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시자가 없는 한국의 창시무술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창시무술은 하루에도 수 십 개씩 만들어지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무술이론을 개발하여 발표한다는 것은 무술발전에 크게 이바지 하는 것이며 이러한 현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나라는 세계적으로 좋은 무술경쟁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태권도로 인하여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얼마나 상승했으며 한국과 한국인의 이미지가 얼마나 좋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술을 창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무술을 창시했다고 해서 그것을 인정받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닐 것입니다.
창시무술의 성공여부는 수련내용의 이론적 타당성과 그 무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원리에 대하여 얼마나 잘 정립이 되어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이론에도 맞지 않고 무술적가치가 없다면 자연생존법칙에 따라 도태되는 것이며 몇몇의 소수의 무술만 인정받고 살아남게 됩니다. 이렇게 바람직한 과정을 거쳐서 무술은 세계적으로 조금씩 발전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새로운 무술이론을 개발하여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생매장(生埋葬)을 뜻합니다.
생매장(生埋葬)이라는 말이 과격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누군가 새로운 무술을 창시했다고 공표를 한다면 당사자는 이 단어에 대해서 쉽게 실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창시무술이 5000년 역사 이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은 이를 반증(反證
)하는 것일 겁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공권유술의 이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지만, 1996년 처음 공권유술이 세상에 나온 후부터 2005년까지 약 10년간의 세월동안 새로운 무술을 창시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제가 격은 고초(苦楚)는 이루 말 할 수없이 혹독했습니다.
타 무술도장에서의 인신공격과 동종업종이라 생각되는 무술단체의 공권유술에 대한 사이비론, 전화나 이메일로 인한 욕설등의 스트레스는 상당했습니다.
누구든 이러한 부담을 감수하면서 창시무술을 개발한다는 것은 과거든 현재든 자신의 인생전부를 걸어야 할 만큼 무모한 짓이 되어버렸습니다.
한국의 무술풍토에서는 일선도장의 사범이나 관장이 새로운 무술이론을 창안(創案)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권유술이 외국으로 빠르게 전파되어가는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저를 찾은 외국의 무술인들은 공권유술이 어떠한 원리와 시스템에 의해서 프로그램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그것을 이해하기위하여 설명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공권유술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무술인들은 저를 처음 대면하면 공권유술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몇 살이나 먹었냐?’고 따져 묻습니다.
타 무술에 대한 이해도를 비교해 보았을 때 전자와 후자는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신이 하는 무술만이 최고의 무술이며 다른 무술은 모두 사이비무술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것입니다.
현재 한국무술의 구조적 문제점은 창시무술에 창시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일이지만 집단 이기주의로 인하여 모두들 관과 하고 있다는 데에서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들이 해동검도의 창시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할 수 도 없고 대답에 이해 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70개가량의 해동검도협회의 단체장들 중에 몇 몇이 자기가 해동검도를 창시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비단 해동검도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무술로써 특공무술, 합기도, 경호무술 등등.. 창시무술은 있어도 창시자가 없는 경우입니다.
각 무술의 단체장들은 서로가 자신이 진정한 창시무술의 창시자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진실을 가려낼 수 없는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이러한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요?
한마디로 장충동 족발집의 간판이 전부 원조(元祖)족발집으로 둔갑하여 수 십 개씩 늘어서있는 현상과 같은 꼴입니다. 이제는 새로 막 족발집을 오픈하여 간판을 올리는 곳에서도 원조(元祖)라는 말을 써 넣습니다.
이 세상에 창시자가 없는 무술은 없습니다.
1500년 전 시작되었다는 소림무술도 창시자가 있으며 영춘권의 엄영춘, 공수도의 후나코시 기친, 유도의 가노 지고로, 의권의 왕향제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세계의 많은 무술들이 수 백 년의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창시자가 명확한데 겨우 수 십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무술의 창시자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실정인 것입니다. 계보를 쓸려고 해도 쓸 수가 없고 족보를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태권도마저 최홍희선생이 태권도의 창시자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최홍희선생은 단순히 태권도라는 이름만을 만든 사람이지 태권도자체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세계태권도 발전과 국가적으로 득이 될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어쩌면 몇 년 후 한국에서는 무술만 있고 단 한사람의 창시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한국의 무술단체들은 무진법의 해택을 받고자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무진법의 해택을 받는 것은 축복입니다만 먼저 한국무술단체들의 노력과 발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더욱이 외래무술을 너도 나도 앞 다투어 한국에 들여와 그들의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쉽게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있으므로 노력을 적게 해도 될 것이고 비지니스가 안 되면 언제라도 업종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혀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는 이유에서 일겁니다.
이러한 단체들이 외래무술을 숭상(崇尙)화 시키며 한국무술을 비하(卑下)합니다.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무술문화는 세계 속에서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단체들이 많지 않은 것은 한국의 무술을 세계에 알려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사명감결여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한국 무술계는 더 이상 상도(常道)를 상실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