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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해룡중·고등학교 전경 |
사교육이 필요 없는 지방 명문사학
교립 해룡고,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교사 → 학생 중심 사고전환, 학생이 선택하는 보충수업 실시
교과부장 중심 편제로 강의 수준 향상, 적극적 시설 투자
원불교 근원성지 영산이 있는 전남 영광군 영광읍의 교립 해룡고등학교(교장 권재국)가 최근 교육 벤치마킹의 장소로 이름이 높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변변한 학원 하나 찾아보기 힘든 시골 사립학교에서 2005학년도에 2명, 2006학년도에 4명, 2007학년도인 지난해 7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고대 13명, 교육대학 10명 등 119명의 학생이 서울지역 대학에 대거 합격하며 명실공히 광주·전남지역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자리를 굳혔다.
학생 스스로 강의 선택
이 같은 해룡고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박혁수(54) 교감은 “우리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타 학교와 차별화된 보충수업과 교무조직, 그리고 우수학생 지도방법에 있다”고 답했다.
해룡고의 보충수업은 ‘무학년제 학생선택형 보충수업’이다. 2005년 권재국(62·법명 문환) 교장이 취임하며 도입한 이 시스템은 글자 그대로 학년 구분 없이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는 맞춤형 교육이다.
교사가 강의계획서를 홈페이지에 올리면 학생들은 이를 보고 희망하는 교과 3개를 선택한다. 지난 3월에는 45명의 교사가 136개 강좌를 열어 81개가 강의되었다.
‘영어듣기 수능유형 기본A’를 강의하는 이순섭 교사는 “학생들의 분위기가 진지해져 더 열심히 연구해 가르치게 된다”며 “학생 평가를 받는 부담은 있지만 가르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교실에 1학년부터 3학년이 함께 공부하지만 어려움은 없다. 선후배간에 모르는 것을 물어보며 유대가 돈독해진다.
이런 수업이 가능한 것은 학교 운영 방식을 행정처리에 편리한 행정·학년부장 체제에서 교육을 우선하는 교과부장 중심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더 많은 시간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일체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인 것도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시설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첨단 개가식 도서관을 비롯해 인터넷 동영상 강의실, 극장식 중강당, 최신식 특별교실 등을 갖춰 동영상 강의, EBS 방송 시청 등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학습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교사 수업 수준 향상 노력
해룡고가 광주·전남에서 처음으로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학생 중심의 의사결정’이라는 아주 특별한 사고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바탕에는 전임 교장이자 현 해룡학원 이사장인 권세영(72·본명 재홍) 교무의 경영철학이 깔려있다. 권 교무는 교장 재임 시 학생 중심의 의사결정을 강조했고,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질 향상에 심혈을 기울였다.
1996년 영광 원자력발전소의 ‘지역 명문고 육성자금’ 57억원을 유치해 현대식 교육시설을 마련했으며, 전국에서 뛰어난 교사를 초빙해 시범수업을 실시하는 등 기존 교사의 강의 수준 향상에 전력했다.
사교육 문제 해법 제시
이런 해룡고의 교육성과가 알려지며 다른 지역에서 입학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1학년 가운데는 영광 외 지역 학생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권재국 교장은 “우리 학교의 올해 슬로건은 학생 만족, 학생 중심을 실현하는 교육”이라며 “다양한 학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라고 말했다.
새로운 보충수업은 사교육비 절감 측면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4월에 실시한 설문에서 고3 242명 가운데 ‘사교육 활동을 중단했다’고 응답한 학생이 153명, ‘축소했거나 중단하겠다’고 답한 학생이 86명에 달했다.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매일 밤 수업을 마치고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이 진풍경이 된 오늘날, 사교육 문제 해법이 해룡고의 특별한 노력 속에 담겨있었다.
남세진기자 nam@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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