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을 이루는 가장 많은 성분이 물이라 물이 없으면 살 수가 없듯이
나무가 살아가는 데도 물이 꼭 필요하다.
숲에서 나무와 풀들이 서로 그 위치를 정하여 자리를 잡고
가지를 뻗고 공간을 점유하는 치열한 삶은
광합성을 하기 위한 햇볕에 대한 경쟁이지만
지구 전체를 두고 대륙의 식생대를 결정하는 것은 강수량인 것을 보면
나무에게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애써 심은 나무가 이유 없이 죽어가서 그 원인을 찾아보면
십중팔구는 배수, 즉 물 빠짐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물을 좋아하고 꼭 필요로 하는 나무들이 땅에 물이 많아서 죽다니...
물은 충분하면 좋지만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호흡을 할 수 없으니
점차 썩어가는 것이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곳에서 가장 멋진 변신과 적응을 한 나무는
아무래도 낙우송(落羽松)이 아닐까 싶다.
떨어지는 잎이 마치 새의 깃털을 닮아 붙은 이름, 낙우송...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이지만
대부분의 침엽수가 상록성인 것과는 달리 낙엽이 진다.
원추형의 균형 잡힌 수형을 가지고 침엽수이면서도
봄이면 연둣빛 새잎을 내놓고
가을이면 그윽한 갈색빛으로 단풍이 들며,
겨울에는 섬세하게 아름다운 가지를 드러내는 아주 멋진 나무이다.
이 낙우송은 보통 습지나 물가에,
심지어는 물속에서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물이 있는 큰 정원이나 공원을 만들 때
가장자리에 이 나무를 심어 풍치를 더하곤 한다.
그렇다면 낙우송은 어떻게 산소가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는 것일까?
기근(氣根)이라고 부르는, 땅위로 올려 보내는 뿌리를 통해서이다.
물가에서 멋지게 자라난 낙우송들을 보면 땅위로 무엇인가
나무로 만든 작은 산처럼 불쑥불쑥 솟아오른 것들이 있다.
이것이 낙우송의 더욱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데
바로 기근이다.
올라온 모습이 무릎을 닮았다고 영어로는 ‘Knee root’ (슬근) 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가 물을 좋아하는 삼나무를 닮은 나무라하여
‘소삼(沼杉)’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물기가 많은 땅은 나무로 보면 기회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풍부한 물과 유기물, 게다가 햇볕을 경쟁할 다른 식물들도 없으니
호흡에 필요한 산소공급이라는 문제를 빼곤 천혜의 조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무들은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습지를 버려둔 채 안온한 땅에 안주하여
다른 식물들과의 과도한 경쟁에 시달린다.
하지만 낙우송은 용기 있게 기회의 땅으로 나가
그곳에 적합하게 스스로를 변화시켜 근사한 나무로 커나가는 것이다.
제한된 여건에 갇혀 희망이 안 보인다고 생각될 때,
낙우송의 도전과 용기를 떠올려봐야겠다.
나무는 늘 나를 가르쳤으니까...
첫댓글 오늘 정삼지 선생님도 낙우송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오늘은 물처럼 ~ 나무처럼 ~ 닮아가는 삶의 소망 을 가져봅니다.
낙우송등의 공기뿌리만 기근이라고 설명했는데 옥수수, 능소화등의 삐져나온 뿌리도 기근에 해당하는군요
청람대에 가면 낙우송 공기뿌리가 관광 상품이더군요. 가까운 순천대학교에도 낙우송 기근 구경가능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