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닭을 보면 발끝의 비늘이 노란 것과 발톱이 작은 것일수록 싱싱하고 부드러운 닭이다. 또 가슴뼈를 만져보아 연골 부분이 많은 닭일수록 연하고 맛있다. 이 가슴뼈 부분이 굳어진 것은 늙은 닭이며 고기가 질기다. 닭은 잡는 즉시 먹기도 하지만 하룻밤을 경과한 이튿날 그것도 아침이 가장 고기가 부드럽고 맛이 있다고 한다. 즉 10-12시간 전후를 말하는 것이다. 3일째가 되면 고기가 진득거리고 맛이 없다. 이렇게 선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 가정에서는 갓 잡아 쓰는 것이 좋다.
닭잡기
닭이 죽으면 곧 목줄기의 동맥을 끊어 거꾸로 들고 완전히 피를 뽑은 뒤에 끓는 물에 넣는다. 끓는 물에서 궁그려 건져 털을 뽑고 잔털은 불에 그을 린다. 마른 헝겊으로 거죽을 싹싺 문질러가면서 잔털을 밀고 더러운 것은 닦아낸다. 발톱을 잘라버리고 발목의 비늘은 뜨거운 물에 30초쯤 담갔다가 벗긴다. 너무 오래 담그면 살이 진득거리며 오히려 잘 벗겨지지 않는다. 다음에는 내장을 빼는데 목등줄기의 껍질을 집어 올리듯 하면서 똑바르게 칼 을 넣어 목줄기의 껍질을 벗기고 목을 끊는다. 목 아래에 붙어 있는 위를 터지지 않게 끊어낸 다음 여기서 손을 넣어 늑골에 붙어 있는 허파를 뗀다. 꽁지를 조금 치켜 올리고 손가락을 넣어 내장을 빼낸다. 닭내장은 버리지만 기호에 따라 긴창자와 똥집, 닭다리 등은 잘 씻어 단속하여 소금을 약간 뿌려 구어 먹기도 한다.
닭 손질하기
닭을 잡아서 고기를 다룰 때에는 보통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kg 이하 되는 닭은 양쪽 날개쭉지와 양쪽 다리를 잘라 4조각을 내고 1kg 이상인 큰 닭 은 거기에 다시 가슴살을 1조각 더 떠서 5조각을 낸다. 그런 뒤에 어린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더 작게 토막을 내어 쓴다. 닭은 아무렇게나 썰면 모양도 없고 고기맛도 없을 뿐 아니라 잘 잘라지지도 않는다.
-4조각 기르기 목줄기에서 꽁지까지 등뼈에 곧게 칼집을 넣은 뒤 뒤집어서 가슴뼈를 위로 하고 다리 안쪽을 따라가며 칼집을 넣는다. 양쪽 다리를 손으로 꼮 쥐고 힘껏 젖히면 다리가 붙은 관절이 떼어진다. 뒤집어서 다리가 붙은 곳은 칼로 꼭 누르고 양쪽 다리를 힘껏 밑으로 당긴다. 아래까지 다리를 잡아당겨 한쪽 다리가 붙은 관절을 칼로 누르고 다리를 비틀면서 쭉 잡아 당겨 뗀다. 다른 한쪽도 같은 요령으로 한다. 날개 쭉지를 뗄 때는 가슴뼈 위를 목 에서부터 아랫배까지 끊고 어깨뼈를 칼끝으로 누르고 어깨살을 손으로 쥐고 밑에 까지 찢어지도록 잡아당기면 자연히 뼈에서 떨어진다. 다른 한 쪽 도 이렇게 뗀다.
-5조각 가르기 양쪽 다리는 4조각 가를 때와 같이 떼낸다. 닭이 크므로 가슴쪽을 한번 더 가르는 것이다. 어깨 관절에서 가슴뼈 1-2cm 정도 들어간 곳을 가슴뼈와 평행하여 아랫배까지 끊고 어깨살을 밑으로 잡아당겨 날개 쭉지를 뗀다. 남은 가슴살을 아랫배 쪽을 위로 똑바로 세우고 아랫배 쪽부터 칼을 넣어 중앙까지 왔을 때 칼끝을 탁 두들기듯 하면 가슴뼈가 떨어지므로 가슴살을 잡아 당긴다. 가슴살을 손으로 누르고 뼈를 잡아 당기면 발라낼 수 있다. 이렇게 써 놓은 것을 보면 어려운 것 같지만 두 번만 직접해보면 곧 익숙해질 수 있다.
닭의 크기와 조리법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영계(500g 전후), 암닭(1kg 전후), 장닭(1.5kg 전후) 등 3종류로 나눈다.
-삼계탕 병아리가 생후 40-50일 지난 것으로 몸무게가 400-500g 정도인 것으로 한다. 영계를 잘 씻어서 머리를 떼고 내장을 꺼낸다. 이때 배를 많이 가르지 않고 내장을 빼내도록 한다. 뱃속에 삼뿌리, 대추, 마늘, 찹쌀을 넣고 푹 삶는다. 살은 소금 후추에 찍어 먹는다.
-백숙 정월 새끼를 6월에 해먹으면 가장 알맞다고 한다. 즉, 정월에 부화된 병아리를 6개월 쯤 길러 6월 유두 전후에 백숙을 해서 먹으면 약이 된다는 것이다. 6월에는 쇠고기, 돼지고기가 별로 맛이 없을 때이기 때문에 닭을 많이 해먹는다. 백숙은 삼계탕을 만드는 방법과 같으나 잔치상이나 제사상에 올릴 때는 그릇에 앉히기 좋은 모양이 되게 하기 위해 생닭을 모양을 만들어 실로 묶어 삶는다. 이때 뱃속에 고명을 넣지 않고 마늘과 대추, 삼을 엷은 헝겊에 싸서 같이 삶는다. 닭은 상에 놓고 국은 떠 먹기도 하고 죽을 쒀먹기도 한다.
-통닭구이 암닭으로 살이 찌고 어린 것이 좋다. 목을 잘라 버리고 버터를 바르거나 기름과 후추와 소금을 약간 뿌려 오븐에 굽는다. 생일 축하 또는 잔치상에는 목을 떼지 않고 한다. 이 때는 목에 리본을 메어주면 좋다.
-닭구이 쇠고기 불고기 하듯이 양념을 만들어 토막 낸 닭고기에 넣고 주물러서 간이 고루 배게 약간 재워두었다가 너무 세지 않은 불에 석쇠를 올려 굽는다.
-닭찜 손님상에 내기가 좋은 요리이다. 연하게 삶아 놓으면 먹기도 좋고 인원이 많을 때는 나누어 먹기가 편리하다. 갖은 양념을 토막 친 닭고기에 넣고 주물러 맛이 배게 한다. 표고는 물에 불려 십자썰기로 4등분하고 당근과 삶은 죽순은 알맞게 보기 좋게 썰어둔다. 꽃썰기를 해도 좋다.
밑이 두꺼운 냄비에 표고 불린 물을 붓고 불에 올려 끓이면 양념에 재웠던 닭을 넣고 처음에는 센불에 끓인다. 4-5분 지나면 약간 불을 줄이고 20분쯤 끓인다. 다시 표고, 당근, 죽순 등을 넣고 30-40분 쯤 국이 거의 줄도록 조린다. 그릇에 고기를 모양있게 담고 달걀지단 썬 것과 은행, 잣 등으로 약간 고명을 놓는다. 고명은 많이 놓으면 보기 싫다.
-닭볶음 갖은 양념을 미리 장만해두고 풋고추, 표고 등도 준비해 둔다. 풋고추은 가로 썰어서 씨를 말끔히 빼고 표고는 물에 불려 둔다. 냄비가 달구어지면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볶다가 간을 맞추어 둔 양념국과 표고를 넣고 푹 끓인다. 고기가 거의 익을 무렵에 풋고추를 넣어 파랗게 익힌다. 볶음은 국물 이 없도록 한다.
-닭조림 닭을 3cm 쯤 길이로 토막쳐 놓는다. 죽순은 깨끗이 다듬어서 얇게 썰어 놓는다. 표고는 은행잎 썰기를 해서 물에 불려 놓는다. 토막친 닭고기를 냄비에 담고 고기가 잠길 만큼 부어 끓인다. 닭고기가 적당히 물렀을때 죽순과 표고를 갖은 양념으로 간을 맞추어 조린다. 거의 다 되었을 때 실고추를 뿌리고 뜸을 드려 그릇에 담은 후 잣가루를 뿌려 내놓는다.
-닭도리탕 닭도리탕이란 음식은 닭볶음, 닭조림, 닭찜을 혼합해 놓은 것 같은 음식이다. 고기를 푹 익히고 싶으면 조림이나 찜처럼 하면 되고 고기 모양이 원형으로 있기를 바라면 볶음처럼 먼저 고기를 기름에 볶아서 하면 된다.
닭을 말끔히 손질해서 머리와 발을 자르고 뼈를 칼 등으로 가볍게 두들겨서 적당한 크기로 토막친다. 당근은 깨끗이 씻어 둔다. 표고나 목이버섯은 물에 불려 씻어서 적당히 뜯어 놓는다. 파는 가늘게 채친다. 마늘과 생강은 곱게 다진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먼저 생강을 넣고 볶다가 닭고기를 넣어 고루 볶는다. 진간장과 설탕을 넣고 고기가 잘 무르도록 푹 끓인다. 다른 냄비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먼저 당근을 볶다가 파, 목이마늘, 실고추, 육수를 넣고 간을 맞춰 끓인다. 닭고기가 푹 물렀으면 그 위에 이러한 것을 얹어 살짝 저은 다음 찜그릇에 담아 낸다.
육고기의 조리에는 후추가 반드시 들어가야 소화가 잘된다고 한다.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