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오래된 칼국숫집
며칠 전 갑자기 어느 지인으로부터 저녁을 함께하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웬만해선 거절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전부터 쌓인 피로와 그날 따라 해야 할 일들 때문에 아무래도 거절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잠시 망설이는 사이.
"법사님, 제가 잘 봐둔 데가 있습니다. 분위기가 아주 좋은 곳이니 함께 식사하시죠?"""
물론 밥 먹을 데가 없어서 저에게 전화를 건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무언가 해야 할 이야기들이 있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칼국수 집인데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아주 운치가 있어서 법사님과 잘 어울리는 곳 같아서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 나중에 이야기하고 오늘은 딱 밥만 먹읍시다."
제가 다짐을 받듯 이야기했습니다.
“네, 그러시죠. 밥만 먹고 헤어져도 좋습니다."
“그럼 딱 한 시간만 만나지요."
"네 그러겠습니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중간에서 만나 함께 차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이런, 갑자기 누군가 동행을 하고서 함께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처음 본 사람이라 그 자리에서 뭐라 할 수도 없고..
어쨌든 함께 식당에 도착해서 들어가 보니 정말 6, 70년대 분위기가 흐르는 조그만 칼국숫집이었습니다. 누가 보면 허름하고 볼 것 없는 집처럼 보이겠지만 완전 옛날식 그림과 낡은 창문, 오랜 난로가 있어 운치를 더하고 무엇보다 주인장의 후한 인심이 좋았습니다. 직접 밀가루를 반죽하여 칼국수를 만들고 사기그릇에 가득 푸짐하게 칼국수를 내왔습니다. 갑자기 한파가 닥친 날이었기에 우린 함께 면발에서 나오는 김들을 호호 불며 맛있게 먹기 시작했습니다.
“때론 운명을 신뢰해야 할 때가 있지요. 지금이 그런 것 같습니다. 한시간만 보자고 했는데, 벌써 한 시간이 지났네요. 허허허…”
"그렇다니까요. 이건 운명입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운명이지만 이제 저항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운명이든, 무한히 신뢰를 하면 그 운명은 절대 배신하지 않지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집에 가서 커피 한잔하시죠?"
"네?"
동행한 분은 처음 본 사이였지만 칼국수를 먹으며 이런저런 인생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금세 가까워졌습니다. 칼국수를 국물까지 마시며 계속해서 맛있다. 소리를 내니 주인장이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맞은편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사람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저… 조금 전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운명이…”
“아 네, 때론 운명을 신뢰해야 할 때가 있다. 운명을 신뢰하면 결코 운명이 배신하지 않는다?"
“네 맞아요."
“어떻게 이 말을 들으셨어요?"
"밥을 먹다가 얼핏 좋은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아서 귀 기울였는데 가물거려서…”
"하하하. 모든 것이 운명이지요. 오늘 우리가 칼국숫집에서 만난 것부터 시작해서요. 우리 운명을 무한히 신뢰합시다"
우린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된 칼국숫집에서 나왔고, 운명을 따라 2차로 지인의 집에 가서 직접 원두를 갈아 내어주는 아주 그윽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오디오 시설이 완벽한 음악감상실에서 늦도록 커피와 음악에 취해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를 나누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잠을 자고 가라는 걸 겨우 말리고서 늦은 밤, 법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꿈 같은 하루였습니다.
그날, 늦은 밤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이제 와서 전부 기억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밤의 분위기였지요. 서로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나누며 얼마나 가슴 뜨거운 밤이었는지...
시간은 급행열차처럼 흘러갔지만, 우리의 마음은 여유롭고 평화로웠습니다. 졸린 눈을비벼가며 피곤하여 입에서 하품이 쏟아지면서도 이야기를 끊지 않고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근원에 대한 삶의 성찰을 이야기했지요.
때론 운명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도 무한히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신뢰하면 어떤 결과이든 분명 축복이 되리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깨어지는 시간과 운명의 사이에서
방황하고 혼돈하는 이여
부디 알게나
모든 것이 운명임을,
그러나 이 운명은
혹독하거나 그저 따듯하지 않음을…
운명은 무엇이든 쏟아지지만
그걸 받아들이거나 저항하기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다가서는 것이니,
운명을 저항하면
운명의 포로가 되지만
운명을 신뢰하면
운명의 친구가 된다네.
무조건 받아들이고 신뢰하고
저항하지 않으면
그 운명은 자네를 받아들이고 신뢰하고
축복할 것이니…
그것만이 운명을 다스리는
놀라운 법칙,
대 긍정으로 운명을 축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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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무량공덕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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