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체류기 24
2012년 9월 25일 화요일
오늘부터 일정이 달라졌다.
Pathology Center 산하 병원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병리검사실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다.
방문할 곳은 제3병원을 시작으로 Cancer Center, Department of Oncology, 제1병원, 모자병원 순서이다.
오래된 제3병원
오늘 찾아간 곳은 약 600병상 규모의 제3병원이다. 러시아 의사들에 의해 세워진 역사가 깊은 병원이라고 한다. 건물은 상당히 크고 오래되었지만, 최근에 지어진 새로운 건물도 눈에 들어왔다.
병리검사실은 본관과 조금 떨어진 별도의 건물에 있었다. 건물 자체는 낡아 보였지만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의외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몽골의 병리검사실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장비와 시약, 검사 방법 등에서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병원보다 조금 달랐다.
병리사 Bayaarma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Bayaarma는 과거 Raphael Clinic의 초청으로 서울대학교 분당병원에서 3개월 동안 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배운 경험을 현장에서 잘 활용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여러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AFB 염색 시약을 만들어 다섯 병원에 나누어 주었고,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Schiff's 시약도 다시 점검해 주었다.
이곳에는 또 반가운 사람들이 있었다.
Dr. Bolortuyas 역시 Raphael Clinic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한양대학교에서 신장병리 연수를 받았던 사람이다. 병리과장 잉크밧트도 아산중앙병원에서 한 달 동안 신경병리를 연수받았다.
한국에서 공부했던 사람들이 몽골의 병리 현장에서 다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반가웠다. 서로 한국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마음이 가까워졌다.
점심에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푸짐한 몽골 음식으로 대접을 받았다. 낯선 나라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은 국경을 넘어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저녁에는 4년 전 내가 몽골에 머물며 고문으로 일했던 MOBIO 검사실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처음에는 음식점에서 만나려고 했다. 그런데 직원들이 뜻밖의 부탁을 했다.
“선생님이 예전에 만들어 주셨던 부대찌개를 다시 먹고 싶습니다.”
4년 전 몽골에 머물 때 나는 이들을 수십 번 집으로 초대해 부대찌개를 만들어 함께 먹곤 했다. 그때의 맛과 추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음식점 대신 내가 머무는 아파트에서 다시 부대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장을 보러 가서 재료를 하나하나 준비했다. 오늘은 아이들까지 합쳐 8명이 온다고 한다. 넉넉하게 먹도록 10인분의 부대찌개를 준비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작은 아파트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순간 집 안이 마치 유치원처럼 북적거렸다.
아이들이 오가고, 어른들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아들, 딸과 며느리, 손자 손녀들이 한꺼번에 찾아온 것 같구나.’
나는 몽골에 와서 병리검사실을 둘러보고 시약을 만들며 기술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만, 결국 나에게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쌓인 정과 추억인지도 모르겠다.
4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내가 만들어 주었던 부대찌개를 기억하고 다시 먹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오늘 저녁의 부대찌개 한 냄비에는
4년의 세월과 우정, 그리고 한국과 몽골을 이어준 따뜻한 정이 함께 끓고 있었다.
첫댓글 매우 바쁜 나날이 이어지는군
건강이나 잘 챙기면서 일하셨는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