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에세이 : 최근 대중문화 텍스트 하나를 골라 독창적으로 해석하기
<강자 VS 약자 구도>
- SBS ‘런닝맨’의 한계 분석 -
2011014900 영어영문학과 전승철
2010년 7월 11일, SBS의 주말 예능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에서 동시간대 타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적하기 위해 ‘런닝맨’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다. 런닝맨은 유재석이라는 예능거물과 김종국, 지석진, 하하와 같은 끼를 인정받은 예능인을 앞세워 개리, 송지효, 송중기, 이광수라는 신인 예능인으로 출연진이 구성됐다. 프로그램 자체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추격전’을 주소재로 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는 초반의 높은 시청률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런닝맨의 시청률은 회가 반복될수록 하락했고 현재 13%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 방송사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 꼽히기엔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런닝맨'을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한 요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글에서는 타방송사의 장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성공비결을 알아본 후, 이를 토대로 ‘런닝맨’의 한계 분석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주말 예능으로서 SBS가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선 리얼리티 프로그램 특유의 ‘강자와 약자 구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준비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각 방송사별 가장 인기 있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으로 KBS는 ‘1박 2일’, MBC는 ‘무한도전’이 꼽힌다.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의 성공요인으로 물론 참신한 소재, 재미있는 자막 등도 있겠지만 고정 출연자들 간에 나타나는 뚜렷한 ‘강자와 약자 구도’ 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이 두 개의 프로그램에서 크게 3가지 종류로 나타나왔다.
<Case 1 - 과거 ‘1박 2일’>
강호동 (강자) VS 나머지 출연자들 (약자들)
첫 번째 경우는 과거 강호동이 1박 2일의 메인MC를 보던 시절, 힘의 최강자인 강호동과 약자인 나머지 출연자들 간에 나타난 구도이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구도를 통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려면 약자들이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해야 한다. 약자들이 잔꾀를 내어 힘으론 감당할 수 없는 강자를 속이거나 이용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것들이 과거 1박 2일에서 은지원, 이수근 등의 똑똑한 약자들이 잔꾀로 강호동을 골탕 먹이는 식으로 종종 나타났으며, 이는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다.
<Case 2 - 현재 ‘1박 2일’ · ‘무한도전’>
나머지 출연자들 (강자들) VS 김종민 · 정준하 (약자)
두 번째 경우는 강호동이 출연하지 않는 현재의 1박 2일과 무한도전에서 나타나는 구도로 이것은 다수의 강자와 1인의 약자 간에 형성된다. 이 구도의 특징은 약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순진하고 착한, 흔히 말하는 ‘바보’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약자로 설정된 바보들은 강자들에게 항상 이용당하지만 그런 어수룩함에 시청자들은 웃게 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해질 경우, 시청자들이 “저런 것은 너무하지 않나”란 반감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무한도전에서는 바보 캐릭터인 정준하를 놀리는 정도가 매우 심해져 네티즌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였다.
<Case 3 - ‘1박 2일’ · ‘무한도전’>
PD (강자) VS 출연자들 (약자들)
세 번째 경우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PD(강자)와 그렇게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야하는 출연자들(약자들)간에 나타나는 구도이다. 1박2일의 나영석PD는 출연자들이 룰에 어긋나는 호의를 부탁하면, 정해진 규칙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그 부탁들을 거절하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러한 단호함은 그의 “땡!”이라는 유행어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편, 무한도전의 김태호PD는 그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출연자들이 종종 PD에게 잘 보이려는 행동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과 출연자들을 놀리는 무한도전만의 센스 있는 자막으로 강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아본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강자와 약자 구도’ 3가지를 바탕으로 런닝맨을 분석해보면 3가지 중 요건을 제대로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 한 가지도 없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런닝맨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완벽한 강자를 설정했다는 점이다. 김종국이라는 힘뿐만 아니라 두뇌 회전도 빠른 사람을 강자로 설정함으로써, 약자들이 강자를 이길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차단시켜 버렸다. 이는 과거 1박 2일에서 나타난, 위의 Case 1 구도가 런닝맨에는 적용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런닝맨의 추격전 규칙이 뜯고 지키는 과정에서 육체적 충돌이 불가피한 ‘이름표 뜯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김종국은 더욱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최근 런닝맨은 ‘추격전’에서 ‘팀 미션’으로 프로그램의 전체적 구조 변화를 꾀했지만 추격전이라는 흥미가 보장된 방식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만 사용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런닝맨에는 또한 다수의 강자와 1인 약자간의 구도도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비록 이광수라는 바보 캐릭터가 있지만 그러한 이광수의 캐릭터와 겹치는 지석진도 함께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확고한 1인 약자란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주지 못한다. 그리고 김종국에 의해 전체적으로 1인 강자와 다수의 약자들이란 느낌이 매우 강하여, Case 2의 바보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구도는 런닝맨에서 절대 강자인 김종국이 남아있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런닝맨은 이광수와 지석진을 함께 묶어 ‘이지 브라더스’란 바보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아직 그 캐릭터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강자와 약자 구도’에서 가장 쉽게 나타날 수 있는 PD와 출연자들 간의 강약관계도 런닝맨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런닝맨 PD를 맡고 있는 조효진 PD는 SBS의 대표 예능프로그램 'X맨‘과 ’패떴 시즌 1‘에서 조연출을 맡았었다. 이로 인해 런닝맨은 X맨의 재탕이란 의혹도 많이 받곤 하였다. 물론 이것이 정확한 원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시선 때문에 조효진 PD는 1박 2일의 나영석 PD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에 비해 TV 등장이 뜸한 것 같다. 그래서 런닝맨에서 김종국을 포함한 출연자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강자로서의 PD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선적으로 런닝맨이 ‘강자와 약자 구도’를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강자의 재설정이 시급하다. 이는 김종국이란 절대 강자를 교체하거나 김종국에 대적할 새로운 강자를 섭외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전자의 방법은 힘만 좋았던 강호동처럼 부족한 점이 있는 강자로 교체하여 Case 1과 같은 형태의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반면에, 후자는 ‘패떴 1’에서 김종국과 김수로가 보였던 구도로 다른 출연자를 통해 김종국의 절대성을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런닝맨이 이렇게 강자를 재설정한 후 ‘추격전’이라는 소재를 부활시키면, 김종국이란 강자가 대부분 이기는 강자 독점식의 게임진행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런닝맨은 ‘이지 브라더스’라는 바보 캐릭터도 계속 추진하여 독창적 캐릭터로서 확실히 자리매김 해야 한다. 이것이 강자 재설정과 병행될 경우, Case 2의 다수의 강자와 1인 약자 구도도 만족시킬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런닝맨의 PD가 강자로서 출연자들을 컨트롤하는 강한 모습까지 보이게 된다면 런닝맨은 타방송사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는 SBS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재도약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2011014900 전승철 '강자 vs 약자'에 근거한 런닝.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