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책 코너에 글을 쓰려니..솔직히 일년내내 죽어라고 그린 그림들은 모두 학습지에 실린 그림들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일러스트레이터가 공모전 대상이나 국전에 대상먹은 사람이 아니라면 갑자기 단행본 책들의 의뢰가 들어올리 만무합니다.
일러스트의 수요가 가장 많은 부분이 학습지입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려면 그림이 많아야 재미있으니까요...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학습지로 시작해서 자리를 잡습니다. 학습지의뢰를 받으실때는 그 회사에서 단행본을 내고 있는가를 염두에 두는 편입니다.
그리고 지명도 있는 회사면 그만큼 경력이 좋아집니다.
제가 그동안 그린 그림들은 가장많이 작업한 것이 '노벨과 개미'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한주에 24종이 발행된답니다.제목을 일일히 기억할수 없군요.)과 잡지들에 일년에 천컷이 넘는 그림들을 그렸습니다. 워낙 작업량이 많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작업해야하는 문제로 가장 편한 드로잉펜과 수채화로 작업했습니다.(디테일한 기법을 원한다면 못하죠. 다른곳에 비해 화료가 저렴했으니까요...)
금성출판(리틀푸르넷등)은 오랜 역사(?)를 가진 출판사입니다. 교재도 고전적이며 참신함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화료는 보통수준이라고 할수있습니다. 거기에 제가 사용한 기법은 인쇄가 잘나오게 하기위해 배경화면이나 큰 물체는 색지로 오려붙여가며 작업했습니다.
학습지들은 인쇄가 좋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원화가 아무리 예쁘고 화려해도 칙칙하게 나오거나 선이 사라질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화려하지 않은 그림이 잘나오는 경우가 있더군요.
웅진출판(곰돌이,씽크빅등)은 무척 까다로운 편입니다. 학부형들 사이에서 좋은 교재라고 소문이 났다는데 그만큼 교재에 신중을 기하는 편입니다. 그림 한컷으로 여섯번 빠꾸당해본적 있습니다.ㅠ.ㅠ
화료는 중상에 속하고 교재의 인쇄도 상급입니다.
거기에 들어간 그림들은 모두 포토샵으로 작업햇습니다. 한번은 68쪽 full page분량을 두주일 시일밖에 안줘서 밤새기를 밥먹듯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저처럼 애가 둘이 아니시라면 밤새울 필요는 없는 분량입니다.ㅡㅡ;;)
인쇄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책을 안보내줘서 모르겠습니다.
한솔(신기한 한글나라 등)출판은 화료가 가장 높은 출판사에 속합니다.(대교,삼성등)
단 한권의 교재를 그렸지만 그리 까다롭지 않으며 교재에 무척 신경을 많이 씁니다.아이들에게 어떻하면 흥미를 가지고 공부를 할것인가 연구를 많이하며 조기교육 교재를 많이 다룹니다.(조기교육이 좋은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만 두살짜리가 신문을 읽게 만들더군요) 말이 늦는 아가들에게도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 학습교재에 들어가는 그림에 대해 신경써야할 부분은...
학습교재는 그림 자체가 문제며 답입니다. 어릴때 봤던 그림이 평생 기억될수도 있습니다. 만일 여러가지 물고기 그림중에 고래가 있었다면 그아이는 나중에 따로 배우지 않는한 고래가 물고기로 기억될 것입니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중에 Richard Scarry를 아십니까?
그의 그림은 만화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의인화 되어있고 구성도 무척 재미있습니다. 동물들도 호랑이,사자,사슴,돼지,고양이등 캐릭터에 쓰이는 흔한 동물들 뿐 아니라 비비원숭이,하이애나,바다코끼리,개미핣기등 매우 다양합니다. 그 동물들을 의인화 했으면서 동물들의 특징과 생김새를 왜곡시키지 않았습니다.
학습지에 있어서 이부분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한번은 문제와상관없는 장식적인 아이템으로 개구리를 그려넣은적이 있습니다. 원고발주자는 동물도감을 가져와서 지적하기를...개구리의 뒷발가락 한개가 모자란다는군요. 개구리는 앞발가락 네개 뒷발가락 다섯개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습니다. 이후 아무리 간단히 알고있는 형태의 동물이나 물건도 자료를 찾아서 꼭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제가 학습지를 그리면서 느껴온 것은 학습지는 예술성보다는 정확성이 우선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