 꽃,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마주친 꽃 한 송이에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서서 한참을 바라보니..
작고 소박한 꽃에서 오랜 시간 더위, 추위 가끔은 비바람까지 견디어 온 생명만이 지닐 수 있는 단단하고 빛나는 기품이라는 향기를 내뿜고 있는 듯..
어딘가에서 홀씨 되어 날아와 꽃피우고 살아내면서
싹을 틔울 수 없을 정도로 메마르고 척박한 땅을 탓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뿌리내릴 자리를 고를 수 없음을 원망하지도 않았고,
더 좋고 비옥한 땅으로 옮겨갈 수 없음을 불평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거친 비바람에 흔들릴 뿐 꺽이지 않았고,
살아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환경에도 꽃피우기를 멈추거나, 살아감을 포기하지도
않았고.
그저 주어진 자리,
그 자리에서 묵묵히 생명을 유지한 끝에 보라색 꽃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꽃!!!
집에 돌아온 후
뒤풀이로 한참 취해서도 오래오래 마음에 남아 있던 꽃,
지금껏 살아온 삶이, 그런 시간이 너무도 많았기에 진한 떨림과 울림이 되어 굵은 눈물만 뚝뚝..
때론,
평평하고 쭉 뻗은 신작로 길을 걸을 때도 있었고,
뜻하지 않은 굽잇길이 있어 깊은 상처와 아픔으로 헤맨 적도 있었고,
먹구름이 몰려와 앞이 보이지 않았고,
세찬 비바람이 불어와 순식간에 모든 것이 날아간 적도 있었고..
오늘 마주한 꽃이 말없이, 묵묵히
밝고 환한 모습으로 속삭여준다.
“피하고 지나쳐 가지 못할 삶이라도 그 자리에서 끝까지 견디어 끝끝내 활짝 피어나라고..”
나도,
하루아침에 쑥쑥 자라 피어난 것이 아니라,
작고 보잘것 없고, 약하디 약한 가느다란 뿌리로 버티어내고, 이겨내며 이제 꽃을 피워냈노라고..
얼마의 삶을 더 살아갈는지 모르지만
힘들고, 아프고 지칠 때마다 산에서 마주한 이름 모를 꽃을 떠올리며 다짐하고, 작디작은 속삭임으로 들려주는 가르침을 잊지 않으리라..
“버티는 것과 피어나는 것은 하나라고..”
이민 사회에서 살아온 삶은 너무도 다르겠지만,
모든 분이 꺾이지 않는 열정, 다짐, 마음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서서 힘써 살아오신 가까이에 있는 분들에게 더 정성을, 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혹여
앞으로 살아갈 삶이 산길 어딘가에 머무르다 디딤돌이 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걸림돌이 되거든 이름 모를 풀숲에 꼼짝않고 숨어지내게 해달라고,
누군가에게 눈에 띄지 않게 해달라고..
살아온 삶을 떠올리며 조용필 님의 “꿈” 노래에 취해 눈물만 뚝, 뚝,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