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에 훼손되고 있는 비지정문화재
오마이뉴스 김희태(bogirang)
등록 2021.01.21 15:57수정 2021.01.21 20:18
한 번쯤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방치되고 있는 문화재의 현주소를 알리는 기사를 접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 가운데 사적이나 국가, 도지정 문화재 등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문화재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 현실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화재는 바로 비지정문화재다.
비지정문화재는 말 그대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말한다. 이렇다 보니 문화재가 훼손되어도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도난이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비지정문화재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장소 중 의성 연경묘 봉표가 있다. 의성 연경묘 봉표는 경상북도 의성군 점곡면 명고리 산36번지에 있는데, 도로 옆에 있는 석벽에 새겨져 있다. 이정표나 안내문 등이 없기에 알고 찾아가지 않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여기서 연경묘(延慶墓)는 효명세자의 무덤 명칭이고, 봉표(封標)는 연경묘에 필요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표석으로 봉산(封山)과 관련이 있다. 봉산이란 나무의 벌채를 금지한 산으로, 조선 왕실에서는 목적에 맞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봉산을 지정했다.
가령 재궁(梓宮)과 궁궐 등을 짓는 데 사용한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해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했고, 종묘에 부묘했던 신주(神主)를 만드는 데 쓴 밤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율목봉산(栗木封山)으로 지정하는 식이다.
즉 어떤 목적으로 나무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봉산의 명칭도 달라졌는데, 의성 연경묘 봉표의 경우 제사에 쓸 향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향탄봉산(栗木封山)으로 지정된 사례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연경묘 봉표가 의성 이외에 대구와 경주 등에서도 다수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석벽에 새겨진 의성 연경묘 봉표에는 '연경묘향탄산인계하성산옥곡암봉표(延慶墓香炭山因啓下城山玉谷巖封標)'이 새겨져 있다. 이는 성산 옥곡암 일대가 연경묘의 제사에 쓸 향을 공급하는 향탄봉산으로 지정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갑오칠월일봉심(甲午七月日奉審)'이 새겨져 있어 1834년(순조 34) 7월에 봉표를 새긴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선명했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지금은 상당수의 명문이 육안 판독이 어려울 정도로 이끼가 덮여 있으며, '계하성산옥곡암봉표(啓下城山玉谷巖封標)' 부분과 '갑오칠월일봉심(甲午七月日奉審)' 부분은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육안 판독이 쉽지 않을 정도다. 또한 봉표 가운데 낙서가 되어 있는 등 관리 되지 않고 있는 비지정문화재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인근 지역에서 확인되는 유사 형태의 문화재 관리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가령 대구 수릉봉산계 표석(대구광역시 문화재자료 제33호)이나 대구 수릉향탄금계 표석(대구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1호)의 경우 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가 되고 있으며, 경주에 있는 불령봉표와 시령봉표, 수렴봉표의 경우 비지정 문화재이지만 나름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과는 비교가 된다.
의성 연경묘 봉표는 인근 지역의 봉표와 함께 효명세자의 흔적과 향탄봉산으로 지정된 것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충분히 문화재로의 지정도 검토해볼 수 있는 자료다. 그럼에도 방치된 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점은 문제다.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원형의 훼손이 우려가 된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의성 연경묘 봉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댓글 글은 2021년 기사인데 아직도 방치된 상태로 있다면 조속히 행정기관에 알려 안내판과 이정표 설치, 낙서제거작업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